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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사람과 함께 울라 - 윤판사가 보내는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
윤재윤 지음 / 좋은생각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날이 밝아지고 있다. 여름이 다가오면서 해는 길어지고, 밤은 짧아지고...
여러 수목들이 풍성한 녹음을 뿜어내며 밝은 나날들을 꾸며대고 있다. 거리에는 겨울때와 달리 사람들이 넘쳐나고, 옷도 밝아지고 화려해졌으며, 환해졌다. 거리에 활기가 넘친다.
그렇다면 요즘 나온 책에 맞게, '웃는 사람과 함께 웃어라' 가 되어야 하지 않나. 라는 쓸데없는 생각과 함께 이 책에 관심이 생겼다.
앞에는 저렇게 말했지만, 정작 나는 울고 싶은 날이 많다. 아니 울어야 할 일이 많다.
주변에는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분들이 많아지고, 억울하게 사기당하는 분들도 있었으며, 멀쩡하던 분이 병원에 입원하거나, 웃으며 분위기를 밝게 하더분이 상을 당하여 이전의 모습이 다시 보이지 않는 다거나 하는..
울고 싶은 때가 많다. 그러나 나는 울지 못했다. 꼴에 성인이랍시고, 남자랍시고, 참는 것도 아닌데 그저 눈물이 메말랐는지 나오질 않는다. 내 마음은 진심이 아닌 것이었을까.
마침 우는 사람과 함께 울라 라는 책이 보인다.
이 책을 지은이는 현재 판사다. 수 많은 사건, 범죄, 갈등을 여러가지 정황과 정확한 증거로 확실하게 구별해내야 하는 직업의 최고봉에서 일하고 있는 자다. 흔히 우리는 판사는 냉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맞는 말이다. 냉정하게 자신의 동정과 연민에 이끌리지 않고 주어진 정황증거에 따라 공평하게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적기에는 뭔가 이상한 제목이 아닌가?
지은이가 얼마나 유명한 사람인지 나는 모른다. 나는 책을 읽을 때 작가의 유명함을 미리 조사하지 않고, 작가 이력도 미리 보지 않으며, 제목과 잠깐 볼 수 있는 책 내용에서 이것이다 하고 느껴 다 읽고 난 후에야 지은이에 대해서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사람이 판사인지는 알았지만 얼마나 판사라는 직업에 종사했고, 꽤 유명한 사람이란 것을 다 보고 난 후에야 알았다. 하지만 그런 것을 따로 조사할 필요는 없었다. 글에 써진 책 내용자체에서 그는 위대했다. 아니 위대하다는 말을 이 지은이는 싫어 할 것 같으니, 다시 말하자면 그는 영혼의 인도자라는 느낌이었다.
책은 크게 4가지 파트로 나누어져있다.
첫째, 마음-모든 것의 시작. 둘째, 관계-나만큼 소중한 너. 셋째, 눈물- 가장 인간적인 소통. 넷째, 성장-진흙 속에 피는 꽃. 이라는 4가지 큰 파트 속에 좋은 생각처럼 여러가지 야이기들이 맞춰 들어가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없는 사람이라도 중간 중간 한 두가지씩 읽고 책갈피를 끼워놓고는 나중에 다시 읽고 할 수 있는 독서의 편리함이 있다. 내용이 짧다고 의미없는 이야기로 되어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꼭 한번이상은 생각해봤거나, 해봐야 할 만한 내용들이 강한 임팩트를 주며 들어가있다. 저자가 이때까지 맡았거나 보아왔던 사건,재판들. 그 사건들의 주인공인 피고와 원고들, 그들을 보면서 느낀 감동, 슬픔, 안타까움, 깨달음... 그리고 재판뿐만이 아니라, 자신이 겪은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통해 독자의 눈과 머리, 그리고 약하게나마 뛰고 있는 우리 심장을 강하게 두근거리게 한다.
위에서 말했듯이 난 요즘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 이유를 알면 나도 울수 있을까라고 생각해서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봐도 눈물이 나지 않는다. 가슴은 아픈데 눈물이 나오지 않는 건 꽤나 괴로운 일이다. 하지만 정말 놀라운 것은 내가 이 책을 읽고 있다가 어느 순간 눈이 살짝 흐려졌다는 것이다. 그저 판사가 일반사람들의 일반적인 이야기를 보고 느끼고 자기가 생각한 것을 적어놓은 이야기에서 나는 일반적임의 특별한 무언가를 느꼈을지도 모른다. 억지로 사람의 눈물을 잡아빼는 신파극도 아니고, 흔히 TV드라마나 영화속에서 나오는 자극적인 소재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의 담담하면서도 안타까운 문체에 나는 내 눈물샘의 주도권을 빼앗긴 것이다.
게다가 나는 현재 24살의 대학생. 삶의 방식에 대해 길을 헤매고 있을 나이이다. 어느정도의 봉사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보답을 바라는 건지, 아니면 보람을 느낀다고 세뇌시키고 있는건지 모를 나에게 있어 저자는 많은 조언을 제시한다.
책의 어느 부분이었던가, '내가 변하지 않는 이유는 봉사를 통한 남의 신뢰를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라고 하는 내용이 있었다. 그렇다. 나는 봉사를 통해 보답을 얻으려 했지 신뢰를 얻으려 하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베풀고 그에 대해 감사해라고 하는 나쁜 마음가짐으로 행했으니 그런 것에 민감할 사람들이 나에게 신뢰를 주었을 리 만무하고, 그런 신뢰를 받지 못한 내가 변할 수 있었을리가 없다. 정말 밤에 졸린 채로 보다가도 눈이 확 깨이고 가슴속이 쿵쿵 뛰며 얼굴이 새빨개진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 책에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생각은 바로 남을 도움으로 인해서 내가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정법원의 비행소년들을 맡아 바른길로 인도하는 자원보호자 제도에서도 알 수 있고, 범죄를 저지르고 나서 사회봉사를 강제로 하게 되었지만, 그 봉사활동중에 자신의 마음이 감화되고, 결국 그 기간이 끝나고나서도 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스스로 사람들을 돕고 살아가는 실제 사례, 자폐아를 낳고나서, 충격에 빠졌지만 그 충격을 딛고 자폐아로 태어난 자식의 순수한 영혼을 느껴 자신의 미숙했던 면을 깨닫고 고친 어머니, 그런 류의 이야기가 4장에 보면 많이 나온다.
과연 우리는 우는 사람옆에 같이 진심으로 울어본 적이 있는가. 날이 갈 수록 세상은 각박해지고, 살기 힘들어지고, 정은 없어지는데, 그 옆에서 무언가가 힘들어 서럽게 울고 있는 사람 옆에서 같이 울어주며 감싸줘본 적이 있는가. 같이 동감하며 느끼며 행복해하며 슬퍼하는 우리 조상들의 덕목들을 요즘에 행한 적이 있는가.
인터넷이니 신문이니 뉴스에서 어디를 공격해야한다느니 어느대학 어느여학생의 도덕적으로 크게 문제되는 일이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지하철에서 사소할만한 일로 감정이 상해 노약자를 상처입게 하는 등의 정말 울고 싶어질만한 일만 나오는 요즘 세상에, 유난히 눈에 띄어 전국민이 울면서 함께 변해가길 바라게 하는, 그 전에 우선 나를 울린 고마운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