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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텃밭이 생겼어요! ㅣ 기린과 달팽이
레니아 마조르 지음, 클레망스 폴레 그림, 이주영 옮김 / 창비교육 / 2022년 4월
평점 :
요즘 우리반 아이들은 학교 바깥 화단과 교실 창가에서 각각 꽃을 키우고 있다. 실과와 연계해서 아이들이 무척 즐거워하는 활동인데 싹도 나지 않은 흙을 뚫어져라 보며 언제 나오나 기다리는 모습이 무척 귀엽다. 좋은 말을 하면 더 잘 자란다는 이야기를 듣고 매일 옆에서 예쁘다 해주는 모습도 보고 있으면 미소가 절로 나온다.
아이들이 키우고 있는 식물 중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 하는 것은 방울토마토인데 아무래도 다른 식물과 달리 열매가 난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모습을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아이들이 수확의 즐거움을 알고 있고 이로 인해 아이들이 열심히 식물을 돌보게 하는 동기가 되는 것 같다.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내게 텃밭이 생겼어요>의 주인공의 모습이 떠올랐다. 책 속 주인공도 집 주변 텃밭에 식물들 (호박, 무 등)을 심고 키우는 과정에서 각종 동물들과 있었던 과정, 조부모님과 있었던 일들을 풀어놓으며 텃밭 키우기의 즐거움을 느낀다. 계속해서 동물들이 주인공의 작물을 가져가는 장면이 안쓰러우면서도 귀엽다.
특히 이 책을 보면서 내가 아이들에게 하나 이야기 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바로 이 책에서 강조하고 있는 "공존"이라는 부분이다. 교실 안에서는 동물이 내 식물을 먹을 일도 없기 때문에 알려주기가 조금 어려운데, 주인공의 경우 계속해서 자신의 작물을 먹어치우는 동물을 원망하기는 커녕 자연의 순리인듯 공존의 모습을 취한다. 열심히 키운 식물이라 아까울만도 한데 주인공은 "하는 수 없지"하는 태도로 전혀 화내지 않고 계속해서 새롭게 시작하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아이들은 게임에서 지거나 좋은 것을 얻지 못하면 울음을 터뜨린다. 어른도 마찬가지이다. 수확을 하지 못하면 나 역시 슬플 것이고 의연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주인공의 모습처럼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서 쿨하게 넘어가는 태도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나로 인해 누군가가 도움을 받았다면 이 역시 의미있는 공존임을 알게 되었고, 아이들이 이런 생각과 이런 태도를 갖고 좋게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나 역시 마찬가지로 앞으로 조금더 남과의 공존을 추구하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