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 부녀자 고민상담소
김재희 지음 / 북오션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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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부녀자 고민상담소 김재희 작가님은 몽실북클럽의 소소하고 즐거운 독서카페 활동 덕분에 알게 된 K 미스터리 작가님 중 한 분이다. 사실, 카페 활동을 하기 전에는 책을 읽기는 해도 간단한 메모조차 남기지 않는 편이었고 특정 작가님의 책을 찾아 읽기보다는 좋아하는 장르의 책을 마구잡이로 읽는 편이었다. 우연히 가입하게 된 독서카페는 비록 어설픈 문장력이지만 서평을 기록하게 해주었고 관심 작품 리스트를 확장하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물론,,, 추미스 편식 독서를 아주 쪼끔 더 강화시켜 주기도 했다. 경성 부녀자 고민 상담소 김재희 작가님도 믿고 찾아보는 작가님 중 한 분이 되셨다. 왠지 익숙한 K 미스터리의 배경과 사건들은 부끄러운(?) 애국심 한 스푼과 부담 없이 읽어내려갈 수 있는 가독성으로 읽는 재미를 배가시켜 주기도 한다.

공유 하우스, 여성 유학생, 여성 탐정, 부녀자 상담소 등 개화기를 배경으로 두고 있지만 배경과 묘하게 이질감을 느끼게 하는 흥미로운 극적 요소들이 등장한다. 여성들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하는 1930년대 경성의 모습이 과감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탐정 찬희, 심리상담사 라라, 부녀 상담소의 실세 선영 경성 부녀자 상담소의 동갑내기 여성 탐정단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지극히 보수적인 사회, 사사건건 난관에 부딪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이 두렵지만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연쇄살인마를 쫓는다. 1930년대 사회적 분위기로 여자건, 남자건 자유롭게 말할 수 없었던 '성' 상담을 코믹스럽게 전개한다. 딸의 병증처럼 상담하지만 사실은 억눌린 감정의 표출이었던 노출증을 겪는 부유한 사모님, 특정 물건에 집착한 나머지 정상적인 부부생활이 어려웠던 점잖은 아저씨까지,,, 궁금하지만 드러낼 수 없었던 고민들이 경성 부녀자 상담소 탐정단의 공감과 이해로 해결된다.

한편, 긴 머리의 여성들이 머리카락을 잘린채 살해되고 있는 연쇄살인은 갈수록 알 수 없는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급기야 추리에 나섰던 찬희가 범죄의 희생양이 될 뻔하고,,, 그녀들은 아무 이유없이 위험에 처한 경성 여인들을 연쇄살인범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범인의 흔적을 쫓는다.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생명임에도 여성들의 삶은 왜이리 험난한건지,,, 살인범에 맞서는 그녀들을 응원하면서도 평범한 안전을 걱정해야 하는,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기도 어려운 고단한 여성으로서의 삶이 안타까워지기도 한다.

현실과 판타지가 적절히 조화된 1930년대 개성의 동갑내기 탐정단의 활약과 영운과 찬희의 다음이 기대되는 로맨스가 더해진 흥미로운 추리소설이었다.

"인디언 전설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사람 마음에는 선과 악, 두 마리 늑대가 있는데, 둘은 항상 싸운다고 한다. 둘 중 이기는 것은 결국 그 사람이 먹이를 주는 쪽이라는 말이다. 레이 박사는 악에게 먹이를 주게 된 것일까." (p.152)

[ 네이버카페 몽실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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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극장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5
홍예진 지음 / 폴앤니나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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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앤니나 소설시리즈 다섯 번째 작품으로 만난 소나무극장. ‘유령이 선택한 배우가 스타가 된다’는 여고괴담 같은 가벼운 한 문장으로 시작하고 있지만, 가벼움과는 사뭇 다른 묵직한 이야기를 전한다.

