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파는 상점 (10주년 한정특별판) -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3월
평점 :
절판


나에게 시간을 파는 상점은 아주 특별한 기억을 남긴 책이다. 출판사 관계자가 아닌 사람은 출간된 이후에나 책을 읽을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던 나에게 무려 – 서평단 자격으로 – 가제본 된 따끈따끈한 신간을 영접할 수 있는 경험을 선물한 책이었다.


때는 바야흐로 2019년 가을,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와 서평단이 있다는 신기(?)한 사실을 알게 된 시기다. 학창 시절 과제 말고는 한 번도 독후감을 써본 적이 없는 미천한 경험으로 용감하게 서평단 신청을 하고 몽실북클럽 서평단이 되어 가제본을 만났다. 선호하는 추미스 장르가 아니었지만 한참 푹 빠져있던 대학로 공연 원작이기도 하고 가제본이라는 신선함에 눈을 반짝였었다. 다행히도 후속작을 먼저 읽는 데 전혀 불편하지 않았고 크로노스로 활동하고 있는 온조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만난 10주년 특별판 ‘시간을 파는 상점’ 10주년 특별판답게 예쁜 띠지를 장착하고 선물처럼 내게 왔다. 아놔~ 왜 이렇게 예쁜 거야! 시간을 파는 상점을 필두로 달러구트나 구미호식당 시리즈 덕분에 - 다 늙은 어른이지만, 추미스 다음으로 - 청소년 소설을 애정 하게 된 한 사람으로 예쁘기까지 하니 소장 욕구가 마구마구 샘솟는다.


"난 휴대폰도 연락처도 없네. 아니, 없는 게 아니라 없애 버렸다네. 속도가 너무 빨라서 어지러울 지경이야. 따라잡느라 허둥대는 것보다 내 식대로 내 시간대로 사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어." (p.63)


이제 책으로 들어가서, 소방관이었던 아빠가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시고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던 온조는 두 번의 아르바이트 경험을 통해 ‘시간’이 지니는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고 아무도 모르게 ‘시간을 파는 상점’이라는 인터넷 카페를 개업한다.


“자신의 능력 이상은 거절할 것. 옳지 않은 일은 절대 접수하지 않을 것. 의뢰인에게 마음이든 뭐든 조금의 위로라도 줄 수 있는 일을 선택할 것. 무엇보다 시간이 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 줄 것.” (p.45)


그리고 맡게 된 첫 사건! 옳지 않은 일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었지만 친구의 극단적 선택을 막기 위해 의뢰를 받아들인 온조는 도난 사건을 중심으로 위기에 처하지만 난주를 비롯한 친구들과 함께 슬기롭게 극복해나간다. 할아버지와 함께 맛있는 식사를 함께해 줄 것을 의뢰한 손자, 조금이라도 더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담은 편지 배달까지... 온조는 의뢰인들의 부탁을 통해 조금씩 자라간다.


"나도 거기의 중심에 있었지. 달리지 않으면 넘어진다고만 생각했지, 달리다 힘들면 멈출 수도 걸어갈 수도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았어. 어느 순간, 뭔가에 둘러싸여 둥둥 떠밀려 간다는 느낌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네. 그것을 알아챈 순간 아주 기분 나빴어. 내가 가야 하는데 누군가한테 등 떠밀려 간다고 생각해 보게. 죽을 때가 되니까 정신이 든 거지, 허허허." (p.68)


기다려주지 않는 시간을 통해 언제든 함께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소홀히 했던 가족을 돌아보게 되고, 스스로 만들어 내는 따뜻함이 진심으로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을 알게 된다. 길지 않은 청소년 소설이지만 어른인 나에도 무심코 흘려보내던 시간과 항상 같이 있다는 이유로 소홀히 대했던 가족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시간을 만들어 주는 책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길면서도 가장 짧은 것,
가장 빠르면서도 가장 느린 것,
가장 작게 나눌 수 있으면서도 가장 길게 늘일 수 있는 것,
가장 하찮은 것 같으면서도 가장 회한을 많이 남기는 것,
그것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사소한 것은 모두 집어삼키고,
위대한 것에게 생명과 영혼은 불어넣는 그것,
그것은 무엇일까요?” (p.46)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시간을파는상점#김선영#자음과모음#10주년특별판#청소년문학#스테디셀러#몽실북클럽#몽실서평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