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덧없는 꽃의 삶 ㅣ 피오나 스태퍼드 식물 시리즈
피오나 스태퍼드 지음, 강경이 옮김 / 클 / 2020년 9월

'꽃의 여왕'이라 불리는 장미를 생각하면 화려하고 아름다운 붉은 장미를 떠올리곤 했는데, 이제는 어른이 되어 다시 읽은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속 연약하고 질투 많던 장미를 떠올리게 됐다. 목차를 살펴보며 5월의 봄꽃, 장미 이야기가 있는 것을 보며 작은 가시를 세우며 어린왕자에게 떠나라고 말하던 장미를 떠올렸고, 웃음이 났다. 예전에 장미정원을 가꾸는 분 집에 초대되어 간적이 있는데, 장미 잎사귀를 돌아다니며 스윽- 만지고는 손을 씻으시는 것을 봤다. 여쭤보니 장미는 진딧물이 잘 생기는 꽃이라 이렇게 손으로 진딧물을 훑어주지 않으면 잘 죽는다고 하셨던 것이 기억이 난다.

살면서 생기는 크고 작은 문제들은 이 진딧물과 같을 것이다. 제때에 해결해주지 않으면 우리 삶을 망치는 것처럼. 어느 가수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노래했다. 그 노래를 들을 때면 어린날에는 말도 안 된다고 코웃음 쳤는데, 어쩐 일인지 그때보다 조금 나이가 든 지금은 그 말을 되려 알 것도 같다.

식물이든 사람이든 모두 자기 삶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 치열한 삶이 아름다운 결과를 주지 않을 때도 많지만, 진딧물을 이겨내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장미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 아름다운 꽃 이야기를 읽으며 나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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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나의 마음은 모르지만, 아무튼 살아가겠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여름 특별판) - 잃어버린 나를 찾는 인생의 문장들
전승환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1월

가장 좋은 위로란, 말없이 꼭 안아주는 것 아닐까요. 이상하죠, 단어와 단어들로 꽉 들어찬 이 책을 읽는 내내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고 그저 꼬옥 안아주는 이를 만난, 그런 기분이 들었으니까요.

나이가 들수록(이라고 변명해보네요) 자꾸만 마음이 하는 말을 외면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어느 때는 슬퍼도 눈물이 나지 않아 가슴이 답답하고, 어느날은 고장난 수도꼭지마냥 시도때도 없이 줄줄 흐르기도 합니다. 이렇게 사는건 내가 바라던 삶은 아닌 것 같은데도 하루는 바쁘고 삶은 그런데로 굴러가고 있으니까 그러려니 하며, 다들 나와 다르지 않은 것 같아서 조금은 안심하며 마음이 하는 말을 외면합니다. 일을 하다가 무심하게 지겹다는 말을 뱉은 저를 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거울을 봤는데 몹시 늙어 보이더군요.
이렇게 말을 하고, 이 표정을 하고 있는 이가 진짜 나인가, 하고요.

하고 싶은 것을 잃어버렸습니다. 인생에서 꼭 하고 싶은 것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하고 싶은 것으로 돈을 벌고 싶었습니다. 재능이 돈으로 환산되지 않은 탓에 지친 것인지 아니면 이 어줍잖은 재능의 희망고문으로 도망친 것인지는 저도 모르겠네요. 다만 살면서 돈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게 됐죠. 사회적 소속감이 주는 그 평범한 삶이 어떤 것인지 저는 모릅니다. 꿈, 그 끝자락을 아직은 붙잡고 있는데 이게 누가 잡고 있는 것인지도 이제는 헷갈리네요. 그리고 정말로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고요. 아마, 내 것이었는데 어딘가에 잃어버린 것이겠죠. 하고 싶은 것을 잃은 이후로는 삶이 재미가 없어졌습니다.

오랜만에 우연히 들른 책방에서 전승환 작가님의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때>를 읽고 주책맞게 그자리에서 훌쩍거리며 읽게 되었습니다. 성공한 친구들을 혹시라도 길에서 만나게 될까봐 걱정하며 다니던 날도 있었습니다. 스스로가 부끄러워 점점 숨게 되더군요. 어느날은 나를 증오했고, 어느날은 내가 가여워 눈물 짓기도 했습니다. 책을 읽으며 지난날의 나를 용서하고 앞으로 나아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여전히 나의 마음은 모르지만, 모르는 것은 모른채로 그저 남겨두고 툭툭 털고 일어나야겠습니다. 어른이 되지 않아도 괜찮다고, 다만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 이 세상에 태어난 목적이라는 말을 잊지 않겠습니다.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에서 나온 말이 기억 나네요. Vis ta vie. 네 삶을 살아라.

아무튼, 살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