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여관 미아키스
후루우치 가즈에 지음, 전경아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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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방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괜찮다면 이곳에서 하룻밤 어떠신가요?"

햇볕이 내리쬐는 뜨거운 한낮의 열기를 이기지 못하고, 차에서 방치된 채 짧은 생을 마감한 한 어린아이의 죽음과 게임에 빠진 남편의 손에 이끌려 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 엄마의 알 수 없는 심경을 담은 끔찍한 사건과 그 아이를 살리고 싶었던 검은 고양이로부터 고양이 여관 미아키스의 미스터리는 시작된다.

깊은 산속 정체를 알 수 없는 점장과 종업원들이 손님을 기다리는 신비한 여관 미아키스... 신비로운 안개가 자욱한 미아키스는 아무 때나, 아무나 찾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오로지 이곳의 정령 고양이들로부터 초대(?) 받은 자만이 하룻밤의 서늘함을 느낄 수 있다. 다만, 마성의 고양이들의 초대를 받을 수 있는 이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다. 삶에 대한 절망이 클수록, 젊고 체격이 좋을수록 환영받는 고양이들의 초대, 본인도 모르는 사이 절망에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길 잃은 영혼을 초대하는 마성의 고양이들. 베일에 싸인 미아키스 여관의 비밀이 궁금해진다.

스스로의 의지가 아닌 알 수 없는 무언가 홀려 터져 나올 듯한 절망을 품은 채 미아키스를 찾은 이들은 서늘한 미모를 가진 흑발의 오너를 비롯한 오드아이를 가진 아일랜드 출신의 장신 요리사, 흰색 바탕에 갈색과 검정색 무늬가 있는 옷을 입고 기묘한 말투를 가진 통통한 프런트 직원과 재기 발랄하지만 어딘가 살짝 부족한 벨보이까지 마치 세상과 동떨어진 느낌의 호텔 종업원 - 각양 각색의 고양이 특징이 생생한 - 들을 만나게 된다.

자신도 견디지 못하고 떠나는 이유가 되었지만 이제는 자신이 어린 소녀들의 꿈을 담보로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아이돌 총괄 매니저 미사, 어릴 적 지키지 못할 약속을 남기고 자신을 떠난 엄마를 원망하지만 여자 친구가 임신하자마자 자신의 엄마처럼 그녀를 버리고 도망 쳐버린 기요토,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노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40대 이혼녀 유카코, 즐거운 마음으로 럭비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었지만 어느샌가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에 럭비를 즐길 수 없게 되어버린 겐토, 마음을 기댈곳이 없어 사귀었던 호스트바의 남자친구에게 임신했다는 이유로 버림받고 해고 통보까지 받은 미혼모 소노코까지 각기 다른 이유로 절망에 빠진 이들은 미아키스에서 의문의 어린 소녀를 만나 마음의 안식을 얻는다. 물론, 절망을 훌훌 털어버리고 마음의 안식을 얻는 대가가 결코 작지 않다.

"누가 어떻게 생각하든 알 바 아니야. 그보단 내가 뭘 하고 싶으냐가 중요하지." (p.236)

불안한 마음으로 방황하던 손님들은 미아키스만의 따뜻한 요리로 마음을 달래고, 미스터리한 흑발의 오너가 들려주는 고양이 신화를 통해 자신의 절망을 극복한다. 차가운 기운을 뿜어내는 고양이들은 그들만의 방법으로 절망에 빠진 이들을 보듬으며 그들 또한 차근차근 자신이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러 가기 위해 몸과 마음을 수련한다. 고양이에게 주어진 아홉 개의 목숨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쓰기 위해,,, 새침하지만 누구보다도 집사를, 인간을 사랑하는 고양이의 본심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하면 너무 감상적일까,,, 하루쯤 미아키스로 초대받아 팡구르씨가 만든 따뜻한 요리를 먹어보고 싶어진다.

"아아, 방황하는 가련하고 무구한 영혼이여. 산속에서 이럭저럭 1년이 넘게 방황하는 인간들을 상대하며 느낀 건, 인간은 누구나 어리석고 여리고 약하고 애달프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전능한 '우리'는 불완전한 너희들에게 속절없이 끌리고 만다." (p.334)

[ 네이버카페 컬처블룸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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