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밀침침신여상 2
전선 지음, 이경민 옮김 / 마시멜로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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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권이 전대의 악연을 중심으로 금멱, 욱봉, 윤옥의 인연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면 2권은 선대의 악연을 끊고 새로운 갈등과 깊어지는 천계의 사랑으로 이어진다.

질투에 눈먼 천후의 홍련업화로 생사의 기로에 내몰린 금멱은 아버지 수신의 애뜻한 간호로 위기를 넘기고, 금멱의 안위를 지키고자 수신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영력의 반을 투자하여 만든 호법신기 유엽빙도를 건넨다. 금멱이 욱봉의 사랑을 깨닫기도 전 금멱을 지키기위해 자신의 비기 황체봉령을 넘긴 욱봉의 마음도 금멱을 지키고자 하는 수신의 마음과 같았을터인데 이를 깨닫지 못하는 금멱을 바라보는 욱봉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로맨스 소설의 정석을 느낄 수 있다.

"내 모진 말이 떨어진 그때, 그의 눈은 묵직하게 감겼다. 마치 깊이 잠든 아이처럼...(중략) 그는 연기가 되어 흩어졌고, 최후에는 작은 불덩이로 변했다. 비록 작디작지만 그 위력은 실로 대단하여 내 주변의 모든 것이 불타올랐다. 하지만 나는 되레 안전했다. 환체봉령이 나를 지켜 준 덕분이었다." (p.68)

금멱만을 바라보는 두남자 욱봉과 윤옥, 하지만 하늘은 윤옥의 편인듯 금멱의 존재를 알기 전부터 맺었던 약속으로 인해 윤옥과 금멱의 혼인이 진행된다. 하지만 하늘의 장난이었는지 욱봉의 절절한 사랑을 돕고자 함이었는지 혼례일을 몇일 앞두고 금멱의 호법신기로 인해 힘을 잃은 수신이 적의 공격을 받아 혼이 소멸하기에 이른다. 이에 수신의 유일한 혈육이었던 금멱은 아버지를 이어 수신에 오르고 윤옥과의 혼인은 미뤄지게 된다.

버럭쟁이 화신 욱봉에 비해 다정다감했던 야신 윤옥의 음흉한 계략으로 인해 윤옥과 금멱의 혼례일 반란이 일어나게 되고, 이로인해 천계의 판도는 뒤집히게 된다. 홍련업화로 인해 아버지 수신이 소멸했다고 믿는 금멱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화신인 그와 상극인 유엽빙도로 찌르고 소멸되는 욱봉을 바라보며 어머니 재분이 금멱을 지키고자 먹였던 운단을 토한 후 기절한다. 한편, 유엽빙도에 찔린 화신 욱봉은 그녀를 연모하는 조족의 우두머리 수화의 도움으로 겨우 생을 이어간다.

운단을 토한 후 기절했던 수신 금멱은 반년만에 잠에서 깨어나고, 반란을 일으켰던 야신 윤옥은 천제가 되어 여전히 금멱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깨어난 금멱은 알수 없는 통증에 시달리며 이를 운봉의 강두술이라 여기고 알 수 없는 강두술을 풀기위해 운봉을 찾아 헤맨다. 조족의 수장 수화가 마계에서 지키고 있는 운봉의 시신을 찾아 신비의 명약 구전금단으로 운봉을 살리고, 금멱은 자신이 운봉을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나는 강두술에 걸린게 아니었다. 그저 그를 사랑했을 뿐이었다. 내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그 자각은 실로 잔인하고 가혹했다." (p.163)

비틀어진 운명으로 서로를 사랑하면서 서로를 해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을 넘어 이들이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는 즐거움이 있는 책이다. 마치 웹소설을 읽듯이 빠르게 몰입해서 읽을 수 있다. 본편에 이어 이어진 번외편은 안타까웠던 이들의 사랑을 보상해주듯 사랑스럽게 그려지고 있다.

다소 뻔한 로맨스 소설이긴 하지만, 금멱과 욱종, 윤옥의 삼각사랑이 눈앞에 그려지듯 서사되는 글로 인해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로맨스 소설, 특히 인터넷 웹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만족할 수 있는 소설이다.

"금멱은 말하자면 척박한 불모지 입니다. 즉, 전하께서 아무리 사랑을 주어도 금멱은 전하의 사랑에 호응해 주지 못한다는 거지요. 두렵지 않으십니까?"

