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강화 섬의 소년들 오늘의 청소년 문학 30
이정호 지음 / 다른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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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리뷰는 블로그에서 작성한 내용을 그대로 옮겨왔습니다.


이정호의 소설 ‘그해, 강화 섬의 소년들’ 은 1866년의 조선 병인년에 있었던 그 사건에 두 소년들이 겪었던 현장 한 구석에 겪은 고난을 그려주는 소설입니다.

글로만 배울 수 있었던 천주교박해의 현장. 천주교와 관련이 없던 그저 마을에 가난하지만 소박하게 아버지와 여동생과 하후하루를 가난하지만 가족을 생각하며 살아간 열네 살의 소년 득이, 천주교를 믿은 부모님의 영향으로 살던 곳에서 계속된 도피생활의 끝에 결국 부모들과 영영 이별하고 만 여두 살의 바우. 두 소년이 하나의 사건이 일어나는 현장에서 만나기까지, 만나고 현장을 두 눈으로 보게 되면서 찾는 아주 작은 희망은 결코 이룰 수 없는 소망이었던 아무리 바란다 하더라도 세상은 그런 소망조차 들어주지 않은 역사의 화마에 삼켜진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는 밤, 과 시커먼 연기라는 단어가 두드러지는 표현을 사용함으로 앞으로의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 될 것인가를 암시하게 해줍니다. 서양의 푸른 눈을 가진 사람들이 무장을 한 배가 마을 앞에 있는 바다에 나타나면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 조마조마한 마을의 분위기. 그러나 하루를 또 살아가기 위해서 무슨 일이라도 해야만 했던 득이는 마을의 분위기를 신경쓰면 서도 일을 하러 나갑니다. 그렇게 하루 먹을 것도 구하기 힘들었지만 집으로 돌아왔더니 동생은 없어지고 집을 지키고 있던 아버지에게 묻자, 찾아온 서양인에게 딸을 데려가게 했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말을 들려주었죠. 득이의 여정은 이때부터 시작합니다.

또 한명의 소년 바우는 천주교를 믿는 부모님의 밑에서 상황이 바뀌어가면서 탄압의 우리가 점점 좁혀오면서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서 나라를 떠나는 아버지와 그렇기에 남은 가족을 숨기기 위해서 친한 이가 있는 곳으로 도피시키지만, 올가미는 그의 가족을 덮치고 말았죠.

두 소년은 살아온 환경이 달랐지만 소년의 힘으로는 어찌 할 수 없는 방식으로 가족을 잃고 맙니다. 한쪽은 동생을 찾기 위해서, 한쪽은 더는 어쩔 수 없는 상태로 잡혀서 겨우 목숨만 붙은 채, 미끼로서 한 장소에서 만나게 됩니다.



바우의 아버지는 바우에게 가르침을 줍니다. 그것도 사람답게 사는 거. 하지만 현실의 바우는 사람이 아닌 미끼로서 언제 죽어도 당연한 처우를 당하면서 사람다운 삶을 살지 못하고 있었죠. 그저 힘이 없었던 아이란 이유만으로 모든 것을 잃고 말았죠. 이는 두 소년이 만나면서도 달라질 것 없는 상황에서도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마마 안식이라고 할 수 있던 것은 득이와의 만남으로 이름을 남길 수 있단 것을 알게 되었고 서로의 이름을 알 수 있었다는 것일까요. 목적이 달랐지만 같은 장소에서 살아 있을 수밖에 없는 아이들.

바우는 작중에서 하나의 소원을 바랍니다.

새가 되고 싶다.



몸이 새털처럼 가벼웠다면, 작은 아이가 바라는 것은 자유를 원하는 것이었습니다. 결코 얻을 수 없던 그 자유는 끝내 이뤄지는 일이 없었습니다.

상황은 계속 조마조마했습니다. 마을은 숨 죽은 듯이 고요했고 이양선들이 배치 되어있고 양 세력은 서로 총을 겨누며 대치하고 있는 복판에 두 아이들은 그 틈에서 일방적으로 당해야만 했습니다. 어른들의 상정에 아이들은 저항조차 할 수 없이 온 몸으로 그것을 맞이합니다.



한국사를 통해서 간략하게 배운 역사의 기록은 우리가 모르는 장소에서 더 많은 이야기가 있었을 겁니다. 그건 어른 뿐 아니라 천주교를 믿었다는 이유로 부모와 그 아이들까지 멸하려고 했던 당시의 사회는 힘이 없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주며 민초를 지켜주는 이가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안타까움의 상황만을 맛보게 되었죠.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권력 앞에서 아이들은 도구로 사용당할 뿐. 하지만 암흑의 시대라고 해도 두 아이가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습니다. 살기 위해서 발악을 해주었고, 살기 위해서 수를 쓰면서 총과 칼이 난무한 현장에서 마지막 궁리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아무리 막혀 있는 상황이라도 그 상황을 넘길 수 있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렇기에 두 가지의 면을 보여주는 이야기였습니다. 하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절망의 어둠. 그 어둠에서도 잃지 않은 희망을 가진 마음을.

살아서 자유로울 수 없던 아이는 그토록 바라는 하늘을 찾을 수 있었고 하늘로 떠나며 자유를 찾게 되었습니다. 한 소년은 불합리한 세상에서도 살아남게 되었습니다.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을지언정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을 다시 새겨주는 것처럼 말이죠.



가벼운 이야기가 아니었기에 ‘그해, 강화 섬의 소년들’ 의 이야기를 읽어보면서 이걸 잘 전달할 수 있을까, 리뷰를 적어보면서 꽤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두운 역사이지만 우리는 그 역사를 알아야 하고, 그 역사들을 통해서 우리는 필요한 교훈들을 얻곤 하죠. 병인년에 있었던 그날의 이야기도 역사적인 부분이 아닌 역사의 밖에서 휘말렸던 사람들의 이야기로서 접하게 되니까, 아 여전히 내가 모를 수 있는 시점들이 있었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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