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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젠가
이수현 지음 / 메이킹북스 / 2021년 10월
평점 :
친구들끼리 모여서 즐겼던 젠가게임, 나무블록을 쌓아 두고, 차례대로 돌아가며 블록 하나씩 빼내어 위층으로 쌓아올리는 보드게임으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게임 중에 하나입니다. 나무탑이 무너지면 게임에서 지게 되는 데, 나무가 아닌 유리로 하는 젠가라니 아찔함이 절로 듭니다. 만약 쓰러지기라도 하여 깨져 버리는 유리가 우리의 마음이라면 저는 과연 잘 버텨낼 수 있을까요?
이런 복합적인 질문을 가지고 읽은 소설‘유리젠가’는 총 4개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충북작가 신인상 소설 부문 당선작인‘시체놀이' 를 비롯하여 책 제목과 동일 제목인 '유리 젠가',‘달팽이 키우기',‘발효의 시간’이렇게 서로 각각 다른 이야기를 묶어 만든 단편소설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전적인 내용이나 판타지적인 요소 등은 전혀 없이 사회문제로 생각될 수 있는 부분들을 각자의 주인공들의 상황에 따라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취업준비생, 계약직 등 위태위태해보이는 청춘들의 모습들이 앞서 이야기한 우리 사회의 유리젠가처럼 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P.21 유통 기한이 지난 음식처럼, 나라는 상품은 이미 신선도와 활기를 잃어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마치 진열대에서 유통 기한을 확인한 뒤 슬쩍 내려놓는 삼각 깁밥처럼, 면접관들 역시 내 지원서를 슬쩍 훑어보고 실망한 뒤 내려놓는 건 아닐까. (시체놀이)
P.149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겠다는데도 왜 섣부른 예단으로 꿈을 가로막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원치 않은 길을 선택해봤자 끔찍하게 지루한 삶을 걸어갈 뿐, 보장된 미래는 없었다. (발효의 시간)
젊은 작가의 필력은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관통하는 듯한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책장을 넘기며 내용들에 많이 공감해봅니다. 제 마음에도 만약 유리젠가가 있다면 깨지지 않도록 견고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