"하늘과 땅이 아무리 크고 넓어도, 또 그 안에 사는 여인이 아무리 많아도 내가 마음에 둔 여인은 오직 하나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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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밀침침신여상 1
전선 지음, 이경민 옮김 / 마시멜로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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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중국어를 제대로 모르는지라 제목으로는 책의 내용을 예측할 수 없지만, 해석으로도 어렵다. 중국 드라마까지 있는 로맨스 소설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향밀침침신여상(香蜜沈沈燼如霜)은 '서리와 같은 달콤한 향기는 여울지고 사랑은 재로 남아 흩어진다'로 해석된다. 아마도 금멱의 진신 서리꽃과 금멱과 욱봉의 이루어지기 어려운 사랑을 의미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향밀침침신여상은 소설보다 드라마로 우리나라에 먼저 소개되었다고 한다. 2019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중국드라마로 욱봉과 윤옥의 잘생김으로 인해 매니아 층을 확보하고 있는 드라마라고 한다. 짧게 본 방송짤에서도 남주들의 잘생김과 욱봉과 금멱의 사랑이 애절하다. 첫째권을 다 읽은 지금은 중국 드라마를 내려받아서 봐야하는지 고민하는 중이다.

향밀침침신여상은 신과 정령들의 세계를 소재로 하고 있는 판타지 소설이다. 각자 진신에 따른 성향을 갖고 태어나고 오랜 기간 수련하면서 영력을 쌓아가는 그들의 일상이 유쾌하게 그려지고 있다. 로맨스 소설에서 빠질 수 없는 질투를 원인으로 하는 여러 사건들이 소설을 풍성하게 해준다.

전대의 악연으로 인해 역이는 지독한 애증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는지 기대하게 된다. 첫째권에서는 등장인물의 성향을 주로 알려주고 있다. 진신의 확인 만으로도 등장인물의 성향이 예측되어 관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어서 쉽게 읽을 수 있어서 좋다.

포도를 진신으로 알고 열심히 수련하지만 화신 재분의 봉인으로 영력이 늘지 않는 재분과 수신의 딸 #금멱, 그녀의 실제 진신은 서리꽃이다. 재분의 봉인으로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지만 욱봉과의 관계에서는 알수 없는 감정을 느끼곤 한다.

천제와 천후의 둘째아들로 봉황을 진신으로 가진 #화신_욱봉 거만하고 용맹하지만 금멱 앞에만 서면 작아진다. 우연히 화계의 수경에 다친 몸으로 떨어져 금멱에게 까마귀로 오해를 받지만, 금멱을 사랑하는 일에 모든 것을 걸었다.

천제와 미천한 어머니를 가진 천제의 첫째아들로 백룡의 진신을 가진 #야신_윤옥, 꿈을 먹는 염수를 거느리며 밤을 관리하고 있는 신이다. 천성이 온화하고 고요하다. 수신의 장녀인 금멱과 정혼한 사이지만 그녀의 마음을 갖기가 쉽지 않다.

"나를 깊이 사랑해 달라는 말은 감히 하지 않을 거요. 그저 오늘 보다 내일 조금 더 나를 사랑해 주시오. 하루가 쌓여서 달이 되고, 달이 쌓여 해가 되고, 해가 쌓여 일생이 되듯이...' (p.439)

이외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 금멱과 욱봉, 윤옥의 삼각관계를 돕기도 깨뜨리기도 하는 전형적인 유쾌한 로맨스 소설이다.

엄마인 전대 화신 재분의 봉인으로 인해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 없는 금멱의 1인칭 시점으로 서사되고 있어서 드녀의 감정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츤데레의 욱봉의 행동은 울컥울컥하는 변덕쟁이처럼 그려지기도 하고, 윤옥은 정혼한 사이지만 정인의 감정 보다는 가족같은 감정을 느낀다.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금멱에게 닥친 또 하나의 재앙이 있었으니 - 남편 천제의 전대 화신 재분에 대한 사랑을 질투한 천후다. 화신 재분을 연모하면서도 권력을 위해 재분을 배신하고 조족의 수장이었던 천후와 혼인하고 온갖 모략으로 재분의 사랑을 방해하여 그녀가 사랑에 치를 떨게 만드는 나쁜 남자의 전형이다 - 그럼에도 천제를 사랑했던 질투에 눈먼 천후는 수성을 가진 금멱에게 홍련업화로 앙갚음을 하게 되고, 이를 알게된 금멱의 남자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된다.

