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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14 - 그리스도의 승리 ㅣ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14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6년 2월
평점 :
지난 몇 일간 비가 내렸다. 화려하게 꽃망울을 터트리자마자 비에 젖어 풀이 죽었던 벚꽃들이 이젠 질퍽질퍽한 빗길에 천덕꾸러기마냥 지천에 나뒹굴고 있다. 그러고는 벚꽃의 비참한 최후를 비웃기라도 하듯 오늘 하늘이 시리도록 푸르다. 며칠 견디지도 못할 운명이면서 가벼운 빗방울에도 못이길 것을 그들은 왜 그토록 화려하려 했는지 모르겠다.
어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제 14권 '그리스도의 승리'를 읽었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도 않았으며, 거의 500년 이상 팍스 로마나를 일구어낸 로마 문명이지만, 그리고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문명이었지만, 긴 역사에 비추어 볼 때 그들도 벚꽃만큼이나 허망하게 그 운명을 끝내고 만다. '로마인 이야기' 14권은 몰락의 길로 접어든 로마문명의 씁슬한 뒷모습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듯하다. 제 2권에서 한니발에게 쑥대밭이 되어버렸던 기원전 3세기의 로마와 비교하면, 서기 4세기의 로마는 힘으로 보나 풍요로움으로 보나 모든 면에서 훨씬 문명화되어 있었지만, 젊을을 소실한 한 노파가 무너져가는 대저택에서 안락의자에 앉아 초조하게 죽음을 기다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벚꽃은 피기전의 설레임이 아름답다. 막 피어나려는 꽃망울이 눈부신 햇살을 만나는 것처럼, 젊었던 로마가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옥타비아누스를 만난 것은 로마의 행운이었다. 1776년 당시 아메리카에 조지 워싱턴, 벤자민 프랭클린, 제임스 메디슨이 있었던 것이 미국의 행운이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