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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나 리브레
정민 지음 / 리브레 / 2024년 6월
평점 :
이 책의 제목에는 여러가지 뜻이 있다. 소설의 내용으로는 주인공인 이서준이 쿠바에서 펼치는 공작의 작전명이며 이서준이 쿠바에서 잠깐 묵게 되는 호텔의 이름이기도 하다. 실제 단어는 habana libre인데 habana는 쿠바의 가장 큰 도시의 이름이고 libre는 자유로운 이라는 뜻이므로 "자유로운 아바나"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저자가 아바나라는 곳에서 생활한 적이 있고 그 때의 경험을 소설에 많이 녹여냈다고 했는데 쿠바의 아바나라는 도시에 가면 제목과 똑같은 이름의 호텔이 있으며. 검색을 해보니 아바나의 명소로 확인된다. 또한 책에서 묘사되는 호텔 주변의 풍경, 유명한 레스토랑 등은 실제의 아바나 리브레 호텔 주변에서 따온 듯 하다.
주인공 이서준은 국정원의 뛰어난 현장요원이다. 이서준은 북한 최고 실세이자 존엄의 절친이며 쿠바의 북한대사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영호를 타켓으로 아바나에서 회심의 공작을 펼친다. 소설의 전개가 특이한데 이서준의 공작이 마무리되는 그 날이 소설의 시작이며 이내 소설은 과거로 조금씩 되돌아간다. 왜 조금씩이라고 했나 하면 한번에 과거로 확 돌아가는게 아니라 이서준이 쿠바에 입국하는 날, 미국에서 쿠바로 출국하는 날, 이서준이 한국에서 "아바나 리브레" 공작 계획을 보고하는 날까지 띄엄띄엄 과거로 돌아간다. 그리고 이서준이 공작 계획을 보고하는 시점부터는 다시 시간이 흐르는 순서로 전개된다.
시간적으로는 그렇게 전개되고 공간적으로는 아바나 => 서울 => 뉴욕 => 아바나의 순으로 전개되는데 서울에서는 이서준이 어떤 과정을 거쳐 국정원의 해외 요원이 되고 어떤 가정사를 가진 인물인지, 어쩌다 "아바나 리브레"라는 작전을 펼치게 되는지 서사를 보여주며 이서준의 상사인 '조부장'이 등장한다. 뉴욕에서는 아바나에서의 작전을 준비하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국정원 뉴욕 지부장인 '간판'과 이서준의 교육을 담당하는 양선생, 심선생, 조선생이 등장한다. 아바나에서는 이서준을 비롯하여 아바나 리브레 작전의 주변인물들인 한국인 심윤미, 이진경, 쿠바인 조엘 등이 등장한다.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당한 이후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대통령 당선 전인데 실명은 쓰지 않지만 누가 보더라도 그 때를 말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명박과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에는 우리 정부의 적대적 스탠스로 남북관계가 매우 안 좋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면 대북정책이 완전히 바뀌어 북한과의 관계 회복을 꾀할 것이므로 사전에 대북공작을 펼친다는 것이다.
소설의 중반부까지도 공작을 준비하는 과정을 서술하고 후반부에서도 타깃인 김영호에게 이서준이 접근한다는 내용만 묘사하고 있어 도대체 이 공작은 어떻게 끝내고 결말을 어떻게 내려는 것인가 궁금했는데 결말은 좀 허무하다. 만약 실제로 우리나라 국정원이 소설 속의 국정원처럼 일을 하고 있다면 정말 배신감이 크고 실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왜 이런 생각을 했는지는 직접 읽어보시고 확인해 보시면 될 것 같다. 스파이 스릴러물을 표방하고 있지만 '본 시리즈' '007 시리즈'와 같은 액션과 긴박감 넘치는 전개는 이 소설에서 느끼기 힘들다. 저자의 문체는 긴장감이나 스릴보다는 재치와 유머러스함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