어미에게 공격을 서슴치 않으며 금멱을 지키며 어미의 목숨을 구걸하는 욱봉, 정인이었던 화신 재분을 해한것에 이어 딸에게 까지 위해를 가하는 천후에게 살기를 뿜는 수신, 수신에게서 금멱을 받아 절절하게 부르고 있는 윤옥까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이들의 악연을 정점에 올리며 향밀침침신여상의 1권이 마무리된다.

사랑(월하선인이 알려준 몸을 섞는 수련)도 영력을 높이는 도구로만 알고 있는 좌충우돌 사고뭉치 금멱이 화신 재분의 봉인을 풀고 사랑을 느낄 수 있게 될런지 2권으로 gogo~

"사랑에 얽매이면 한없이 나약해지지. 자유로울 수도 없느니라. 내가 그랬듯이 말이다. 그러니 이 운단은 내가 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축복이라고 할 수 있지."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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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비틀 킬러 시리즈 2
이사카 고타로 지음, 이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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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비틀은 킬러들의 세계를 경쾌하게 그려내는 작가 이사카 코타로 킬러시리즈의 두번째 책이다. 첫번째 책을 읽지 않고 읽었지만 내용을 이해하는데 무리는 없었다. 다만, 마리아비틀의 주인공이외에 부수적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이 첫번째 킬러시리즈 그래서호퍼의 등장인물인 점을 감안한다면 이들을 미리 알았다면 쫄깃한 긴장감이 훨씬 더해졌을 거라는 아쉬움은 남는다.

신칸센 객차안, 주변을 살피며 여행가방을 끌고 가는 남자와 그를 주시하는 듯한 한남자가 총을 들고 있는 표지와 7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엄청난 책의 두께가 독자를 반긴다. 우선은 책의 두께가 엄청나서 한번에 읽기는 어렵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책을 읽기 시작한 후 두께에 대한 두려움은 기우에 불과했음을 느낀다. 신간센의 속도만큼이나 킬러들의 이야기가 속도감있게 펼쳐지고 있기 때문에 책을 놓을 겨를이 없다.

시속 200킬로미터의 신간센, 서로가 서로를 알지 못하면서도 견재하는 여러명의 킬러들이 각자의 목적을 위해 탑승하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오싹해지는 의뢰자 미네기시의 아들과 미지의 여행가방을 종착역 모리오카로 옮길 것을 의뢰받은 밀감과 레몬(과일), 그들로 부터 가방을 빼앗아 줄것을 의뢰받은 마리아와 나나오(무당벌레) 그리고 자신의 행운을 맹신하며 미네기시를 놀려주고 싶은 겁없는 중학생 왕자, 왕자의 어이없는 장난으로 인해 의식불명으로 병원에 누워있는 아들 왓타루의 복수를 위해 신간센에 오른 전직 살인청부업자 기무라 마지막으로 부활을 꿈꾸는 말벌한쌍... 신간센이 종착역 모리오카에 도착하기까지의 두시간 반동안 이들의 숨막히는 추격전이 그려진다. 각자가 옳다고 여기는 가치와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한 범죄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과연 신칸센에서 살아나갈 킬러는 누가 될 것인가! 종착역에 닿을 때까지 누구도 알지 못한다. 믿을 수 있는 건 자신 뿐이다.

"세상에는 옳다고 여기지는 것은 존재하지만, 그것이 정말로 옳은지 어떤건지는 알 수 없어. 그러니까 '이것은 올바른 거다'라고 믿게 만드는 사람이 제일 센 거지." (p.295)

신칸센이라는 한정된 공간안에 쫓는 자와 쫓기는 자가 함께 타고 있다는 설정만으로 긴장감은 배가된다. 여기에 나를 쫓는 사람이 누군지 조차 알 수 없을 때의 압박감이란 상상만으로도 쫀쫀한 긴장감을 형성해준다. 전문적인 킬러들 사이에 그들 못지않은 두뇌회전과 악날함을 장착하고 있는 절대악으로 표현되는 왕자가 위치하고 있다. 중학생밖에 되지 않은 그 아이는 천진한 얼굴과 악날함의 양면을 적절히 이용하여 신칸센안의 킬러들의 전쟁을 부추긴다. 세상의 모든 어른들이 자신의 손바닥위에서 놀고 있다는 듯이 신칸센의 생존게임을 조정하고 있다. 악의 냄새를 맡은 그들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모든 것이 왕자의 계획대로 진행되는 듯 하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생존게임은 끝난게 아니다.

