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21ccom > 현대 문명 극복에 대한 뒤르켐의 연구
연대와 열광 - 에밀 뒤르켐의 현대성 비판 연구 창비신서 160
김종엽 / 창비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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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스,베버,뒤르켐을 3대 사회학자라 하지만, 맑스나 베버에 비해 뒤르켐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는 그리 많지않은 듯 싶다. 그런 가운데 김종엽의 <연대와 열광>은 '에밀 뒤르켐의 현대성 비판'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자살,아노미,연대,열광 등 뒤르켐의 핵심주제들을 현대의 시대적 병리의 극복으로써 정치적 현대성의 재구성이라는 틀로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뒤르켐은 현대 사회의 병리 일반을 사회학화하고, 욕망의 무한생산에 따른 생산력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상성의 최적운행이라는 이념에 근거해 도덕적 규범을 회복해야 한다고 본다. 이의 논리적 근거로써 산업주의를 전제하고 현대의 병리를 아노미를 파악하지 못한 자유주의와 사회주의의 한계를 비판하면서도 자유주의가 내면화하고 있는 평등계약을 통한 규범의 제도화 그리고 이와 연관된 사회주의의 경제의 공공화를 재규정하여 비판적으로 계승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 비판적 대안으로써 연대이론을 제시한다. 뒤르켐은 부정적 연대를 폐기하고 유기적 연대를 미완의 과제를 남겨둔 채 그 공백을 (기계적 연대의)집합의식의 구조변동을 통한 인간숭배의 개념으로 메우고 있다. 그리고 도덕적 규범의 제도화라는 경험적 토대로서 또 국가와 사회간의 분화 내의 소통을 위한 매개조직으로 중간집단을 설정하고, 국가·개인·중간집단 간의 견제와 균형을 통해 개인의 자율성과 연대를 양립시키고자 한다. 그리고 공화주의적 군중이론을 통해 집합적 열광의 창조성에 의해 그러한 연대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사회주의가 80년대말 붕괴하면서 자본주의에 대한 전일적 지배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제3의길,지속가능한 사회,삶의 질,후기절약형 경제체제,동아시아적 가치의 모색 등 다양한 논의들이 가능한 대안을 모색하느라 골몰하고 있다. 한번쯤 이런 고민을 해본 사람에게 이 책은 상당한 의의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더구나 대안없는 비판이라는 논리로 자유주의에 대한 모든 비판을 이상주의로 일축해버리는 현실에서, 산업주의를 기반으로 한 진보의 허구성을 비판하고 자유주의 내에서의 개인 자율성의 한계와 권리로서의 자유가 지난 역사에서 낳아온 사회 병폐를 지적하며 여기에 연대의 원리를 보완한 것은 실현가능한 대안으로 검토될 만 하다. 뿐만 아니라 문명의 이기를 벗어나 원시(!)로 돌아가고자 하는 일부 공동체주의자들, 아나키스트들에 대해서도 사회발전의 단계를 인정하는 가운데 그 사회유형과의 연관 속에서 합리적 가능성을 찾는데 뒤르켐의 시도는 유효한 면이 있다.

물론 이러한 뒤르켐의 관점을 기능주의적이라고 지적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집합적 열광에 의한 사회구조의 본질적 변형이라는 뒤르켐의 군중이론을 통해 어느정도 극복 가능하다고 본다. 또한 활동가 위주의 시민없는 시민운동,백화점식·이슈 중심의 시민운동,국내·국제 연대의 결여,대중매체지향적 여론정치 등의 한계에 부딪힌 우리나라 시민운동에서 범속한 민중의 자발적 의지에 따른 상호작용과 능동적 참여 강조,운동주체 자신의 심층적 변형, 분화 내 소통 및 분화 자체의 민주화 등은 시사하는 바가 크며, 특히 뒤르켐은 이를 통해 사회구조 자체를 재구조화하고자 하므로 민중운동의 시민운동에 대한 비판(체제 내 개혁 등)을 극복하고 상호연대를 모색하는데 유효할 것이다.

결국 문제는 그 사회의 기본적 가치가 무엇인가에 따라 여러 사안에 대한 대응방식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요즘 쟁점이 되는 국가보안법, 주한미군, 집단 이기주의 등의 대응에 대한 인식의 차이도 바로 그러한 가치관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분화와 복합성 증대에 따른 다양한 가치관을 인정하는 가운데 사회를 통합하기 위한 보편적 가치관에 대한 모두의 고민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뒤르켐의 정치적 현대성의 재구조화는 그런 나의 고민에 어떤 지향점을 제시해줄 수 있었다. 이상 나는 뒤르켐에 대한 어떤 체계적 연구나 논의를 접해보지 못한 터라 비평보다는 내 개인적 감상 정도를 나열해 보았다. 그리고 남아있는 비평의 자리는 이 책을 읽는 다른 독자에게 미뤄둔채 그만 글을 맺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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