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자지라
모하메드 엘나와위 & 아델 이스칸다르 지음, 김용현 옮김 / 홍익 / 2002년 10월
평점 :
절판


2~3년 전부터, 언제나 불만이던 게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비(非) 서구세계의 언론이 너무(!) 자기를 미화하고 감추는데만 급급하다는 사실이었다.(예외는 있다. 한국이나 인도의 언론은 무자비하게 자아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다른 나라들은 아니올시다다)

미국의 흑인 민족주의자들이 이끄는 언론은 LA 폭동 때 '모든 건 한국놈 탓'이라고 소리를 질렀고,(사실 이 점은 멕시코계 미국인이 이끄는 언론도 마찬가지였다) 아랍의 언론사들은 '모든 것은 서양놈이나 힌두교도 탓'이라고 악을 쓰기에 바빴으며 한족漢族이나 화교 언론은 역겨울 정도로 자화자찬하며 이들과 다를 바 없는 태도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너도 잘못이 있지 않느냐?'는 물음에는 '역겨운 서구 추종'이라는 낙인을 서슴없이 찍어버렸다. 그들의 정의는 '모든 것은 네 탓이다.'였고 자아비판이나 성찰은 도저히 찾아볼 수 없었다. 나는 비(非) 서구세계의 언론은 서구 언론 못지않게 썩었고 그들의 세뇌를 받는 사람들에게는 희망이 없다고 여겨 절망했다.

그런데! 난데없이 나타난 한 아랍 방송국이 이런 내 생각을 싹(!) 도려내 주었다! 미국의 아프간 공격 때 갑자기(!) 모든 비(非) 무슬림(:이슬람교도)에게 모습을 드러낸 이 방송사는 '비 서구세계의 언론사는 자화자찬하기에 바쁘다.'는 공식을 서슴없이(!) 비웃으며 제국주의와 아랍 안의 인습, 종교권력을 똑같이(!) 도마에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그래서 이 방송국이 좋다. cnn처럼 자화자찬하며 다른 세계를 '박물관의 유물기행'하듯이 훑어서 보여주지 않고, 그러면서도 다른 방송국들과는 달리 스스로를 찬양하고 미화하는 악습에 빠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훑어보면서' [알 자지라]는 아랍 언론계, 아니 아랍 - 북아프리카 세계의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며, 비단 아랍이나 이슬람 세계 뿐 아니라 모든(!) 비 서구세계의 새로운 모범이 될 것이라는 점을 확신할 수 있었다.

오늘,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한다. '아랍'하면 아직도 낙타, 당나귀, 진흙으로 된 집만 떠올리는 당신에게, 그곳에도 우리처럼 '전통과 현대' 사이에서 샌드위치처럼 끼여 갈등하는(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싸우는!) 사람들이 있고, '공정한 언론'이라는 새로운 길을 닦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어서다.

인도의 '새로운 얼굴'이 컴퓨터 산업이듯이, 아랍의 새로운 얼굴은 '알 자지라' 방송국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섬'(아랍어로 '알'은 영어의 'The'나 독일어의 'Der'처럼 특별한 뜻이 없는 정관사이며, '자지라'는 '섬'이라는 뜻이다)이여, 부디 자유와 새로운 희망을 지키는 보루가 되어 주시길! 새로운 '사바흐'(아랍어로 새벽)를 여는 곳이 되기를! 총 대신 카메라와 펜을 들고 새로운 '타우라(혁명)'를 치뤄 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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