"철저하게 순진무구한 어린애를 가장해야 할까? 사람의 감정을 조종하는 데 '겉모습'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갓난아기가 그토록 귀엽지 않다면, 즉 인간의 '사랑스러운' 감각을 자극하지 못한다면, 힘든 수고를 하면서까지 기울 생각은 아무도 하지 않을 것이다." (p.464)

엄청난 두께의 벽돌책(?) 임에도 개성있는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화법으로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는 책이라 두께의 압박을 넘어 지루함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알콜중독에 걸린 전직 살인청부업자 기무라, 킬러와 어울리지 않게 문학적인 밀감, 모든 인물을 꼬마기관차 토머스의 기관차와 연결짓는 레몬, 지독히 운이 없지만 위험이 닥치면 기민해지는 나나오, '왜 사람을 죽이면 안되나요?'하고 묻는 천친난만한 외모 뒤에 숨어 있는 악마 왕자까지 이들의 성향을 추리해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개성있는 등장인물과 신칸센이라는 한정된 장소만으로 몰입감을 선사할 수 있는, 기발하고 독특한 이야기로 독자들을 매혹한다는 작가소개가 딱 들어맞는 이시카 고타로의 글이였다. 처음 읽은 마리아리틀 때문에 이시카 고타로 작가님의 다른 책들도 찾아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긴 겨울밤을 동행해줄 수 있는 흥미로운 책들일것 같은 기대감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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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티투바, 세일럼의 검은 마녀
마리즈 콩데 지음, 정혜용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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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어서인지 분위기에 휩쓸려서 책장이 잘 안넘어가는 시기에 읽은 책이다. 가볍게 읽으려고 잡았던 소설책에서 여성으로의 삶이 얼마나 많은 차별속에서 견뎌내야 하는 삶인지를 생각하게 됐던 시간이었다. 얼마전 많은 분란을 야기하면서 상영됐던 82년생 김지영으로서의 삶의 무게나 1600년대 바베이도스에서의 티투바의 삶의 무게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으로서 겪어야 하는 무게가 아니라 여자, 여성이라서 어쩔 수 없이 겪었어야 하는 차별이었다.

나, 티투바, 세일럼의 검은 마녀는 나로 태어나 티투바의 이름을 얻고 세일럼이 검은 마녀로 죽어야하만 했던 그 시설 가장 약자일 수 밖에 없었던 흑인 여성의 이야기다. 티투바는 잉태의 순간부터 그녀의 삶이 녹녹하지 않음을 예상하게 한다. 그녀는 바베이도스를 향해 항해중인 크라이스터 더 킹호의 갑판에서 열여섯 어린나이의 아베나가 영국인 선원으로부터 강간을 당하는 증오와 멸시의 행위로부터 태어난다. 엄마의 사랑을 충분히 받을 수 없는 어린 생명이 잉태되고 태어났지만 다행히 그녀를 사랑해줄 수 있는 양부 야오를 만나지만, 곧 이어 벌어진 그들을 소유물로 여기는 백인 주인의 범죄로 인해 어머니와 양부를 잃게 된다.

평화롭게 살고 있던 바베이도스로 쳐들어온 백인들에 의해 바베이도스 흑인들의 삶은 송두리째 흔들린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미 살고 있는 그들을 소유물로 취급하면서 말이다. 티투바는 부모를 잃고 버려져서 운명처럼 노예의 신분을 벗어나고 마을 사람들이 두려워 하는 능력을 지닌 만 야야에게 길러지게 된다. 티투바는 만 야야로부터 어떠한 순간에도 살아남는게 가장 중요한 일임을 배우며, 사람을 해하지 않는 치유의 능력을 익히게 된다. 주변사람들로부터 '마녀'라 여기게 하는 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녀가 열네살이 되던해 만 야야가 세상을 떠나게 되지만, 그녀의 주위에는 살아서는 증오와 멸시로부터 탄생한 티투바를 거부하며 그녀를 사랑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어린 엄마 아베나와 만 야야, 야오까지 항상 그녀를 사랑하는 그림자 셋이 그녀를 지켜주고 있다.

