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목욕탕
마쓰오 유미 지음, 이수은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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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화된 코로나의 영향도 있겠지만 어릴 적에는 온 식구가 함께 당연하게 다니곤 했던 목욕탕을 언제부터인지 가지 않는다. 예전보다 잘 갖춰진 욕실이 이유이기도 하겠지만 목욕이라는 내밀한 일상을 함께하는 것이 불편해지기 시작한 것도 이유이지 싶다. 따뜻하다 못해 뜨거운 물에 몸을 노곤하게 만들고 뽀샤시해진 후 마시는 뚱바(빙그레 바나나우유, 꼭 이 우유여야 한다)를 마실 때의 기분이란~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는데 말이다. 요즘 어떤 아이가 겨우 바나나 우유에 혹해서 엄마와 함께 목욕탕을 가줄까,,, 괜스레 목욕탕이라는 제목에 오래전 추억을 더듬어 본다.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다른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어려워하는 히키코모리 같은 동생 사오와 단둘이 살고 있는 리오. 그리 안정적이지 않은 직장에서 리오가 받은 월급으로 두 사람이 근근이 살고 있지만 이마저도 갑작스러운 해고로 인해 집을 내놓아야 하는 처지가 되고 만다.

앞으로의 막막한 생활을 고민하고 있던 두 자매에게 마치 하늘이 돕는 것처럼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큰삼촌으로부터 작은 마을 언덕에 위치한 오래된 목욕탕을 유산으로 물려받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지지만, 유산을 다게 되었다는 리오와 사오의 기쁨도 잠시 큰삼촌의 유산을 받기 위해선 수수께끼 같은 두 가지 조건을 받아들여야 한다.

현재 행운 목욕탕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 엘렌과 글렌을 계속 고용할 것 그리고 목욕탕의 손님맞이는 두 자매가 할 것.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던 두 자매는 수수께끼 같은 두 가지 조건을 수락하고 행운 목욕탕에 입성하게 되고, 왠지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는 엘렌, 글렌과 함께 행운 목욕탕의 영업을 이어간다.

단지, 두 자매 – 사람들을 어려워하는 사오는 집안일을 카운터는 리오가 전담 - 가 목욕탕 카운터를 맡는 것만으로 아무 문제 없이 행운 목욕탕의 영업은 계속되지만 소소한 고민을 함께 나누는 장소로 행운 목욕탕을 찾았던 어르신들은 큰삼촌의 부재를 아쉬워하고,,,
큰삼촌이 돌아가신 후부터 어르신들의 고민을 나누지 못하는 것에 대한 사연을 듣게 된 리오는 덜컥 상담을 약속하지만 마땅한 해답을 구할 수 없었던 리오가 답답함을 사오에게 풀어놓게 되고 탐정 일을 동경하던 사오는 추리를 통해 행운 목욕탕 손님들의 고민을 풀어주기 시작한다.

"'늘 그런 건 아니지만, 보면 스나다 씨는 답을 창아내서 깔끔하게 해결해줄 때가 많았어. 한마디로 가시 전문가랄까?' 가시 전문가, 전직 스파이, 전직 형사에 이어 추가된 삼촌의 새로운 직함이다. (중략) 어쩌면 목욕탕의 단골들. 혹은 그중 일부는 삼촌이 그런 식으로 '가시'를 제거해주길 바라는 마음에 일부러 언덕을 올라 행운목욕탕을 찾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p.000)

두 자매를 도와 행운 목욕탕이 적자를 내지 않고 계속 운영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글렌과 엘렌의 비밀, 비용이 비정상적으로 적은 행운 목욕탕의 세무 신고를 수상히 여기는 세무공무원 미무라와 큰삼촌이 유산을 남겨준 사실을 알려준 변호사 사무소의 직원 구라이시까지 미스터리한 등장인물들은 소소한 고민을 해결해 주는 행운 목욕탕을 흥미진진한 탐정사무소로 변화시킨다.

300페이지가 채 못 되는 짧은 분량과 작은 에피소드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인지 편안하게 읽히는 책이다. 더불어 조금씩 베일을 벗어가는 행운 목욕탕의 비밀들은 마치 따뜻한 온탕에 몸을 담그고 있는 것처럼 몸과 마음을 기분 좋은 노곤함으로 이끌어준다.

[ 네이버카페 컬처블룸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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