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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유발자들 - 인간 심리의 취약점을 이용하는 소셜미디어의 뒷이야기
맥스 피셔 지음, 김정아 옮김 / 제이펍 / 2024년 1월
평점 :
『혼란유발자들』(맥스 피셔 지음, 김정아 옮김, 제이펍, 2024)은 뉴욕 타임스의 국제부 기자인 맥스 피셔가 쓴 책으로, 소셜 미디어의 부상과 그로 인한 사회적 위험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라는 마법에 빠지다.
우리는 유튜브,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를 식사를 하면서 할 게 없어 보거나, 자기 전에 잠깐 봐야지 하면서 보거나, 알림이 와서 보는 것처럼 생활의 많은 부분을 소셜 미디어에 빠져있습니다. 정교하게 발달된 알고리즘, 뉴스피드, 좋아요, 공유와 같은 소셜 미디어의 다양한 기능은 우리들의 시간을 묶어 놓는 데에 그치지 않고 시간을 삼켜버리고 있습니다. 『혼란유발자들』은 시간을 삼켜버리는 소셜 미디어를 자세히 설명합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의 소셜 미디어 플랫폼은 사용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극단적이고 갈등적인 콘텐츠를 선호하며, 이는 현실을 왜곡하고 극단주의와 폭력을 조장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저자는 전문가, 내부 고발자, 그리고 자신이 직접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얻은 인터뷰를 통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책의 구성
책은 소셜 미디어가 어떻게 세계의 여러 지역에서 폭력과 정치적 불안을 증폭했는지에 대한 사례들을 제시합니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은 미얀마에서 로힝야 무슬림에 대한 대량 학살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스리랑카와 독일에서도 반-이슬람 폭동을 일으켰습니다. 또한, 트위터와 유튜브는 백인 우월주의자, 반-백신론자, 선거 음모론자들을 연결하고, 대안우파·백인우월주의자들의 2017년 샬롯빌 집회, 2021년 국회의사당 습격과 같은 충격적인 사건을 만드는 데에 일조를 했습니다.
책이 다루는 주제
저자는 소셜 미디어가 우리 인간의 마음을 교묘히 조종한다는 사실과 그 영향력에 대해 설명합니다.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이해를 돕습니다. 저자는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차례대로 파헤치며, 기술이 우리의 행동을 형성하는 다양한 방식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해줍니다.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소셜미디어의 부작용
저자는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례로 소셜 미디어의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냉철하게 경고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사냥한 사자와 함께 인증숏을 찍어서 소셜미디어에서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조리돌림을 당한 의사부터 시작하여 소셜 미디어에서 발생한 소란이 실제 심각한 테러 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게이머 게이트, 미얀마의 적이 된 로힝야족, 사실을 교모하게 편집한 동영상으로 인해 더 심한 종교 갈등으로 번진 스리랑카, 다양한 음모론으로 인해 치료가 힘들었던 브라질의 지카 바이러스, 스스로 정체성을 만들어 과격해져 국회의사당까지 점령한 미국의 대안 우파, 모든 게 계획되었다는 음모론(플랜데믹)으로 인해 더 많은 혼란과 사상자가 발생한 최근의 코로나19, 유튜브에 있는 가짜 뉴스를 통해 선거가 조작되었다고 주장하는 부정선거까지 많은 사례를 소개합니다. 소셜미디어는 이러한 문제의 시작은 아니었더라도 문제가 커지게 하는 데 크게 도왔으며, 아직까지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부작용을 알고도 더 부채질한 소셜미디어
저자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들이 자신들의 직원들로부터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개혁을 거부하고, 적절한 검열과 사실 확인을 수행하지 않았다고 비판합니다. 이런 비판을 통해 저자는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의 윤리적인 책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강조합니다.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창업자, 소수의 투자자가 대부분의 지분을 소유한 소셜 미디어 회사의 근본적인 지배 구조 변화와 소셜 미디어의 다양한 기능을 만드는 종사자들의 의식 개선에 우리들이 힘을 실어주는 것이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데에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책의 장점
이 책의 장점은 다양한 근거와 예시를 통해 소셜 미디어의 위험성을 설명한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자신의 취재 경험과 내부 고발자로부터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소셜 미디어가 어떻게 사회적 혼란과 분열을 야기하는지에 대해 상세하게 분석합니다. 그리고 실리콘 밸리의 독점적, 도덕적으로 중립적인 사고방식을 비판하며, 소셜 미디어의 책임과 규제에 대해 논의합니다. 또한 저자는 소셜 미디어가 정치적 불안과 폭력에 중요한 역할을 한 사례들을 꼼꼼하게 설명하며, 우리 디지털 시대의 사회적 결과를 비판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부족했던 점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단점은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사진이나 그림이 없습니다. 미주에 저자가 참고한 많은 자료가 있지만, 책의 본문에 독자의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자료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책에서 페이스북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지만 8000만 명이 넘는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해 영국, 미국, 인도, 브라질의 선거에도 활용되었다고 의심을 받는 '페이스북-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개인 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언급이 없어 안타까웠습니다. 페이스북은 해당 사건으로 인해 미국 연방 법원으로부터 50억 달러의 벌금을 받았음입니다.
