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꽃 향기
김하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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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당시 많은 사람들을 울렸던, 그리고 너무 일찍 우리 곁을 떠난 배우 장진영을 추억하게 하는 김하인 작가의 가슴 시린 소설 국화꽃 향기를 출간 20년 만에 다시 만났다. 다시 만난 미주와 승우의 지고지순한 사랑은 감성이 메말라버렸다고 생각하고 있던 나를 또다시 속절없는 슬픔 속으로 몰아간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난 후 다시 마주한 탓에 스스로를 포기하면서 택한 아이에 대한 모정의 절절함이 더 깊게 다가 다가온다. 사랑하는 이와의 사이에서 탄생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온몸이 갈가리 찢기는 고통을 버텨내고, 아이를 품에 안고 마지막 눈 맞춤을 하고 떠날 수 있기를 희망하는 무모하지만 숭고한 엄마의 사랑을 이해하게 된다.

한번 자리를 잡으면 움직이지 않는 나무와 같은 사랑을 하는 남자 승우와 많은 이유로 그를 밀어내고 있었지만 결국 승우의 나무 같은 사랑에 마음을 내어준 미주 그리고 그들에게 찾아온 새로운 생명 주미. 신은 승우와 미주의 사랑을 시샘하듯 인간의 힘으로 극복할 수 없는 시련을 건네지만 이들의 굳건한 사랑을 막을 수는 없다.

새내기 대학생 승우는 연합동아리 CDS의 신입생 환영회에 참석하러 가던 중 국화꽃 향기를 흩뿌리는 당찬 선배 미주와 운명적 첫 만남을 갖게 되고, 이유를 알 수 없는 국화꽃 향기에 홀린 듯 미주를 향한 나무와 같은 사랑을 시작한다.

시간이 흘러 유일하게 승우를 미주에게 이어주던 CDS의 명분도 사라지고 두 사람은 각자의 자리에서 꿈을 이어가고 있다. 소신을 담은 영화를 만들고 싶지만 녹녹하지 않은 현실에 번번이 좌절하는 미주는 우연히 라디오 PD가 되어 여전히 자신을 잊지 못한 채 자신만이 이해할 수 있는 사연을 보내고 있는 승우와 재회한다.

자신 또한 승우를 사랑하고 있었음을 깨달은 미주와 승우는 드디어 하나가 되고 오랜 기다림 끝에 축복 같은 생명의 선물을 받지만 기쁨도 잠시 미주에게 위암 말기라는 청천벽력 같은 끔찍한 악몽이 함께 찾아온다. 자신의 삶과 아이의 생명 모두를 지킬 수 없음을 깨달은 그녀는 한치의 고민도 없이 자신의 품으로 찾아온 생명을 지킬 결심을 하고,,, 그녀와 승우의 아이의 지키기 위한 힘겨운 싸움을 시작한다.

"당신······ 눈앞에 보여도 이토록 그리운 승우씨 나, 절대로 당신 잊지 않을게. 당신의 눈과 코, 입술이며 목소리, 그리고 냄새, 당신과 보낸 날들을 잊지 않고 나, 내 영혼에 모두 담아 갈게. 당신······ 잘 살아야 돼. 나 없다고 울지 말고·····. 이젠 겨울도 지났잖아. 봄이야······. 우리 주미가······ 봄을 가 져온 거야." (p.370)

미주와 승우의 순애보가, 미주의 모성을 지극히 당연하다 여길 수도 있겠지만, 승우의 우직한 나무 같은 사랑이 보는 이들조차 숙연하게 만드는 미주의 모성을 당연하다 여기기엔 마음이 너무 아픈, 다시 읽어도 너무나 짠한, 큰 눈에 환한 미소가 너무 예뻤던 그녀 故 정진영 배우를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국화꽃 향기였다.

"어떤 날·····어느 날 말이야. 승우 씨 혼자서 있는데······ 갑자기 바람이 불어와 승우 씨 앞 머리카락을 흩트려놓거나·····. 그래, 어느 순간 공기 속에서 국화 향이 나면 내가 승우 씨 옆에 와 있다고 생각해줘." (p.311~312)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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