"내가 널 사랑하지 않는다고 믿었던 걸 용서해라! 이제 난 내 마음을 분명하게 볼 수 있단다. 널 절대 떠나지 않을 거야!" (p.23)

이대로 노예의 삶을 벗어나 백인으로 멀리 떨어져 치유하는 검은 마녀로 살았더라면 티투바의 삶은 어땠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존 인디언을 시작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라기보다 사랑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을 만나게 되고, 만나기만 하면 모든 것을 버리고 불나방처럼 악마의 소굴 같은 백인들을 위한 노예의 삶으로 뛰어드는 티투바를 나 또한 티투바의 세명의 그림자처럼 이해할 수 없었다. 자유를 버릴만큼 사랑이, 육체의 사랑이 의미있는 일이었을까 싶다.

진정한 사랑이라고 여겼던 존 인디언의 배신,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지만 티투바의 몸 역시 거부하지 않았던 유대인 코헨 다제베두, 자유를 꿈꾸며 반항하는 것 같았지만 실은 도망노예에 불과한 크리스토퍼 그리고 마지막으로 반란을 꿈꾸는 어린 전사 이피게니까지 티투바는 이들게서 무엇을 찾고 꿈꾸었을까... 간통의 주홍글씨의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감옥에서 스스로 목을 매단 헤스터의 '사랑'이라는 말로 이 모든 것을 단정하기에는 티투바의 삶이 너무 고단하다.

"대체 왜 남자들이 줄줄이 내 침대로 들어오는 걸까? 이미 그 얘기를 해주지 않았나, 헤스터가! '넌 사랑을 너무 좋아해, 티투바!' 바로 거기에 내 존재의 균열이 자리한 건 아닌지, 내가 벗어나려고 애썼어야 하는 결함이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p.270)

티투바와 그녀의 남자들을 중심으로 서술되고 있지만, 이 소설의 중요한 관점은 '여성의 삶'이다. 흑인 여성, 노예로서의 티투바의 삶은 드러내놓고 삶의 고단함과 무기력함을 보여주고 있다면, 백인 남자의 대표적인 표본, 종교지도자로 등장하는 새뮤얼 패리스의 아내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엘리자베스 패리스의 삶 또한 안타깝다. 그녀 또한 문명의 세계를 가장한 그늘 아래서 어쩌면 흑인 노예보다 더한 예속적인 관계속에서 무기력한 삶을 살고 있다. 새장속의 자유가 전부인것처럼 말이다. 같은 여자로서 가늘게 연결되어 있던 신뢰를 아무렇지도 않게 끊어 버리는 것은 속박된 삶속에서 어쩔 수 없는 당연한 선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네가 몰라서 그래! 그이는 자기 옷도 벗지 않고 내 옷도 벗기지 않고 날 안아. 그저 급하게 그 추악한 행위를 끝내려고 들지." (p.73)

티투바의 삶을 고단하다고 여기기보다는 고단함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자의적인 선택에 의한 삶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편하게 쭉쭉 읽히는 책은 아니었지만 티투바를 비롯한 여성들의 삶을 엿보면서 누구 하나의 문제가 아닌 모든 여성의 문제일 수도 있는 '여성의 삶'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티투바의 독립적인 삶을 남성을 선택하기 위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엮어간 점이었다. 티투바, 엘리자베스, 헤스터까지 등장하는 여성들의 관점을 남성을 선택하거나(티투바), 선택된 남성에 복종하거나(엘리자베스), 남자가 없는 세상을 꿈꾸거나(헤스터) 하는 등 '남성'과의 관계만을 중심으로 서사되는 것이 아쉽다. 어쩌면 '마녀'라는 색다르고 매력적인 관점을 중심으로 자신의 의지로 삶을 역어가는 자신의 삶의 독립적인 티투바를 그려냈다면 좀 더 매력적인 티투바의 삶을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티투바는 독립적인 정신의 소유자이자 자신의 욕망을 주장하는 데 있어서 거침없이 당당하며, 온갖 시련에도 불구하고 끝내 인간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놓지 못한 인물이다." (p.289,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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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고양이 카페 - 손님은 고양이입니다
다카하시 유타 지음, 안소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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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사람으로 변하고 내가 고양이 말을 알아 들을 수 있다면? '검은 고양이 카페' 제목만으로는 카페 주인이 고양이 집사인가보다하는 정도의 상상력이 생기지만, 평범한 상상은 거부하겠다는 듯 '손님은 고양이 입니다!'라는 부제가 눈길을 끈다.



