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워줘 도넛문고 1
이담 지음 / 다른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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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하게도 이제는 생소하지 않은 직업이 되어버린 디지털 장의사 그리고 무고한 피해자를 만드는 소재로 드라마와 영화를 비롯한 대부분의 콘텐츠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디지털 성범죄와 아이들. 모든 일상이 디지털화 된 지금, 작은 호기심과 방관은 상상을 초월하는 방법과 속도로 몸집을 부풀리며 익명의 가명과 함께 모든 이들을 가해자로, 피해자로 만들어간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피해자가 되어버리는 디지털 성범죄는 일 분 일 초, 어느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어느 누구도 안전하지 않은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 피해자가 된 것을 알게되었을 때 이성적으로 버틸 수 있는 이가 없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특히 어린 청소년이라면, 더군다나 잘못된 선택으로 어른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조차 어려운 상황의 피해자라면 그 공포와 두려움은 극단적 선택을 부를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될 것이다.

열일곱 살 모리는 어릴 적 사고로 잃어버린 여동생과 닮은 여자아이의 불법 촬영물을 보게 된 후 디지털 장의사가 되어 어려움에 처한 또래 친구들을 돕고 있다. 범죄에 사용된 불법 촬영물을 없애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불법에 근접한 활동을 해야 하고,,, 예정된 수순처럼 디지털 장의사로 어려움에 처한 친구들을 돕던 중 익명의 신고에 의해 조사를 받게 된다.

선한 의도로 시작했지만 불법 촬영물 재유포 혐의를 비롯한 불법행위를 의심받게 된 모리는 결국 디지털 장의사 일을 그만두기로 결심하지만, 어른들의 비틀어진 보호를 무기로 불법 촬영물을 그들만의 단톡방에 공유하며 아무것도 모르는 피해자에게 무차별 폭력을 가하는 또래 친구 진욱의 잘못된 행동을 멈출 수 없는 모리의 갈등은 점점 커져만 간다. 불법 영상을 찍는 것 만이 범죄일까,,, 남자 아이들의 조금 짓궂은 장난으로 치부되며 불법 촬영을 주도하지 않았다는 당위성과 익명성으로 무장한 다수의 침묵과 무관심 속에 공유된 영상은 무분별하게 재배포되어 피어보지도 못한 어린 피해자의 생명을 좀먹어간다.

“윤리온, 네가 평소에 행동을 똑바로 했으면 이런 일이 생겼겠어? 자꾸 흘리고 다니니까 남자애들이 너한테 그러는 거지. 처신 똑바로 해.” (p.69)

눈앞의 범죄 앞에 갈등 중인 모리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 중이던 라온으로부터 자신이 등장한 불법 촬영물을 삭제해 줄 것을 부탁받고,,, 모리는 라온의 불법 촬영물을 배포한 범인을 찾던 중 끔찍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끝까지 우길 셈이야? 그런다고 네가 한 행동이 지워질 것 같아? 넌 살인자나 다름없어. 제가 찍은 그 영상이 윤리온을 베란다 위에 세운 거야.” (p.105)

불법 영상의 주인공이 된 것조차 알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지만, 보통 사람들이 피해자로 등장하는 불법 영상물은 사랑하는 연인과의 아름다운 추억이 유포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순간의 아름다운 기억이 날카롭게 버려진 칼날이 되어 피해자를 겨누고, 피해자는 피해자로 보호받지 못한 채 아름다운 추억을 위한 ‘촬영에 동의’했다는 이유만으로 가해자 보다 더 몹쓸 범죄자로 치부되어 무분별한 폭력에 시달린다.

이해할 수 없는 가벼운 형량으로 종결된 정준영과 극단적 선택을 마다하지 않은 구하라. 앞으로는 익명의 그늘에 숨어 방관하지 않는 이들이 버팀목이 되어, 피해자 답지 않음을 탓하며 스스로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가 가해자답게 걸맞은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생각만으로도 끔찍한 디지털 성범죄가 사라지기를 희망해 본다.

새로운 메시지를 담고 있지는 않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읽기 좋은 가독성으로 갈수록 고도화되는 디지털 성범죄의 경각심을 되새겨주기에는 충분한 글이었다.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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