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중고상점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놀 / 2022년 4월
평점 :
품절


“비싸게 사서 싸게 팝니다!” 한 문장만으로 충분히 미스터리한 상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길을 잡아끄는 재미있는 제목이다. 아무튼, 11년 만에 다시 출간된 미치오 슈스케의 수상한 중고상점은 우연처럼 제목의 분위기를 그대로 가져온 수상한 중고 신간 – 너무 객쩍은 소리 같지만 - 이 되어 독자들을 만난 작품이다 ^^;;

돈을 벌어야 하는 중고상점이지만 돈보다는 물건에 얽힌 사연과 사람을 생각하는 이들이 운영하는 탓에 문을 연 지 2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심지어 점장 가사사기의 꼬임에 넘어가 중고 상점의 부점장으로 일하고 있는 미대 출신의 금손 히구라시는 허구한 날 이웃한 절에서 주지스님의 꾀임에 넘어가 필요 없는 중고 물건을 턱없이 비싼 가격에 사 오곤 한다.

매사에 설렁설렁 장사보다는 손님의 사연에 관심이 많은 점장 가사사기와 장사 수완이라고는 1도 없는 예스맨 부점장 히구라시 콤비 덕분에 수상한 중고상점은 만년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묘한 가게지만, 그럼에도 돈보다는 그들을 찾은 이들을 맞이하는 따뜻한 온기로 말미암아 지친 마음을 위로받을 수 있는 따뜻한 곳으로 탈바꿈한다.

가사사기의 2% 부족한 엉뚱한 추리와 히구라시의 하얀 거짓말 2% 그리고 가출 중이라고 주장하는 시크한 소녀 미나미 나미의 마음을 더한 시끌벅적한 중고상점의 4계절이 그려진다. 서로를 위해 진실을 감추려고 애쓰는 모자, 꿈과 현실의 차이에서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던 목공소 견습생, 비밀을 간직한 부모님의 이혼으로 방황하는 소녀 나미, 그리고 사랑하는 양아빠의 한 가지 물건 때문에 마음 한구석이 늘 허전했던 소년까지... 모두가 가족을 위한 따뜻한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나미도 자신과 엄마를 묶는 리본을 가지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렇게 남쪽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나. 나미의 시선 끝에는 언제나 물고기자리의 리본이 있지 않았을까. 달빛이 비치는 정원에 서서 가을 하늘을 올려다보는 동안, 가슴속에서 미나미씨 집안의 장래를 비관하는 마음이 점점 작아져 가는 것이 느껴졌다. 괜찮아질 것이다. 리호와 나미도 다시 리본으로 서로를 꼭 묶는 날이 언젠가 반드시 온다. 애당초 별자리를 만든 것은 자연이나 신이 아닌 인간이다. 나미와 리호도 언젠가 반드시 자신들 사이에 튼튼하고 아름다운 리본을 그리리라. 꼭 둘이서 할 필요는 없다. 나랑 가사사기도 있다. 고조도 반드시 되돌아온다. 모두 함께하면 된다.” (p.241)

언제까지나 그곳에 든든하게 자리 잡고 있을 것만 같은 수상한 중고상점은 이처럼 서로의 비밀을 알고 있지만 사랑하는 이의 해피엔딩을 위해 눈을 감아주는 마음과 가사사기의 엉뚱한 추리를 해결하기 위해 손해를 보더라도 즐겁게 진상을 풀어내는 히구라시의 따뜻한 배려, 더불어 모두를 유쾌하게 하는 가사사기의 자신만만하고 엉뚱한 추리로 적자지만 수상한 중고상점이 계속 운영될 수 있는 에너지를 채워가고 있다.

봄에서 시작, 겨울로 마무리되는 수상한 중고상점의 힐링 스토리는 귤 나무가 자리는 절 주지스님의 이유 있는 고약한 강매를 기분 좋게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를 선물하며 마무리된다.

“인간은 매일매일 여러 가지 일을 생각하고, 여러 가지를 동경하며 구부러지는 법입니다. 누구든지 그래요. 그렇게 흐르는 동안은 어디에 다다를지 모르죠. 제 생각에 구부러진다는 건 중요한 일이에요.” (p.143)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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