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엄마 심리학
이지안 지음 / 글항아리 / 2019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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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이를 임신했을 때, 저는 육아서를 많이 읽었어요. 보건소에서 주최한 산모교실에 갔더니 다른 어떤 태교보다 엄마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게 가장 좋은 태교이고,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책을 읽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알려주더라고요. 그래서 좋아하는 책도 읽어주고, 동화책도 읽어주고, '엄마'준비를 하려고 육아서도 참 많이 읽었지요.

 <초보 엄마 심리학>은 제가 읽었던 여느 육아서와는 달라요. '내가 글을 썼나?'싶을 정도로 작가님의 이야기 하나하나에 공감이 갔답니다. 앞으로 아이를 만나게 될 '예비 엄마'와 아이를 키우고 있는 '초보 엄마'의 불안과 걱정을 이해하고 '엄마'를 둘러싼 주변 관계와의 물음에, '심리학을 전공한 나(작가)도 그랬어요.'라고 토닥거려주는 책이 아닐까 싶어요.


 좋은 vs 완벽한

p.21 완벽한 엄마에 대한 허상을 내려놓고 나니 어깨가 그리 가벼울 수 없었다. 아이가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 "그래, 나는 완벽한 엄마는 아니지만 좋은 엄마는 될 수 있어!" ... 나에게 좋은 엄마란 여유 있는 엄마다. 비록 청소를 잘 안 해서 집은 지저분하고 반찬도 다양하게 만들어주지 못하지만 징징거리고 떼쓰는 아이를 여유를 가지고 돌봐줄 수 있는 엄마!

p.29 그러나 인생은, 육아는 책에 적힌 대로 되지 않는다. 내가 잘못한 게 없어도 안 좋은 일이 생기고 잘한 게 없어도 좋은 일이 생긴다. 그리고 아기는 책에 나오는 대로 크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다.

 '왜 그렇게 육아서를 많이 읽었을까'라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니, '좋은 엄마'가 아닌 '완벽한 엄마'가 되고 싶었다는 답이 나옵니다. 처음 '엄마'가 되는 것에 설렘도 있고, 두려움도 있지만 한 아이를 책임져야 한다는 무게감에 책을 읽고 또 읽으며 신랑에게, "이렇게 해야 된대, 저렇게 해야 된대," "이러면 어떻게 되고, 저러면 저렇게 된다네."주절주절 육아서 내용을 공유하기도 했지요. 그렇게 육아 기준을 잡아갔던 것 같아요. 완.벽.하.게!

 아이를 낳고 그 기준을 따르려다 보니 너무 힘들었습니다. 지키지 못한 날은 아이에게 죄책감도 들고, 나 자신에게 실망하며 '나는 나쁜 엄마'라며 자책하는 날도 많았지요. <초보 엄마 심리학>에서도 같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한 줄 한 줄 읽어내려가며, '아, 내가 이런 책을 읽었어야 했는데... 방법론적인 육아책만 찾아봤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의 자존감 도둑, 엄마

p.106 아이에 대한 부정적인 마음이 크면 이렇게 부지불숙간에 표현될 가능성이 있다. ... 아이가 말을 잘 못 알아들었더라도 그 뉘앙스를 느끼고 얼마나 속상했을까. ... 왜 모르는 사람에게 굳이 아이의 단점을 말했을까 참 후회가 됐다.

p. 아이 입장에서는 자꾸 외모를 지적하는 말을 들으면 단점을 가진 자신을 부모님이 싫어한다고 생각해버린다. 그리고 사랑받지 못하는 자기 자신이 싫어진다. 자기혐오가 일어나 개선에 대한 동기가 생기기는커녕 문제를 포기하고 말아 버린다. 거기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단점을 자꾸 드러내니 수치심까지 더해진다.

 어릴 적 들었던 엄마의 말에 저도 무척이나 자존감이 내려가고, 사람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얘기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써, 더 조심스러워져요. 이지안 작가님의 책을 읽으며, 단점을 지적하는 부모의 입장도 들여다보며 한편으로 이해해봅니다. 


 앞서 얘기한 것과 같이 '내가 글을 썼나?' 할 정도로 저자와 같은 상황이 많아 술술 읽히고, 읽는 내내 위로받는 기분이었어요.'다 힘들다는데, 나만 유별난 건가?', '좋은 딸, 좋은 아내, 좋은 엄마인 동시에 좋은 며느리여야 한다는 강박에 스스로가 힘든 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육아에 위로받고 싶은 분'에게 추천합니다!.

 아직 미혼인 여동생에게, 곧 엄마가 될 친구에게 꼭 선물해주고 싶은 책이에요 💕

이런 기준으로 아이를 키우고 엄마가 돼야 한다가 아닌, 다수의 관계 안에서 '엄마'가 갖는 불안과 걱정을 보듬어 주는 책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지안 작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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