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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에 집을 샀어 ㅣ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최하나 지음 / 몽실북스 / 2022년 7월
평점 :
회색도시를 배경으로 마치 집을 화살처럼 등에 잔뜩 꽂은 한 남자가 있다. ‘강남에 집을 샀어’라는 제목과 조금의 에누리도 없이 대치된다. 흔히 말하는 영끌로 강남 한복판에 집을 마련하고 인생 꼬이는 하우스푸어가 주인공이려나 하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한다. 카카오스토리 선공개를 통해 주인공 건동이 처음 찾은 공인중개사에게 가볍게 없는 사람 취급을 당하는 챕터까지 읽었던 터라 앞부분은 복기하듯 빠르게 읽어내려 간다.
강남불패라는 말이 있다. 근간에 살짝 무너지고 있다는 기사가 보이기는 하지만 오를 때는 왕창, 떨어질 때는 찔끔 돈 없는 개미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는 강남 부동산을 가리키는 말이다. 역대 정부가 시행하는 어떠한 부동산 억제 정책도 작동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리얼한 부익부 빈익빈을 체험할 수 있고 영혼 아니라 영혼 할아버지까지 끌어모아서라도 집을 사두면 무조건 오른 곳이 바로 강남이다. 그런 어마 무시한 곳에 집을 샀는데 도대체 왜? 왜? 왜? 집을 업보처럼 이고 있을까... 건동의 사연이 궁금해진다.
국가고시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사법고시에서부터 마지막 9급까지 나라의 녹을 먹고자 국가고시 준비만 어언 10년. 약 올리는 것처럼 처음부터 넘사벽의 점수로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매번 아슬아슬한 탈락의 고배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라는 미련과 함께 10여 년간의 지루한 고시원 생활로 이어졌다.
햇빛 한 줌도 허락하지 않은 고시원의 가장 안쪽방으로 내몰린 건동은 10여 년간의 고시생활을 끝내고 취업을 하려 하지만 나이는 많고 특별한 능력도 없는 그에겐 번듯한 취업자리는 멀기만 하고 당장의 생계를 위해 학원의 계약직 실장으로 취업한 건동. 허울 좋은 계약직 실장 자리는 몸과 마음이 피곤한 만능 잡역부일 뿐이고,,, 오랜만에 재회한 동창들은 그와 달리 이미 사회에서 자리를 잡은 지 오래다.
열등감에 휩싸인 건동에게 구원의 빛처럼 등장한 악의 무리들 그리고 그들의 달콤한 속삭임에 영혼까지 내어준 건동. 모든 일은 합.법.적.이.었.다. 단지 약간의 트릭이 곁들여졌을 뿐이다.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평범한 일상을 살던 한 사람이 그릇된 욕망으로 말미암아 한순간에 무너지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그저 건동은 가진 자들의 공정하지 못한 폭력에서 벗어나 그들과 똑같은 삶을 살고 싶었을 뿐이다. 세상이 나쁜 걸까,,, 허황된 욕망으로 그들에게 속은 그가 나쁜 걸까,,,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경쟁 사회 속에서 당당히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살고 싶은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허황된 욕망을 쫓지 않는다. 책임질 수 없는 그릇된 욕망을 처참한 파멸만을 남길 뿐이다. 나도 강남에 집을 사고 싶다로 읽기 시작했던 책은 감당할 수 없는 욕망에 대한 두려움을 남기며 끝난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강남에 집을 사고 싶을 수 있을까?! 아놔~ 이놈의 속물근성은 그럼에도 강남에 집을 사고 싶다. OTL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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