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 되게 시끄러운 오르골 가게
다키와 아사코 지음, 김지연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6월
평점 :
절판


뚜껑을 열거나 태엽을 감았을 때 짧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음악상자 오르골,,, 어릴 적 스노우볼이나 예쁜 발레리나 인형으로 장식된 오르골은 소녀들에게 흔하지만 고급진 장난감(?) 이었다. 더군다나 설렘 가득한 고백 같은 특별한 날에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선물이었으니 오르골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오브제라 하겠다. 얼마 전 종영한 신사와 아가씨에서 영국은 단단이 선물한 오르골에 그녀를 위해 포기해야 하는 그의 마음을 봉인하는 로맨틱한 물건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아무튼, 오르골은 소녀소녀 한 핑크빛 감성의 대명사임에는 틀림없다.

북쪽 마을 운하 골목에 위치한 작은 오르골 가게. 표현하기 어려운 신비로운 분위기로 말미암아 운하 골목을 지나는 많은 사람들을 이끈다. 천정 끝까지 쌓여있는 오르골들은 잔잔한 호수에 파문을 일으키는 것처럼 가게를 찾은 이들의 마음을 부드럽게 두드린다.

이곳에는 무심한 듯 손님을 맞이하는 수수께끼 같은 직원과 특별한 오르골이 함께한다. 멜로디가 담겨 있는 기성품이 아닌 손님의 마음속에 흐르는 음악을 담은 오르골.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을 위한 오르골은 무심한 듯 마음의 상처를 보듬는 천사가 되어 그들의 마음속에서 잊고 있던 추억을 끄집어 낸다.

평범하지만 특별한 사연을 가진 이들이 특별한 오르골을 통해 위안을 얻는 7편의 이야기가 담담하게 읽는 이들의 마음을 토닥인다고 해야 할까,,, 등을 기대고 책을 읽는 시간이 편안하다. 귀가 들리지 않는 소년의 마음속에는 아기적 엄마가 불러주던 자장가가 흐르고, 오래된 연인과의 헤어질 위기에 처한 남자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사랑하는 연인의 흥얼거림이 흐른다. 음악을 사랑하지만 미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포기한 소녀들의 마음엔 그들이 함께 했던 화음이 흐르고 시골집을 등진 아들의 마음엔 아버지의 마음이 흐른다. 오르골 가게를 찾는 사람들의 마음에 흐르는 음악이 떠다니는 오르골 가게는 한시도 조용할 수 없는 말도 안 되게 시끄러운 곳이 되어 그들의 마음을 토닥인다.

"촉촉하게 젖어 검게 빛나는 바닥에 주저앉고 싶었다. 떼쟁이처럼 발버둥 치며 외치고 싶다. 혼자서는 못하겠어. 아무것도 못하겠어. 그러니까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어. (중략)
'만들 수 있어요.' 자신만만하던 점원의 목소리가 컷가에 쟁쟁하다. 정말 만들어줄 수 있느냐고, 준페이는 가슴속으로 되물었다. 이름 없는 밴드의, 심지어 옛날 노래인데 만들 수 있을까?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을 다정하게 감싸 주었던 음악을 작은 상자에 넣어 선물한다면 정해진 미래란 놈을 움직일 수 있을까." (p.72~77)

저자는 “어떤 사람이든 마음속에 품은 음악이 하나쯤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며 이 책을 써내려 갔다고 한다. 바쁜데 마음속에 품은 음악까지 하며 잊어버리는 게 당연하다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무의식중에 기억되는 특별한 노래(음악)는 지치고 고된 우리네 일상에 많은 위로를 건넨다.

나에게 특별한 음악이 있을까,,, 시시때때로 바뀌지만 오랜 기간 여전히 나의 마음에 머물고 있는 두 곡이 있다. 기억도 가물가물 지금은 연락도 닿지 않는 어린 시절 베프가 전해줬던 ‘아기 코끼리 걸음마’의 흥겨운 리듬과 몹시 울적했던 딱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들리던 유재하의 우울한 편지(주인공 신하균이 직접 불러서 여심을 흔들었던 기억이)... 지금도 이 두 곡을 들을 때면 왠지 모른 애잔한 감정이 생긴다. 조금 더 따뜻한 음악이 내 마음을 시끄럽게 흐르면 좋겠지만 떠올릴 수 있는 음악이 있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은 충분히 시끄러운 오르골 가게가 되지 않을까 싶다.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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