소나무 극장, 현재 파인아트센터의 유령 1929년생 차인석. 스스로가 유령으로 남아있는 이유조차 알지 멋한다고 여기지만, 못다이룬 배우의 꿈을 잊지 못해서, 마지막 인사도 제대로 건네지 못한 사랑하는 이를 잊지 못해 소나무 극장의 유령으로 남아있는 것이 아닐까... 6.25 전쟁즈음 격변의 세월을 살아낸 청춘들과 여전히 창작의 꿈을 꾸고 있는 오늘날의 청춘들의 시선이 교차되며 소나무 극장의 역사를 보듬는다.

부유한 집안의 아들로 연출가를 꿈꾸는 수찬과 극작가를 꿈꾸는 재기발랄한 영임 그리고 그녀를 사랑하며, 배우를 꿈꾸는 인석. 대학 연극부에서 만난 이들은 서로를 응원하며 함께하는 미래를 꿈꾼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이념의 소용돌이속에 휘말리기 전까지,,,

이념을 사이에 둔 전쟁은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그들을 평범하게 살도록 놓아두지 않았고, 결국엔 마지막 인사도 제대로 건네지 못한 연인들을 생사를 가른다. 서로를 품은 진실된 마음을 하늘도 거스르지 못한 듯, 70여년이 지난 소나무 극장은 그들의 마지막 인연을 잇는다. 일제강점기, 6.25전쟁 등 고난의 한국 현대사를 겪어내는 젊은 청춘들을, 70년을 떠나지 못한채 유령으로 떠돌 수 밖에 없는 가여운 청춘들의 안쓰러움이다.

"이런 기운이 좋다. 그 시절의 우리가 70여 년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여기에 와 있는 것만 같다. 무대를 사랑하고, 객석과 호흡하고, 조명이 켜지면 환희에 몸을 떨던 우리가. 긴 세월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신세라도,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처지라도, 이런 날만큼은 나도 살아있는 것 같다. 나는 배우들 사이를 유영하다가 그들의 몸을 차례차례 통과해본다. 오늘 오디션에서 합격점을 받아 무대에 서게 될 이들을 골라내보고, '궁극의 배우'를 찾아내는 것이다. 나와 함께 영혼의 여행을 떠날 사람을." (p.9)

한 시인의 절절한 시구와 바그너 오페라의 연인을 향한 외침을 사이에 두고, 과거와 현대를 오가는 소나무 극장 유령의 이야기는 평행선을 달리듯 조금의 이물감도 없이 다가온다. 전쟁으로 말미암아 원치않는 역사의 중심에 서 있지만, 꿈을 사랑을 놓을 수 없었던 청춘들이 절절하기만 하다.

'유령'이라는 가벼운 소재로 시작해서 '역사'와 '청춘' 그리고 '사랑'을 묵직하게 쏟아낸다. 서로의 꿈을 응원하며 꿈꾸던 청춘의 약속은 수찬의 소나무 극장으로, 영임의 희곡으로 비록 유령이 되었지만 소나무 극장의 스타를 만들어내는 유령 배우 인석으로 지켜진다.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파인아트센터 무대에서, 시대에 맞게 각색된 영임의 극본이, 인석에게 선택된 배우의 열망으로 행해지는 멋진 공연을 상상하며 마지막장을 넘긴다.

"걸음을 서버리는까닭은
서너 걸음 안개 건너편 한 폭
그림자 흔들리고 있음이오.

감나무 가지 너머로 석양이 깔리고 있었다. 땅 위의 적색은 단죄받는 중이었으나 하늘의 그것은 아름답기 만 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의 석양도 그날과 다를 바 없었다. 영임은 건너편 아파트 사이로 기우는 태양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p.255)

