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사랑한다는 거짓말 세트 - 전2권
남궁현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6년 1월
평점 :
품절


 

남주 : 최 운 33세. 브랜드 네이미스트, 프리랜서 광고 디자이너. 어려서부터 살던 동네 화곡동의 아는 형이 운영하는 헌책방에서 만난 알바생 여주에 관심이 생긴다. 동네 주민인 그녀에게 자꾸 쏠리는 관심. 유부녀에게 이런 감정은 온당치않다고 생각하지만 마음이 가는 걸 접을 수는 없고...


여주 : 이자온 28세. 헌책방 알바녀. 술집 알바등을 거치며 지금은 동네 헌책방에서 아르바이트중인 비밀이 많은 유부녀. 솜씨좋은 엄마와 할머니 덕에 음식 만드는 재주가 여간아닌 숨기는게 많은 여자. 기사 식당을 하셨던 외할머니가 남겨주신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다.





영화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서 또 특별히 선호하는 쟝르없이 이런저런 영화를 보게된다. 그중에 기억 남는 영화들과 장면들이 있다.

배경음악없이, 효과음없이 주인공의 움직임만을 쫒아가며 숨소리나 물건의 소음만으로 이루어진 롱테이크 씬과 그런 영화들. 다른 부가 설명은 배제하고, 그 씬안에서 이뤄지는 일로 주인공의 모든걸 말해주는 영화.

처음 이 책을 읽어갈때 느낌이 꼭 그런 롱테이크씬이 나오는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이 책의 문단들은 불친절하다. 여주의 과거에서 남주의 현재로, 또 여주의 현재였다가 남주의 과거가 나오거나, 남조와 여주의 이야기로 휙휙 장면이 전환되며 나를 끌어당겼다.

이렇게 불친절함에도 불구하고 놀라웠던건,  짧은 문단의 에피소드 안에 정말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는 것이었다. 결코 짧지않을 구구절절한 이야기가 세상에, 단 몇개의 대화로 다 설명이 되더라.



책은, 첫 부분부터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짧게 조금씩 감질나도록.

접점이 없는 두 사람이 만나게되기 전에 어떤 시간을 보냈고,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교차편집하듯 보여준다. . 뭔가 한참 숨겨둔 비밀이 있는듯 한데, 전혀 아닌 척 딴 얘기만 하는 느낌이었다. 독자인 나에게까지 알리고 싶은 마음은 없다는 듯이 새침하게.

이게 은근 내 도전의식을 자극했다, 너희 대체 무슨 비밀을 숨기고 있는 거니? 뭘 감췄어? 내가 한 번 파헤쳐주겠어! 하고.


챕터 제일 먼저 나오는, 팟캐스트 내용이 영화속에 숨어있는 주제로 남주와 친구가 나누는 대화였인만큼 인용한 구절들도, 영화도 많은데,  이 작가는 어떤 경험을 하고 산 사람이길래 이런 많은 인용들을 이리 적절히 쓸수 있을까 싶었다. 그냥 영화를 보는 나로서는 이렇게 많은 영화에서 고르듯 구절을 뽑아내고 적절히 사용한다는건 참 놀라운 일이다.




나는, 책을 읽을때 표지와 표지 날개 작가프로필, 그리고 안쪽 출판사 소개와 목차를 거쳐, 바로 작가후기로 넘어가서 작가 후기를 먼저 읽는다.

무슨 생각을 하며 글을 썼는지, 글에 어떤 마음을 담았는지 이 책이 작가에겐 어떤 의미인지, 책을 읽기전 작가의 의도가 궁금하니까..


후기 제일 앞 3문장.


어리석은 나의 첫사랑

엇갈린 우리의 20대

누군가에게 한번도 일등이 되어보지 못한 당신에게.


마지막줄 누군가에게~는 1권 챕터1이 시작되기전, 첫머리에 다시한번 쓰여져있다.

작가후기를 읽을 때도, 책을 시작할 때도, 그 문장이 갖는 의미를 몰랐다.

책을 읽다가 알았다...

누군가에게 있어 한번도 일등이 되지 못했다는 말이 갖는 의미.

그 문장이 갖는 서글픔을 알아버린 사람의 마음이 어떤걸지.

 

1권 뒷표지에 나와있는 3인에 대한 소개.

왜 굳이 3명이였을까.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면 두명만으로도 충분할텐데...

건영을 통해, 아니 이 3명을 통해서 그들이 관계맺는 사람들의 상황과 사건들을 곁들여, 결국 작가는 사람이 살아가는 여러 모습을 그리고 싶었나보다 하는 생각을 하게됐다.


굉장히 많은 사람이 등장한다. 특히나 주인공들은 가족이 묘한 인연으로 얽혀있어서 그들의 과거까지 유기적으로 이어지게 되어있는데 나는 주인공 만큼이나 그들의 부모의 캐릭터도 참 좋았다.


최운의 아버지, 이자온의 어머니와 외할머니.

남주는 아버지의 '남자로서의' 일생을, 여주는 어머니의 '여자로서'의 인생을 통해 각기 다른 모습의 사랑을 보여주는게 참 흥미로웠다.



어디선가 들었다. 아이는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고.

아이가 보게 되는 아버지의 등. 엄마의 등. 그게 두 주인공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또 현재의 그들에게 어떻게 이어지는지.

제 윗대의 부모들의 모습까지 묘사되며 주인공이 그런 과거를 통해 갖게된 가치관과 성격들을 적절하게 맞춰가면서 맺어지는 모습이 참 좋았다.


많은 사람들이 나오고,

많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 책이라, 다 읽고나면 말하고 싶은 이야깃거리도, 짚고넘어갈 포인트들도 풍성해지는 책이다.


얇은 책 2권짜리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책이라 금세 읽히지 않았다. 또 금방 읽어치우고 싶지도 않았다.


뭔가 막장 이야기 별로 없고, 마지막엔 감동까지 곁들이는 주말연속극? 같은 느낌이 든다. 화곡동 어딘가에 가면 정말 운과 자온이가 사는 집이 있을 것같다.

'인생은 사랑은 이렇게 계속 이어진다 Home, sweet home'하는 느낌으로...

자온이 처음 말했던 자기 가족의 모습은 home sweet home이 아니었을 테지만 결국 자기 가정은 그렇게 꾸미고 살겠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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