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과 실성의 생활
정세진 지음 / 개미북스 / 2022년 5월
평점 :
절판


‘어쩌면 이렇게 딱 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 책일까!’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에세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입에 달고 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의 집 전투를 관전하듯 지켜보는 남편(놈)에게 가사와 육아는 돕는 게 아니라 당신의 일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마치 신대륙을 발견한 듯 알려줘야 하고 아이가 아파도, 공부를 못해도 ‘전부 내 탓이오!’를 주문 외듯 외우고 살아냈던(?) 지난 이십여 년의 이야기를 복기하고 있는 것 같다. 관료주의와 가부장제가 짬뽕되어 있는 대한민국에서 집에서도 화사에서도 환영받지 못하지만 잡초같은 근성으로 살아남은 워킹맘의 한 사람으로 공감에 또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워킹맘은 늘 균형을 잡으려 애쓰는 사람이지만 일 하는 자의 기쁨을 왜 모르겠는가. 한쪽에 흠뻑 빠졌을 때의 기쁨도 잊히지 않는다." (p.169)

그나마 직장 내 어린이집이 잘 되어 있는 편이라 이모님 때문에 고생을 하지는 않았지만 어쩌다 심하게 야근을 해야 하는 날에는 사무실 소파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어주었고, 김과 계란이 없었으면 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견딜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김과 계란은 은혜로운 전투식량이었다.

저자처럼 쿨하게 워킹맘을 이해하는 이웃집 전업맘은 만나지 못해서 – 사실 사람들하고 부대끼는 일 자체가 피곤하고 힘들어서 노력조차 하지 않았고 – 전체가 모이는 학부모 모임에서는 왕따 비스므리한 기분을 느끼고 우울해지기도 했다. 요즘 정도라도 마음의 여유가 있었다면 워킹맘이었던 나를 이해해 줄 수 있는 베프 전업맘 친구를 찾아볼 노력이라도 했을 텐데,,, 몸도 마음도 지쳐있던 그때 그 시절 나에게는 하루하루가 전쟁이었으니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지 않는 일에 에너지를 쏟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을게다. 셀프 토닥토닥~~

남자랑 여자랑 결혼은 똑같이 하는데 왜 유독 여자사람한테만 가혹한 건지,,, 제대로 된 이름으로 불릴 수 있는 건 그나마 나를 워킹맘으로 살게 해준 회사뿐이고 결혼과 동시에 여자사람은 아무개의 와이프였다가 아무개의 엄마였다가 어느 집의 며느리가 되어버린다. 나도 우리 아빠가 지어주신 예쁜 이름이 있는데 말이다. 결혼한 지 어언 이십 년이 훌쩍 넘어버린 지금에서야 다시 내 이름을 찾고 있다지만 아쉽게도 이제는 이름도 무감한 나이가 되어버렸다. OTL

성실과 실성의 생활이라,,, 멋들어지고 창의적인 배짱 이처럼 살고 싶지만 꽉 막힌 개미처럼 살아야 하는 가혹한 현실을 그 누가 알아주나~ 실성한 것처럼 전투적으로 살지 않으면 아무도 나에게 성실하다고 말하지 않는 멍멍이 같은 현실을 찰떡같이 표현한 제목이다. 맘에 들어!

이 책을 만난 워킹맘들이 모두 느꼈을 동질감과 연대감에 치얼스~ 악착같이 취업하고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는 애국에 아낌없이 이 한 몸 다 바친, 묵묵하게 뚜벅뚜벅 꽉 막힌 개미처럼 성실과 실성을 혼동하며 살아낸 이 시대의 잔다르크 워킹맘들에게 다시 한번 치얼스~ 그동안 수고했어요!! 토닥토닥~~

"여러분은 일하는 엄마라서 내 아이한테 문제 행동이 있지 않을까, 원인을 자신한테 돌리는 경우가 많은데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어른이 가까이 있다는 것은 아이에게 득이 되면 득이 되지 그게 문제행동의 원인이 될리가 없잖아요. 더구나 아이의 정서를 이렇게 살피고 노력하는 부모가 곁에 있으면 됩니다. 여러분은 잘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여러분의 걱정과 다르게 웬만하면 괜찮습니다. 웬만해선 괜찮아요." (p.173)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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