[ 네이버카페 몽실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소나무극장#홍예진#폴앤니나#폴앤니나소설시리즈5#극장의유령#몽실북클럽#몽실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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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멸망해도 짬밥은 먹어야 해 - 또라이 초병이 강철 부대 장교가 되기까지의 박장대소 에피소드
장정법 지음 / 커리어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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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나이가 들었다는 생각이 들게하는 시기중 하나가 "군인아저씨"에서 "군인아가들"로 바뀌는 시기였다. 서른 언저리쯤 어느날 갑자기 늙수그레하게 보이던 군인들이 조잘조잘 귀엽게 보이는 순간을 맞았고, 아! 나도 늙었구나하는 생각을 했었다. 든든하게 보려고했던 군인아저씨들이라고 하지만 이제 막 스무 살을 넘긴 아가들이었으니 철없는 남동생들로 보이는게 당연한 일이었을게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첫 아이가 영장을 받았을 때는 입대도 하기전부터 얼마나 걱정이 많아지는지,,, 엄마 눈에는 한없이 애기같은 아이가 혈혈단신으로 입대해서 상처라도 생길까봐 전전긍긍... 안절부절 할 때마다 남편은 군대도 사람사는 곳이라며 퉁박을 주곤 했다. 남편이 그렇게 여유로울 수 있었던 건 아무도 경험이 주는 안정감이지 않았을까,,, 나 역시 둘째의 영장을 받았을 때는 한결 여유로웠으니 말이다.


빈혈로 100m 달리기도 겨우 하던 군인이 10Km 마라톤을 완주하고 직업군인이 되기까지! 모든 것을 차치하고라도 그 노력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하다 하겠다. 입대초기 관심사병이었던 저자가 육군 소령이 되기까지의 일화를 가감없이 풀어놓는다. 저자는 '조금씩 자기 성장이 가능한 곳'을 군대라 정의한다. 100m가 10Km가 될 때까지 조금씩 성장할 수 있는 곳! 군대는 내가 상상하는 그 어느 곳보다 멋진 장소였다.


"이 순간도 소중한 네 인생이라고 오늘을 버리지 말고 이 좋은 시절을 즐겨야 해. '내일 더 나아지겠지? 저 산을 넘으면 더 멋진 도시가 나오겠지?'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건 없어, 장 이병! 너의 오늘이 더 소중하고 가치 있는 삶인 거야!" (p.42)


흔히들 군대를 다녀오면 철이들고 어른이 되어서 돌아온다고 한다. 예전 보다는 많이 편해지고 여유로워지긴 했지만 군대는 여전히 아이들에게 어려운 곳이다. 천방지축으로 엄마아빠에게 우쭈쭈만 받던 아이들이 처음으로 스스로를 내려놓는 단체생활에 익숙해져야하는 곳일 뿐만아니라, 저녁이 되어도 집으로 갈 수 없는 일상을 이어가야하는 곳이다. 아마도 군생활은 스스로가 세상의 중심인줄 알았던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이 겪어내야하는 일생 최대의 난제일 것이다. 이런 청천벽력같은 난제를 해결하고 일상으로 복귀하니 철든 어른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짬밥"의 의미는 다양하다. 입에 맞는 것만 먹던 아이들이 입맛에 무관한 음식을 맛있게 먹기 시작하는 인생의 첫밥을 의미하기도 하고, 인생은 연륜과 경험을 의미하기도 한다. 엄마 입장에서는 입대하는 아이를 보는 것도, 제대 후의 아이를 보는 것도 뿌듯하기만 하다. 아마도 짬밥이 쌓인 만큼 아이가 단단해졌음을 믿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들을 둘이나, 더군다나 군생활을 하고 있는 아이가 있는 탓에 많이 궁금했던 군대 이야기를 흥미롭게 접하는 시간이었다. 코로나 덕분(?)에 아침구보도 안하시고, 외출외박도 제대로 못나오는 군생활을하고 있는 둘째 아이에게는 미안하지만, 짧지 않은 군대에서의 시간을 아이가 알차게 보내고 나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하지만 이미 이 책을 읽었으니 어쩌겠는가 서툰 계획이라도 한번 구상해 봐야 하지 않을까? 계획이 아무리 좋더라도 실행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시테크는 결국 나의 의지에 달렸다. 장담하건대 하루의 단 1%, 24분만 투자한다면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아니면 영원히 녹슬어 버리던지······." (p.221)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지구가멸망해도짬밥은먹어야해#장정법#커리어북스#군대에세이#군대#군생활#몽실북클럽#몽실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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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게 일하기 - 한 번에 하나씩, 가장 중요한 일부터
사이토 다카시 지음, 강수연 옮김 / 비씽크(BeThink)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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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이 쌓여갈수록 일에 능률이 오른다기 보다는 두려움이 많아진다. 신입 시절에는 사수가 시키는대로 주어진 일만 불만없이, 제시간에 마치면 어느새 일잘하는 신입이 되어 있곤 했지만 시간이 쌓여갈수록 스스로 판단해야하는 일과 우선 순위를 정해야하는 일이 많아진다. 어느새 일에 짓눌려 스스로의 일상을 살아내지 못하는 좀비가 되어간다. ㅜㅜ


