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준비는 되어 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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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기보다는 좋아하는 장르의 책을 찾아 읽는 터라 특정 작가의 신작이 나오면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거의 하지 않는 편이다. 그럼에도 이 작가의 책이라면 하는 작가가 딱 두 사람 있는데 에쿠니 가오리와 히가시노 게이고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은 워낙 선호하는 장르이다 보니 작가보다는 장르를 찾아 읽는다는 게 맞는 표현이고, 개인적으로 작가를 찾아읽는 작품은 에쿠니 가오리가 유일하다. 뭐랄까 담백하고 간결한 문장이 감성을 불러일으킨다고나 할까,,, 아무튼 좋다. ^^;;

2004년 발간되었던 에쿠니 가우리의 단편집 ‘울 준비는 되어있다’가 리커버 개정판으로 다시 발간됐다. 이전 책이 감성 가득 그윽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저자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면, 이번 개정판은 넓은 벌판에 홀로 남겨진 외로움을 가득 담고 있다. 같은 책이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의 두 권을 나란히 놓고 바보처럼 괜히 뿌듯해 하고 있다.

12편의 단편은 여전히 짙은 감성을 호소하고 있다. 누군가와 늘 함께하고 있지만 진심으로 마음을 나눌 수 없음에 여전히 외롭고, 깊은 외로움으로 말미암아 언제든 펑펑 울 준비가 되어 있는 담백한 감성. 그녀의 표현처럼 뒤죽박죽 섞어놓은 비스킷 같은 이야기가 다르지만 같은 맛을 내고 있는 사탕 주머니 같은 글들이다.

'우리 한때는 서로 사랑했는데, 참 이상하지. 이제 아무 느낌도 없어." (p.89)

열렬히 사랑했지만 거짓말처럼 무감해지는 순간 그 순간이 바로 울음을 터뜨릴 수 있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처음 책을 읽고 이렇듯 무감한 모습이 일상에서 흥미를 찾을 수 없는, 생기를 잃어버린 중년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는 나의 감성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럼에도 에너지가 넘치진 않지만 나른한 무료함을 버티며 살아내는 것 또한 놓치지 말아야 할 감성이 아닐까 싶다.

‘혼자 사는 여자처럼 자유롭고, 결혼한 여자처럼 고독하다’ (p.108)

더 이상 내 손길을 필요로 하지 않는 아이들과 미지근하게 식어버린 사랑으로 메말라가는 중년 여성의 모습을 이처럼 정확하게 표현 – 물론, 소설 속에서 자유롭다는 표현은 다소 부적절한 만남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 할 수 있는 문장이 있을까...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 이제는 돌아갈 곳이 없을 것 같은 외로움과 함께 갑자기 느껴지는 시간이 서글퍼진다.

[ 네이버카페 소담북스 꼼꼼평가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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