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비 - 금오신화 을집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9
조영주 지음 / 폴앤니나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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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주 작가님의 절대적인 행복의 시간 3분을 인상 깊게 읽은 기억이 있다.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불안, 슬픔, 분노를 느끼며 평생 순수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은 단 3분밖에 안된다는 다소 충격적인 결론과 더불어 작은 행복에 만족하지 못하는 우리네 일상을 되돌아 보기도 했다.

전작이 색다른 해석으로 인상 깊었다면 이번에 읽은 비와 비는 어쩌면 조금 뻔할 수도 있는 신분을 넘어선 사랑을 예상하지 못한 반전으로 재미있는 로맨스를 만든다. 기암절벽과 병풍처럼 둘러진 복숭아밭,,, 현실과 이상이 공존하는 꿈속의 낙원을 그린 몽유도원도와 기이한 내용을 담고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소설집 금오신화를 소재로 하고 있다.

전라 관찰사의 수양딸 이비와 외모와 지력이 뛰어난 관노비 박비 그리고 소년 왕 성종, 세 사람의 안타까운 사랑이 몽유도원도와 금오신화를 넘나들며 전개된다. 수양딸이기는 하나 전라 관찰사의 딸로 다소곳한 기품을 장착하고 자칫 ‘도와줘요~ 왕자님!’을 외치며 민폐 캐릭터가 될 수 있는 이비는 유쾌한 공중제비를 돌며 스승 김시습으로부터 천치 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유쾌 발랄하게 그려진다. 비록, 아픈 비밀을 간직하고 있지만 역사소설에서는 보기 힘든 당찬 말괄량이다.

"나는 그저 태어났다. 단지 이렇듯 웃고, 재주넘고, 하늘을 보고, 또 사랑하는 이를 보기 위해 태어났다. 사람이 사는 이유는 그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때문에 이비는 행복했다." (p.286)

어마 무시한 비밀을 간직한 채 유쾌 발랄 깨방정 여주 이비를 돌보는 남주 박비와 그들을 연결하고 있는 사랑의 메신저 보라매 부리의 활약은 심심할 틈을 주지 않는다. 현실과 이상이 공존하는 몽유도원도를 펼친 듯 꿈속과 현실을 가늠할 수 없는 인물들의 등장으로 읽는 이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며 복선과 반전의 밑밥을 깔아가며, 매를 길들이듯 인간을 길들이는 인간의 탐욕을 읽게 한다.

"처음엔 다가오게 해야 합니다. 잠자코 그저 지켜보며 제때 먹이를 주고 묵묵히 바라보게 합니다. 가까이 다가와 알짱거리며 뭔가 눈치를 보고 가끔 내게 기어오르면 태도를 바꿔야 합니다. 명령을 내려야 하지요. 매는 본디 말 못 하는 금수입니다. 다정히 달래지 말고 명령을 내려 겁을 줘야 알아듣거든요. 한데 살다 보니 그거 아십니까.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이란 본래 비겁한 존재입니다. 겁을 주고 막말을 하는 사람을 두려워 공경합니다." (p.201)

책을 다 읽은 후 갑자기 궁금해진 비와 비의 부제 ‘금오신화 을집’이 궁금해서 찾아보다가. 금오신화의 부제 ‘갑집’에서 시작, 소설 속에 김시습을 등장시키고 ‘을집’을 집필하게 했다는 작가님 인터뷰를 읽었다. 역사를 어설프게 알고 있는 나 같은 독자들은 궁금증을 못 이기고 금오신화 을집을 찾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킥킥거려 본다.

몽유도원도, 금오신화, 사육신 등 어렵지 않은 역사적 사실과 생동감 넘치는 등장인물들의 서사로 마치 금오신화 을집이 역사적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지루하지 않은 독서시간을 만들어준다.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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