나도 사람인지라 일을 하다보면 종종 주변사람들과 비교하고 있는 몹쓸(?) 행동을 하게 된다. 스스로의 행동만 비교하면 좋겠지만 어느새 상사를 비롯한 주변인들을 다 비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몹쓸 행동이지만 얻는 것도 있을 것이니 변명은 이쯤에서 넣어두고,,,


당연한 일이겠지만, 일을 대하는 태도와 결과를 만들어내기까지 다양한 사람이 존재한다. 1번부터 100번까지 모든 일을 일관된 태도로 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일의 야상에 따라 전혀 다른 방법으로 처리하는 사람도 있다. 첫 번째 사람은 성실하다는 평가는 받을 수 있겠으나 일의 효율성면에서는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두 번째 사람은 일의 효율성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만 성실하다는 평가를 받지 못한다. 어느편이 좋다고 선뜻 말하기는 어렵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내가 일을 대하는 태도는 후자의 형태를 선호하게 된다. 한결같이 성실할 에너지도 부족하고 하고 싶은 일도 많으니까,,, 내가 관리하고 있는 팀의 팀원들은 효율적이면서 성실하기까지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드는 욕심 또한 내려놓지 못하고 있는 사악한 사람이기도 하다. ^^;;


능력이 허락한다면 주어진 일을 짧고 굵게 끝낼 수 있는 것 만큼 좋은 건 없다. 100퍼센트 완벽한 보고서 보다는 60퍼센트 쯤 채워진 보고서가 제때 공유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넣는 것을 제안한 팁은 오호~ 감탄사를 불러낸다. 보고를 받는 사람이 완벽한 보고라고 인정할 확률이 거의 없음에도 완벽한 보고서를 만들겠다고 시간을 놓쳐버리곤 하는 직딩들에게 적당한 수준의 보고서 완성부터 시작하라는 조언은 확실히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팁이라 하겠다.


한 번에 하나씩, 단순하게는 결국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이다. 같은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면 결과적으로 여유로운 시간이 많아질 것이고 덕분에 자연스럽게 주변에 여유로워지기도 할 터이니 여러모로 누이좋고 매부좋은 일이 아니겠나싶다.


'적게 일하고 많이 버세요~' 한때는 도둑놈 심보같다는 생각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명문장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다. 같은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있다면 10시간 일하기 보다는 당연히 1시간 일하는게 서로가 좋은 일 아니겠는가,,, 프로일잘러까지는 아니더라도 워라밸이라도 이룰 수 있는 직딩이되고 싶다.


[ 네이버카페 책과콩나무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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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 개정판 잭 매커보이 시리즈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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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을 타는 변호사 시리즈를 비롯한 마이클 코널리의 작품은 매번(?) 부담스러울 정도의 두께를 자랑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기 시작하면 손을 놓을 수 없는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범죄 스릴러의 대가라 불리는 그의 명성에 걸맞은 쫓고 쫓기는 관계 속의 쫀쫀한 긴장감과 선함만을 추구하지 않는 인간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조화란~ 생업을 작파하고 뒹굴거리며 책만 읽고 싶은 욕망을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잭 매커보이는 로키 마운틴 뉴스에서 살인사건, 죽음을 소재의 기사를 전담하고 있는 기자다. 어릴 적 누나의 사고에 대한 죄책감으로부터 기인한 불편함으로 부모님과의 소원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으며, 서로 다른 성향을 지닌 쌍둥이 형 션과는 쌍둥이 특유의 유대감을 느끼고 있다. 어둡고 음습한 살인과 맞닿아 있는 듯, 행복한 삶과는 거리가 있다.


