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 불짜리 속편 미스터리
이언 랜킨 외 지음, 오토 펜즐러 엮음, 김원희 옮김 / 북스피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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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처음 등장한 모든 것들이 귀하게 대접을 받아야 마땅하겠지만 오래된 책의 초판본은 다른 것들에 비해 유난히 귀한 대접을 받는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책을 좋아하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진 책에 대한 물욕은 상상을 초월한다. 타인이 가진 서재와 책장을 그저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나에게 허용된 공간이 책으로 가득 차 발 디딜 틈이 없어져야 겨우 비워낼 생각을 시작하니 말이다.

작품이 쓰인 그 순간에 담긴 작가의 의도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초판본의 인기는 한마디로 그 작가에게 동화되고 싶은 독자의 팬심에서 비롯된 소장 욕과 나만 갖고 싶지만 나만 갖고 있음을 알리고 싶은 과시욕의 결과가 아닐까 싶다.

지난번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책의 엔딩크레딧과 같은 북스피어의 책이다. 손글씨로 보내주시는 사장님의 글귀에서 책에 대한 무한 애정이 인상적이었는데 이번 책에도 사장님의 애정이 가득 담긴 손글씨 메모가 함께 도착했다. 우연히 찾아본 북스피어의 블로그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라는 눈길 가는 슬로건과 머라 하지 말고 한번 웃어달라는 백만 불짜리 속편 미스터리에 대한 블로그 게시글에 슬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여섯 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백만 불짜리 속편 미스터리는 이렇듯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탐낼 수밖에 없는 초판본을 소재로 한 단편집이다. 우연히 발견된 보물 같은 초판본의 행운을 불행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과정을 스릴 있게 풀어낸다. 물론, 살짝 사악한 욕심은 MSG처럼 흥미를 북돋아 준다.

초판본의 가치를 알리지 않고 헐값에 사들인 책 더미를 두고 심장마비로 사망한 혈혈단신의 중고서점 사장의 남겨진 유산을 빼돌리기 위한 치밀한 작전 – 반전의 비밀이 숨어있다 – 과 소장 가치를 알게 되자마자 누군가 훔쳐 간 여왕에게 헌정되었던 어마 무시한 가격의 작가 싸인본, 의문의 남자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 통으로 시작된 세상 유일의 ‘사자의 책’ 초판본을 지키기 위한 책을 사랑하는 교수의 고군분투와 전작의 무게에 눌려 후속편을 쓰지 못하고 있는 스타 작가가 살고 있는 뒤집힌 세계까지,,, 미스터리 소설계의 명 편집자 오토 펜즐러에게 선택된 여섯 편의 단편의 각기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주요 소재가 되어준 책들은 초판본이라는 이유만으로 의미가 극대화된 책들은 단순히 읽기 위한 책을 넘어서 개인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소유물이 되기도 하고, 문학사 연구를 위한 소중한 보물이 되기도 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로망이 될 수밖에 없는, 헤어 나올 수 없는 초판본의 매력 - 매력이라 쓰고 욕심이라 읽는다 – 에 푹 빠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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