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내게도 구원이었다_단지, 무음에 한하여 by 오리가미 교야

단지, 무음에 한하여 ㅣ 아르테 미스터리 14
오리가미 교야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5월

청명한 하늘과 깨끗한 구름으로 단장한 표지 일러와는 사뭇 다른 ‘단지, 무음에 한하여’ 가볍게 넘기기엔 왠지 무거운 의미를 놓칠 것 같은 두려움(?)이 드는 제목이다. 사사로운 감정을 담을 수밖에 없는 ‘말’이 아닌, 후회 없는 마지막을 위한 절절함을 떠오르게 하는 ‘무음’의 무게감을 생각하며 가볍지 않은 마음으로 책장을 편다.

죽은 사람의 영혼을 볼 수 있지만 그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그들의 소리를 들을 수 없는 2% 부족한 능력을 가진 탐정 아마노 하루치카의 추리극 ‘단지, 무음에 한하여’는 잊고 싶은 기억을 지워주는 능력을 가진 존재를 다룬 미스터리 소설 기억술사의 저자 오리가미 교야의 신작으로 주인공의 영적 능력을 주요 소재로 하고 있다.

영혼과 대화를 나누고 정보를 얻는 영매가 등장하는 미스터리는 종종 읽었지만 대화는 고사하고 소리조차 듣지 못한 채 단지 영혼을 볼 수만 있는 2% 부족한 교감능력을 가진 영매라,,, 유용한 능력이지만 제대로 사용하기까지는 쉽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아니나 다를까 영혼을 볼 수 있는 탐정 하루치카의 추리과정은 처량맞기까지 하다. 조금이라도 영혼과 교감하기 위해 길거리 노숙을 마다하지 않고 장님 문고리 잡듯 영혼이 나타나는 장소를 시작으로 더듬더듬 그 영혼의 주인이 죽은 이유를 추리해간다. 추리가 끝나기도 전 영혼이 깜쪽같이 사라지기도 하고 - 사건과 전혀 연관이 없는 건 아니지만 - 결과적으로 찾고 있던 영혼이 아닌 다른 사람의 영혼을 찾기도 한다. 이쯤 되니 그가 영혼을 볼 수 있는 능력으로 탐정사무소를 잘 운영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확실한 정보를 쥐고 있는 영혼의 흔적을 쫓는 어리바리 탐정 하루치카는 친구 구치카로부터 갑자기 세상을 떠난 자산가의 사인을 조사해달라는 의뢰를 받고 영혼의 흔적을 쫓기 시작한다. 요양 중이던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던 시크한 소녀 가에데가 의심스럽지만,,, 자산가 할아버지의 영혼은 존엄한 죽음을 희망했던 자신이 모두와 함께 실행에 옮긴 죽음의 비밀을 알린다. 그렇게 혼자가 되어버린 소년 가에데와 어설픈 탐정 하루치카는 서로에게 연민을 느끼며 인연을 이어간다.

이어진 의뢰, 2년 전 실종된 남편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은 영혼을 보는 탐장 하루치카. 경영난에 빠진 회사를 구하지 못해 어마어마한 빚을 남긴 채 자살한 것으로 의심되는 실종자를 찾아 나서지만 흐릿한 영혼만큼이나 손에 잡히지 않는 단서는 갈수록 수수께끼가 되어갈 즈음 츤데레 가에데의 조력으로 추리는 급물살을 타게 되고,,, 어리바리 탐정 하루치카는 이번에도 무사히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단지, 무음의 영혼을 볼 수 있지만 어리바리 2% 부족한 인간적인 탐정 하루치카와 세상 시크하지만 따뜻한 정이 그리운 소년 가에데의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지는 마지막이었다.

"그 영혼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다. 그건 내게도 구원이었다. 이리하여 내 임무는 정말로 끝났다. 건물에 등을 돌리고 걸음을 옮겼다. 일부러 등을 쭉 펴고 보폭을 넓혔다. 나도 앞으로 나아가야지. 가에데와 가정부 고이케에게 선물을 사가야겠다 싶어서 나는 한 골목 다른 길로 들어가 붕어빵집으로 향했다." (p.307)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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