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다
이서원 지음 / 봄출판사(봄미디어) / 2015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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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 : 이타 31세. 금융사 사장.  어려서 일어났던 나를 둘러싼 비극. 그 이후 소중한 사람을 만들지 않겠다고, 내 바운더리 안에 의미있는 관계를 엮어두지 않겠다 다짐하고 살았다. 늘 나를 덮쳐오는 악몽의 잔상. 그걸 도와주러 온 그녀. 쫓아내려 했던 그녀가 쫓겨나가지 않았던건 내게 온 행운일까.


여주 : 심오르 24세. 입주간호사. 부모님의 사망후 오빠와 둘이 의지하고 지내온 삶. 이제 빛을 보나 싶을때 일어난 오빠의 사고. 막막한 내게 동앗줄처럼 드리워졌던 그 제의. 오빠사고의 합의금과 치료비를 위해 내가 할수밖에 없던 선택. 6개월의 기간한정 입주간호사 제의를 받아들인날, 내가 상상했던 결말에 이런 상황은 있지 않았다.



오..

오랫만에 진짜 괜찮은 책을 만났습니다.

읽는 내내 건조한 문장. 담담한 문체... 그런 스타일 좋아하는 저는 이 책 읽으면서 많이 설렜습니다.

저는, 책을 느리게 읽어요. 앉은 자리에서 책을 다 완독하는 스타일도 못되요. 책 읽다가 해야하는 일이 떠올라서 늦지않게 하다보면 흐름끊기는 경우도 많아요.  그런데 가끔 마음에 드는 글을 만나면, 책 읽는 속도가 더 느려집니다. 한글자 한글자 놓치기 싫어서 천천히 읽고, 흘려보내지 않으려고 눈 가까이  책을 바짝 당겨서 읽어요. ㅎㅎ 이 책이 그랬습니다.

건조한 문체과 담담한 문장들이 마음에 쏙 들어서, 이 책은 천천히 읽어야겠다. 다짐하며 봤어요. 이 좋은 글을 후딱 읽고 덮기가 아쉬워서요.


책 내용은, 입주간호사 여주와 환자인 남주 사이의 6개월의 이야기 예요. 환자라 하니 어감이 그렇지만 밤에 나쁜 꿈에 시달리고 편하게 잠을 이루지 못하는 그를 돕기위해 고용된 여주가 남주와 서로에게 끌리게 되는 내용입니다.

설정 자체는 여태껏 나왔던 다른 글들과 별다를 바 없다고 볼 수 있는데, 구성을 굉장히 독특하게 해놨어요.

챕터 5개와 프롤로그 1개와, 에필로그 2개로 구성되어있어요.

프롤로그는 뒷 챕터중 한 순간을 들어내다가 살짝 적어둔거고, 챕터 1과 2는 그녀, 여주의 시점으로 적어놨습니다. 챕터 3과 4는 그녀와 그의 시점이 번갈아 나와요. 슬쩍 그 둘의 관계를 엮게된 그의 비서 시점도 섞여있고요, 마지막 챕터 5는 남주의 시점으로 적어놨습니다.


이렇게 1인칭 싯점이 번갈아 나와요. 그래서 훨씬 더 주인공의 마음에 몰입해서 읽을수 있었어요.

내용은 19금에 충실한데요, 이게 문체가 아름답기때문인지 야하고 므흣하기보단 자연스럽고 애틋?한 느낌을 줍니다. 제가, 아시다시피 19금 묘사들 안읽고 막 뛰어넘쟈나요.. 이책은 그 문장 하나하나를 다 읽었습니다. 그렇게 예쁘고 차분하게 그려져있어요.


두 사람의 마음이 엇갈리면서, 처음 만나서 빠져들게된 포인트는 서로 다르지만 본래 가졌던 감정에서 변화되가는 두사람의 심리를 엿볼 수 있는 문장들이 섞여있어서 19금인데도 19금이라는 느낌 들지않게 흘러갑니다. 그게 참 좋았어요. 그둘의 마음이 엿보이고, 고개 끄덕일 수 있는 그들의 상황때문에요...


이 남주가 이렇게 악몽에 시달리고, 소중한 사람을 만들지 못하고 남과 엮이지 않으려 노력하게만든 사건과 그 범인이 이 책에 나오는 긴장의 주요 동기인데, 이게 어떻게 해결되는지 설명이 없는게 제가 별 반개를 뺀 요소예요.(알리딘 별점은 반개짜리가 없네요. 그래서 별 다섯개를 다 주었습니다) 앞의 긴장은 그 요소가 이끌어 갔는데 마지막에 그게 어떻게 해결되는 지는 일언반구가 없어요. 긴장이 해결되는 데 아무런 설명도 없는... 그게 참 아쉬웠어요.

하지만, 그걸 자세히 묘사하고 설명한다면 책이 중편이 아닌 장편 분량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그걸 과감히 쳐내셨나보다 하고 이해했어요. (그래서, 이책이 더 촘촘한 구성으로 사건의 범인과 그를 잡는 과정 이런 설명이 덧붙여진 장편이 되었어도 참 좋았지 않겠나 하는 아쉬움도 있어요. 그만큼 좋았습니다)


책 제목(타 오르 다)은, 남주, 여주의 이름과 그들의 아이 이름 이예요. 서정윤님 차오르다 와 비슷해서 슬쩍 헷갈리기도 했는데 제목의 뜻을 알고나서 주인공의 이름이라구? 하며 잠깐 응? 하기도 했는데, 남주이름과 여주이름이 갖는 의미, 그리고 아이의 이름까지 책을 읽고나니 이마저도 참 흐뭇했어요.


남주 이름은 꽃송이를 세는 단위.

여주 이름은 몽골어로 산들바람.

아이의 이름은 이 모든것을 다 라는 뜻이라니.. 얼마나 이쁘던지요...



이서원 작가님은, 지난번 마지막 연애를 읽고 관심이 갔어요.

마지막 연애에 묘사된 남주의 모습이 진짜 마음에 들었었거든요. 자기 여자를 위해서 기꺼이 내 인생의 순간을 기다림으로 채울줄 아는 남자. 이기적인 남주들 많이 보다가 그런 외조도 그녀와 내가 만들어가는 내 삶의 한부분 이라고 받아들이는 남주를 보고 참 많은 호감을 캐릭터에게 가졌더랬습니다.

그 호감으로 이 책도 망설이지 않고 선택했는데 이책은 지난번 책보다 더 좋아서 진짜 기쁘네요..

좋은 작가 한분을 내 마음속에 모신거 같아서, 이제 이분 책은 나오는대로 다 사게 될거 같아서 막 기쁩니다...



작가님!! 책 앞날개에 써있는, 친구와 "좋은 작가"라며 이야기 할수 있고, 책장 넘기기 아까워서 찬찬히 읽는 독자가 생기면 행복한 작가이실꺼라고....

저에게 있어서는 작가님이 진짜 행복한 작가 실거 같아서, 저도 기쁩니다...

다음 책도 이렇게 좋은 글로 다시 만나뵙길 바랍니다~~ 읽는 내내 행복했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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