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잉태하고 아이가 건강한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양육하는 일만큼 성스러운 일은 없다. 또한,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아이가 잘 자라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도움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회는 유난히 아이를 낳고 키우는 노력에 ‘엄마’의 책임을 강요한다. 워킹맘으로 아이를 키운 한 사람으로 아이를 너무나 사랑하는 것과는 별개로 당연시되고 있는 ‘엄마의 책임’에 울컥하곤 한다. 거의 독박 육아를 하다시피 했음에도 아이들이 다 자란 후에 들었던 말이 고작 ‘회사에 신경 쓰느라 아이들은 소홀히 했다’였으니 말이다. 리뷰하고 있는 네메시스(복수하는 여자들)는 호흡이 짧은 단편소설을 선호하지 않지만 개인의 취향을 뒤로하고 산후우울증을 주제로 하고 있는 여성작가들의 엔솔로지 소설집이라는 이유만으로 선택한 책이다. 첫인상처럼 가볍게 넘겨지곤 하는 산후우울증이 사실은 혼자의 힘으로 감당하기 어려웠던 엄마들이 살기 위해 힘겹게 요청했던 안타까운 신호였는지를 알게 한다.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면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워킹맘 승연이 아이를 방임하는 것으로 오해했던 학부모의 고단함, 삼십이 년 전 자신이 버렸던 딸이 낳은 아이의 베이비시터로 딸을 다시 만난 이수가 마주한 비밀, 산후우울증으로 스스로 아이를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상상 속을 헤매고 있는 해서 그리고 아이의 아빠를 만들어주고 싶은 비틀린 모정을 보여주는 해주까지,,, 각기 다른 네 가지 단편은 오래전 독박 육아의 고단함과 극한에 몰린 엄마들 – 비록 정당한 방법이 아닐지라도 – 의 성공할 수 없는 복수에 안타까운 마음 한자락을 내어주게 한다. 방송사의 9시 뉴스 앵커로 승승장구하던 주인공이 자신에게 집착하는 엄마와 임신으로 시작된 자리에 대한 압박감을 극단적으로 보여줬던 천우희 주연의 영화 ‘앵커’가 떠오른다. 아이를 원하지만 아이로 인해 변화될 삶에 대한 두려움... 급기야 다른 인격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부담감까지 엄마가 되기 위한 여정이 결코 쉽지 않음을 상기시킨다. 네 가지 이야기가 모두 측은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1분 1초도 엄마에게서 떨어지지 않는 껌딱지 같은 아이에 지쳐 극단적 선택을 하려던 학부모의 모습에 놀란 자신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여전히 엄마에게 껌딱지의 만행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 어쩌면 나의 모습이었을 지도 모르는 - 가장 현실적이었던 첫 번째 승연의 이야기가 여운을 남긴다.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네메시스_복수하는여자들 #한수옥 #박소해 #한새마 #김재희 #북오션 #산후우울증 #몽실북클럽 #몽실서평단 #엔솔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