느낀 점
『혼란유발자들』은 소셜 미디어의 역사부터 시작하여 소셜미디어가 인간의 심리의 미치는 영향에 대해 깊이 있고 재미있게 쓴 책입니다. 책은 소셜 미디어가 어떻게 우리의 세계를 재구성했는지에 대해 명확하고 설득력 있게 설명합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리는 기술과 심리학, 그리고 사회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을 총체적으로 알아볼 수 있습니다. 책은 소셜 미디어 알고리즘에 의해 사용자가 편향된 콘텐츠만 반복적으로 추천받아 빠져드는 현상을 뜻하는 토끼굴부터 설명하여 필터 버블, 진실 착각 효과, 허위 양극화, 사촌의 횡포, 탈 개인화, 지위 위협, 위기-해법 구조와 같이 단순하게 사회적 현상만 파악하는 것이 아닌 심리의 원인과 결과, 영향력을 나타내는 다양한 개념들을 살펴봅니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디지털 활동을 성찰하고 사회에 주는 더 넓은 의미를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인셀, 트럼프 주의, 대안 우파처럼 처음 보는 단어들을 보며 소셜 미디어의 발달로 인터넷으로 연결된 사회는 더 강하게 연결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현실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그들을 보며 우리 사회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정체성에 대한 위기, 사회적 고립으로 고통을 받고 있으며 '앞으로 얼마나 더 심해질까?',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책은 스탠리 큐브릭의 SF영화, <2001 :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인공지능 기계 'HAL 9000'을 언급하며 마무리합니다. 목성의 도착이라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같이 탑승한 승무원을 속이고, 죽이기까지 하는 'HAL 9000'을 보며, '소셜 미디어도 우리를 위험으로 빠지게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을 했습니다. 앞으로 소셜 미디어의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을 함께 생각하고, 스스로가 소셜 미디어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판단력을 길러야겠습니다.
추천 독자
『혼란유발자들』은 소셜미디어에 대해 조금이라도 의구심 있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입니다. 인간의 심리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도 추천합니다. 심리 현상의 아래, 깊숙한 곳에 있는 심리의 원인을 자세히 설명합니다.
연관된 책으로는 『마크 저커버그의 배신』(로저 맥나미 지음, 김상현 옮김, 에이콘출판, 2020)이 있습니다. 『마크 저커버그의 배신』은 페이스북의 초기 투자자이자 멘토인 저자가 알려주는 소셜미디어(특히 페이스북)가 어디에서 잘못됐는지, 그런 잘못을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지 궁금한 사람들에게 유용한 입문서입니다. 『혼란유발자들』에서 부족했던 내용인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넷플릭스에 있는 《소셜 딜레마》(제프 올롭스키 감독, 2020)는 『혼란유발자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다큐멘터리입니다. 《소셜 딜레마》는 소셜 미디어의 알고리즘이 우리들의 중독을 강화시키고, 음모론을 비롯한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지에 대한 내용을 실리콘 밸리의 다양한 내부 고발자를 통해 보여줍니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