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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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글을 쓰냐고 물으면, 그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어서라고 대답합니다’ 에쿠니 가오리의 초기 단편집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의 첫 문장이다. 대작가 – 내가 애정 하는 - 의 너무 겸손한 한마디가 아닐까 싶다. 매번 생각하지만 에쿠니 가오리의 간결하고 담백한 문체는 평온함을 선물한다.

1989년부터 2003년 사이의 작품 9편을 모아 출간한 단편집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의 표지에서 에쿠니 가오리만의 감성이 묻어난다고 하면 다소 과장된 표현일까,,, 자유롭게 그려진 것 같은 버드나무 사이로 초록과 빨강의 글자가 대비되며 버드나무 아래로 빨간색의 맨드라미가 흩어져 있다. 만화 속 등장인물 같은 사람들은 한껏 여유를 즐기며 바이올린을 켜고 술잔을 높이 들어 이에 호응한다. 화려하진 않지만 충만한 행복감이 전해진다.

엘비스 프레슬리를 좋아하는 치매에 걸린 아내를 위해 기꺼이 한밤중의 엘비스가 되어주는 남편, 유부남과 동거를 하다 헤어지고 나서도 질투의 허상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 여자가 선택한 이별의 순간, 학창 시절 즐기던 잡기 분수의 천사를 행하며 가끔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묻고 제자리로 돌아가지만 진심을 다한 우정이라 하기엔 의문스러운 세 친구, 반려 고양이가 옮아온 벼룩으로 인해 평범한 일상이 무너져 버린 여자, 녹신 녹신해질 정도로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도 바람을 피우고, 이혼하자는 말을 하면서도 편의점에서 오래 써야 하는 생필품을 사들고 들어오고, 일면식도 없는 이의 장례식을 찾아 마음의 평온함을 얻고, 양성애자와 결혼해서 게이가 되어 나타난 남동생과 함께 기묘한 살롱에 모여 빨간 맨드라미를 보며 버드나무의 초록을 즐긴다. 비슷한 나이로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세 여자가 일 년에 한 번씩 만나 점심을 함께 먹고 소소한 이야기를 나눈 뒤 웃고 떠들며 장을 보고 헤어진 뒤 새해를 맞기도 한다.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아홉 가지 이야기는 다양한 사랑의 형태와 사람들이 관계를 이어가는 모습을 에쿠니 가오리만의 색깔로 풀어낸다.

[ 네이버카페 컬처블룸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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