출판사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던 마시타 구루미가 정리해고를 당하고 어렵게 생활하던중 쏟아지는 비를 뚫고 상자에 담겨진채 강가에 버려진 검은 고양이 한마리를 구하게 되면서 기묘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다음달이면 실업급여도 끝나고, 핸드폰은 요금을 못내서 정지된지 오래인데다 당장 다음달 월세낼 돈도 부족해서 노숙자 신세가 될 것 같아 전전긍긍하고 있는 구루미 앞에 나타난 검은 고양이. 그는 과연 구루미의 문제를 해결해줄 행운이 될 수 있을까?



가까스로 강가에서 검은 고양이를 구한 구루미는 비에 흠뻑 젖은채 우산도 잃어 버리고 정신줄을 놓고 있다가 근처 산책을 나온 가와고에의 유지 구로키 하나를 만나게 된다. 구로키 하나의 호의로 비에 젖은 몸을 말리러 하나씨의 카페에 들어선 구루미의 눈에 띈 '카페 점장 모집(숙식 가능)'이라는 구인글로 인해 그녀의 고된 일상이 변화를 맞게 된다.



숙식이 제공되는 카페 점장에 채용되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다시 찾은 카페 구로키에서 그녀를 맞은 사람은 구로키 하나씨가 아닌 매끈하게 잘생긴 검정 기모노의 남자다.

일자리를 구할 수 없게 된 구루미는 실망하지만, 사실은 고양이였던 건방지고 오만 방자한 검은 기모노의 그남자는 고양이 목걸이를 조르며 그녀를 집사로 고용한다. 밤이되면 사람이 되는 검은 고양이와 고양이 말을 알아듣게 된 구루미의 야릇한 동거가 시작된다.



카페 구로키의 새로온 건방진 점장 포는 태도와 다르게 커피를 기가막히게 만드는 고양이다. 고양이 이야기 외에 검은 고양이 카페를 채우고 있는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는 포가 만드는 다양한 커피다. 건방진 포는 사람을 위로할 수 있는 커피로 구로키 카페를 찾은 손님을 위로하는 츤데레 고양이다.

구루미가 카페로 이사온 날 그녀를 위해 만든 달콤한 커피 '카페 드 폼'은 그윽한 향기와 달콤한 사과향으로 지친 그녀를 위로 한다.

"한숨을 쉬는 구루미는 사과꽃에 '가장 다정한 여자에게', '선택받은 사랑'이라는 의미의 꽃말이 있다는 것을 미처 몰랐다." (p.110)



검은 고양이 포 한마리도 감당하기 어려운 구루미 앞에 고양이 알르레기가 있는 남자친구와 결혼을 앞둔 집사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가출한 삼색고양이 마케타와 남편이 죽고 홀로남은 유미의 형편 때문에 집에서 밥을 먹지 않는 러시안 블루고양이 유리까지 기구한 사연을 품고 있는 고양이 들이 모여든다. 덕분에 구루미는 가와고에의 둘리틀이 되어 카페를 지키고 있다.



도도하기 그지없는 고양이들은 인연으로 맺어진 집사들의 행복과 안녕을 위해 스스로의 작은 몸이 거친 세상으로 내몰리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았다. 사람보다 더 넓은 마음으로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모습이 사랑스럽기를 넘어 감동스럽기까지 하다.

"메구미님도 행복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생각합니다 요옹. 하루히코님과 결혼해서 행복해지셨으면 좋겠습니다요옹. 메구미님의 행복이 제 행복이기도 합니다요옹." (p.188)​



구루미가 고양이들의 말을 알아듣고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녀가 고양이들로부터 위로를 받으며 살아갈 용기와 자신감을 얻게 되는 과정을 엿볼 수 있는 글이었다. 각박한 세상이지만, 나의 어려움을 뒤로 하면서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진 사람이 있어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다라고 느낄 수 있게 해준 소설이다. 건방진 고양이 포가 내려준 마시멜로 커피 한잔이 간절해 진다.

"정리해고를 당해도 인생은 계속된다. 살아 있는 한 계속 도망칠 수만은 없다. 그렇다면 행복한 내일을 믿고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믿는 것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고양이 카페와 동료들을 믿어보기로 했다." (p.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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