"나는 죽음 담당이다. 죽음이 내 생업의 기반이다. 내 직업적인 명성의 기반도 죽음이다. 나는 죽음으로 이윤을 올렸다. 죽음은 항상 내 주위에 있었지만, 윌리엄 글래든과 밥 배커스의 사건 때만큼 죽음이 가까워졌던 적은 없다. 그때 죽음은 내 면전에서 내 얼굴을 향해 숨을 내쉬고, 나와 눈을 마주치며 나를 움켜쥐었다." (p690)


어느 날, 그에게 찾아온 형사들로부터 베테랑 형사였던 쌍둥이 형 션이 수사 중이던 '테레사 로프턴' 살인사건이 해결하지 못하는 것에 괴로워하다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얼마 전 잭은 형에게 기자의 입장으로 테레사 로프턴 사건 취재를 요청했다가 거절당하기까지 했다. 석연치 않은 분위기를 느꼈음에도 취재를 거절한 형에게 다시 연락하지 않았던 자신을 질타하며 잭은 초심으로 돌아가 잭의 사건을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동안 사진에서 본 형의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 그 황량하고 생기 없는 모습이 마음에 걸렸다. 내가 말도 안되는 소리를 사실로 믿었기 때문에. 내가 형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한층 더 아프게 마음을 찔렀다. 그 차 안에 쓰러져 있던 사람은 내형, 내 쌍둥이 형이었다. 그 사람은 바로 나였다." (p.126)


'공간을 넘고, 시간을 넘어' 뜻을 알 수 없는 유서 한 줄만을 남긴 채 스스로 세상을 떠나버린 형. 무심하게 형을 내버려 둔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던 잭은 형의 자살과 유사한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하고,,, 자살한 경찰관들에게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죽음으로 통하는 문을 열 듯 남겨진 에드거 앨런 포의 시구와 어린아이들이 연관된 성범죄,,, 마치 범인을 가리키고 있는 것 같지만 충격적인 반전이 기다리고 있던 마지막 장을 넘기기 전까지 범인을 알 수 없다.


형에게 속죄를 하듯 사건을 쫓는 잭의 뒤로 반갑지 않은 파트너 FBI가 따라 붙고, 형사 못지않은 감각을 지닌 살인사건 전문기자와 연쇄살인범을 먼저 잡기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FBI의 긴장감 넘치는 공조가 시작된다. 서로의 뒤통수를 힘껏 후려갈길 만반의 준비를 한채.


"전에 레이철이 해준 말이 생각났다. 산산이 부서진 거울을 다시 붙이려고 애쓰는 것과 같다는 말. 각각의 거울 조각에는 그 주인의 모습 일부가 비치고 있다. 하지만 주인이 움직이면 거울 조각 속의 모습도 움직인다." (p.688)


에드거 앨런 포의 시구와 함께 자살로 위장된 여러 경찰관들의 살인운 단순한 살인이 아니었다! 미끼살인으로 출발해 위장살인으로 마무리되는 듯한 사건들은 초반부터 범인의 정체를 드러낸채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대결구도처럼 보이지만 생각지도 못한 짜릿한 반전이 숨어있다. 닿은 듯 닿지 않는 사건은 영역을 넓혀가며 점점 더 미궁으로 빠져들지만 한순간 툭 터지듯 모습을 보여준다. 여전히, 진실을 뒤로 감추고,,,


"나는 혼자였다
탄식의 세상에서 내 영혼은
흐르지 않는물이었다" (p.294)


거부할 수 없는 힘을 가진 자들의 그루밍, 최면으로 시작해 한 아이의, 사람의 인격을 짓밟아버리는 소아성애자와 소아성애자에게 잡아먹힌 아이가 어둠의 범죄속으로 걸어들어가는 악순환,,, 인간이 얼마나 추악해 질 수 있는지 여과없이 보여준다.


현장감 넘치는 디테일한 사건현장과 기자, FBI요원, 범죄자까지 영역을 넘나드는 치밀한 심리묘사는 역시 엄지척! 범죄 스릴러의 대가 마이클 코널리의 작품이었다.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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