보는 사람, 화가 - 보이지 않는 본질을 끝끝내 바라보았던 화가들의 인생 그림
최예선 지음 / 앤의서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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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려면 당연한 얘기지만, 눈앞의 사물을 보아야 한다. 우리들은 화가가 본 피사체가 캔버스 위에 그려진 결과물을 감상할 뿐이지만, 그림을 그리는 바로 그 순간 화가의 눈에 비친 자연은 어떤 모습일까?

<보는 사람, 화가> 책은 그림이 탄생하기 전, 화가가 바라본 자연의 모습을 상상하게 만드는 책이다. 모네가 바라본 수련 연못 속 연노랑, 연녹색, 엷은 푸른색의 뒤엉킴을 볼 수 있고, 함메르쇠이가 고요한 방 안에서 포착한 무채색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보는 사람, 화가> 책은 모네, 마네, 드가, 뭉크 등 잘 알려진 화가뿐만 아니라 케테 콜비츠, 그랜트 우드 등 잘 알려지지 않은 화가의 작품들도 소개하고 있다. 화가가 바라본 자연의 모습을 상세하게 묘사한 점이 이 책의 포인트라 할 수 있다.

모네 파트를 읽을 때는 마치 내가 모네의 정원에 온 듯, 생생한 묘사가 들어간 문장이 나를 현실 세계에서 벗어나게 했다. 너무나 무덥고 쉽게 지치기 쉬운 여름이어서 그런지 화가가 창조한 빛과 색채의 마술 속에 머물고 싶은 마음이었다.





우리에게 친숙한 화가 반 고흐. 그는 화병에 담긴 해바라기 그림을 일곱 점이나 그렸다. 그런데 내가 기억하는 해바라기는 연푸른색 배경 속 여러 송이가 꽂힌 해바라기뿐이었다. 고흐에 대해 그래도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보지 못했던 새로운 면을 알게 된 기분이었다.

고흐 얘기하면 빠질 수 없는 고갱 또한 해바라기를 그렸는데, 바로 위에서 오른쪽 작품이다. 고갱이 그린 해바라기는 고흐가 그린 해바라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뭔가 더 자유롭고 통통 튀는 느낌이랄까? 같은 해바라기를 그려도 보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부드럽고 미묘한, 기이하고 이상한, 고독하고 고립된, 함메르쇠이에 대한 감상은 이런 형용사로 이루어진다. 그런데도 그의 그림은 부정적으로 느껴지지 않으며 특유의 아름다움이 존재한다. 그 점이 함메르쇠이의 신비로움이다"

"반 고흐는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사소한 것들을 어루만지듯이 다정하게 포착하고 눈부시게 표현한다. 반 고흐는 어떤 장면이든 사건의 중심으로 만들어버린다."

미술적 지식을 습득하는 즐거움도 있지만, 작가가 써내려간 문장들을 읽으며 내가 생각해 왔던 화가의 이미지에 또 다른 이미지를 더해가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었다. 지금까지 왼쪽 면만 보았다면 오른쪽과 위아래도 보면서 화가를 바라보는 나의 시야 또한 확장된 기분이다.

화가들이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 바라보았을지 상상해 본다. 페스츄리처럼 차곡차곡 쌓인 그 시간은 시각적으로도 아름다움을 선사하지만, 한발 더 나아가 뭔지 모를 울림을 전해준다. <보는 사람, 화가>책은 눈으로 보이는 색깔이 그림의 전부가 아니란 메시지를 전하며 그 너머를 보는 사람이 되어 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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