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다정한 그림들 - 보통의 일상을 예술로 만드는 방법
조안나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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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다정한 그림들

사적인 취향으로 가득한 그림 산책

사적인 취향과 생각들로 가득한 미술 에세이, <나의 다정한 그림들>을 읽어 보았다. 미술 에세이인데, 미술에 대한 얘기보다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더 많이 담겨있는 느낌이 드는 책이랄까...?






편집자이자 작가이며, 엄마로 살아가는 작가님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그림과 만난 책이라고 설명하면 <나의 다정한 그림들> 책에 대한 적당한 설명이 될 것 같다.

그림을 보면서 느꼈던 감흥이라던가, 일상의 어느 한 조각이 예술과 닮았다고 생각한 지점이라든가,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작업과 지금 내가 하는 일의 연결성이라던가- 여러가지 내용들이 <나의 다정한 그림들> 책에 담겨 있다. 읽다보면 작가의 일상 속에서 그림은 빼놓을 수 없는 대상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알 수 있다.



미술엔 정답이 없어요




다른 미술 에세이와는 다르게, '굉장히' 사적이고, 머릿속 생각의 흐름대로 문장들을 풀어낸 느낌이다. 그래서 어떤 문장들엔 공감이 가지 않았고, 어떤 문장들엔 고개를 끄덕이며 작가의 생각과 내 생각을 비교하는 재미가 있었다.

책에 실린 그림 중에서는 앙리 루소가 그린 <이국적인 숲속을 걷는 여인>이란 그림이 마음에 들었는데, 다음의 문장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그가 어느 유파에도 속하지 않았다는 점이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어도 자신이 '모난 돌'이란 생각이 자꾸 드는 현대인들에게 동질감을 주는 모양이다>

앙리 루소는 중년의 나이에 이르러서야 진지하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화가이다. 그는 어떤 유파에도 속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대로 그림을 그려나갔다. 그의 그림을 보면서 '정답'이라는 개념에 대해 문득 생각해 본다.

어떠한 틀에 맞추지 않으면 틀린 거고, 고쳐야 하는 대상이 되는 그런 것. 난 그런 상황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앙리 루소의 그림에 더욱 끌렸던 것 같다.



우선 달리고 있다는 게 중요해








<얼굴 빨개지는 아이>, <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로 알려진 장자크 상페. 그가 그린 그림 중 '뉴요커'라는 작품 또한 마음에 들었다.

앞서가는 수많은 라이더 뒤로 자신만의 속도로 달리는 한 사람. 앞서 달리지 않아도 그는 주변에 피어있는 풀과 나무를 감상하고 바람을 느끼면서 즐겁게 달리고 있을 거다.

그냥 달리는 행위에 집중하기. 그저 좋아서, 페달을 구르며 가는 거다.



느낌 있게 사는 법





호아킨 소로야가 그린 해안가의 아이들 그림을 보면서 '느낌 있게 사는 법'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림 속 아이들은 햇빛을 받으며 바닷가에서 놀고 있는데, 지금 이 순간의 감각에 집중해서 현재 누릴 수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누리는 것 같다.





많은 생각들로 가득한 현대인들에게, 호아킨이 그린 푸른 바다는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에 느낄 수 있는 감각에 집중하라고 말하는 것 같다. 머릿속 상념에서 벗어나 햇살을 느끼고 바람을 느끼고 바다의 푸르름을 느끼고...

그러다 보면 그 많던 상념들은 어느새 바닷가의 모래알보다 작아져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바다를 본지 오래되어서인지 이 그림이 눈에 들어온 듯하다. <발렌시아 해변의 아이들>처럼 순간순간을 즐길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그림과 함께 하면 나의 사소한 일상도 특별해질 수 있다는 걸 알려준 책 <나의 다정한 그림들>. 그림을 보면서 차분하게 사색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책이다.

긴 호흡을 가지고 느리게 읽어나갔다. 작가님의 사적인 취향과 내가 모르는 작가님의 세계를 들여다보며 오늘도 나는 그림과 한 발짝 더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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