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예술로 빛난다 -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대답
조원재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삶은 예술로 빛난다

예술에서 발견한 삶의 철학



<삶은 예술로 빛난다>. 40만 베스트셀러 <방구석 미술관>을 쓴 조원재 작가님의 신작이다. 베스트셀러 작가의 후속작이라 읽었다기보다는, 그냥 그저 <삶은 예술로 빛난다>라는 제목 자체에 끌려서 읽게 되었다.

단순하게 미술 지식을 설명하는 예술서가 아닐 거라는 나의 추측은 맞았다. 예술작품은 미적 감흥을 주는 기능만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서 우리는 화가의 삶을 발견하고, 화가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 흔적을 따라가며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발견하게 된다.


번데기가 되기를 선택한 적 있는가




여러 미술책을 보았지만 위 그림은 처음 보았다. 누가 그린 건지 그림만 보고 알아챘는가? 바로 빈센트 반 고흐다.

반 고흐하면 흔히 별이 빛나는 밤이나 고흐의 자화상, 까마귀가 나는 밀밭 그림 등을 떠올릴 것이다. 그 작품들은 반 고흐라는 사람의 일부를 보여줄 뿐, 교회 그림을 그리던 고흐 시절도 존재했다는 것을 사람들은 알까?

그는 자신에 대해 무지한 상태가 싫었다. 평생 그 상태에 머물다 생을 마감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20대에 스스로 번데기가 되는 길을 택했다. 번데기가 되어 수년간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각고의 시간을 보내다 그림을 그리는 존재가 되어야만 한다는 것을 또렷이 자각했다.






화랑 점원, 빈민층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 광산 노동자를 위한 전도사 등 반 고흐는 20대 내내 여러 일을 전전하며 방황했다고 한다. 그 방황의 시간들은 결코 무의미하지 않았다. 그 시간들은 쌓이고 쌓여 고흐로 하여금 화가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하도록 이끌었으니까.

고흐처럼 화랑 점원은 아니지만 화방 점원으로 일하면서 그림도구를 만지던 시절이 있었다. 나의 방황의 시간들도 나를 알아가는 시간의 일부가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허접함을 견딜 수 있는가





뭔가를 시작하면 그럴듯한 결과를 한 번에 얻고 싶어하는 '한방주의' 경향이 없지 않아 나에게 있다. 아니, 조금 많이 있다. 뭔가를 시작하면 처음엔 서투른 게 당연한데, 서툰 내 모습을 견디기 어려워하는 것이다.

그런데 위 그림을 보니 서툰 처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이 생긴 것 같다. 누가 위 그림을 그렸는지 아는가? 바로 세잔이다. 그 유명한 세잔도 알코올 중독자가 그린 그림이라며 혹평 받던 시절이 있었다.






그림 그리는 일만 그러할까?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처음에는 허접하기 마련이다...(중략)... 모든 일의 시작은 당연히 허접하다. 실수와 시행착오가 숱하게 이어진다. 거기서 배우고 깨달음과 영감을 얻는다.

처음엔 누구나 서툴기 마련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내가 될 수 있길. 조급한 마음이 들 때마다 세잔의 그림을 보기로 마음먹는다.



의미를 창조한다는 것




남들이 주목하지 않는 것을 주목하고 그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것. '의미를 창조해 부여하는 능력'에 탁월한 사람들이 예술가다.

잘린 통나무도 뭉크의 손을 거치면 예술이 된다. 말라비틀어진 해바라기도 고흐의 붓질로 예술작품이 되었다.




겹겹이 쌓인 플라스틱 소쿠리는 하나일 땐 그냥 소쿠리 하나이지만, 여러개가 모이니 예술작품이 되었다. 흔하고, 익숙하고, 평범해 보여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면 특별한 의미가 될 수 있다는 이 진실은 내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그것은 우리의 삶도 그렇게 특별한 의미를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하는 말이니까.



예술이라는 망원경으로 삶의 지혜를 들여다보는 책, <삶은 예술로 빛난다>. 이 책을 읽다보니 전보다 조금 더 긍정적으로 나 자신을 바라보게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예술작품이 삶에 선사하는 기쁨, 그 가치를 오롯이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조용한 카페에서 사색하는 기분으로 읽기 좋은 미술책이다. 이 책에 쓰인 문장들 자체가 예술이라고 말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