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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 키우는 사람 ㅣ 색채 3부작
막상스 페르민 지음, 임선기 옮김 / 난다 / 2022년 12월
평점 :
소설의 주인공 오렐리앙은 꿀벌 키우는 사람이 되기로 결심한다. 자신이 생각한 삶의 색이 꿀벌의 색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에게 삶이란 신기한 금빛 꿀벌이었다.
'어릴 적 어느 날, 꽃가루 묻은 꿀벌 한 마리가 손에 와서 앉았다 날아갔는데, 손바닥에 남은 꽃가루가 금가루처럼 보이며 생명선을 가르고 있었다. 그날 이후 그는 꿀을 꿈꾸었고, 꿀벌 키우는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었다.'(p14)
단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금빛 꿀벌을 위해 오렐리앙은 꿀벌 키우는 사람이 되고자 한 것이다.
'그는 미를 찾는 사람이었다. 그에게 삶이란 그것을 가로지르는 순수한 마법의 순간들이 있기에 살 만한 것이었다.' (p10)
소설에서 작가는 <자기만의 색>을 강조하는 듯하다.
오렐리앙의 할머버지에게 금은 라벤더의 색이고, 오렐리앙에게 금은 꿀의 색이었으며, 마을 카페의 주인인 클로비스에게 금은 압생트의 초록빛 색이다.
고향에서 꿀벌을 잘 키우고 있던 어떤 날, 벼락으로 인해 벌통에 불이 나고 만다. 그래서 모든 걸 잃어버리게 된다. 오렐리앙은 아프리카에서 금을 찾는 사람들에 대한 꿈을 꾼 후 아프리카로 금을 찾기 위해 집을 떠난다. 그에게 금이란 곧 꿀벌이다.
'절대적으로 확실한 미래는 없어요. 그러니 도전해볼 가치가 있는 거죠.'(p28)
그의 성격이 어떤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삶에 대해 독특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방황만이 어느 날 자신을 발견하게 해준다고 생각했다.'(p51)
아프리카로의 긴 여정을 통해 여러 번 죽을 뻔한 고비를 거쳐 집으로 돌아온 오렐리앙은 여행 중 만난 한 기술자의 도움으로 꿀벌을 키우는 데 성공하는 듯 했지만, 이 역시 오래 가지는 못했다.
벌집 나방이라는 기생충 때문에 그들의 꿀벌 나라는 폐허가 되고 말기 때문이다.
결국 오렐리앙은 두 번 다 실패하고 만다. 그렇지만 그는 그 쓰디 쓴 실패를 경험 삼아 다시 벌꿀을 키울 준비를 하며 소설은 끝난다.
소설은 그렇게 끝나지만 종국에는 오렐리앙이 성공할 것임이 느껴진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그토록 확고하고, 행동력 마저 최고인 그가 성공하지 않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각자 자기만의 색이 있으니, 그 색을 찾아 인생을 살아가라고 말하는 듯하다.
나의 색은 무엇일까? 자기의 색을 찾은 오렐리앙과 그의 할아버지, 카페 주인이 부럽다.
환상 동화 한 편을 읽은 느낌인데, 왠지 여운이 긴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