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도 보험이 되나요? - 탐정 전일도의 두 번째 사건집
한켠 지음 / 황금가지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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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보험도, 왓슨 같은 조수도, 안마기가 놓인 사무실도 아무것도 없는 짠 내 나는 20대 생계형 탐정의 고군분투기를 그린 ‘탐정도 보험이 되나요?’, 전작 ‘탐정 전일도 사건집’ 만큼이나 의뢰인도 탐정도 딱하기만 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생계형 탐정의 활약상을 그린 전일도 시리즈는 미스터리보다는 요즘 청년들의 고된 일상을 그린 현실감 넘치는 에세이(?)에 가깝다.

열 번 의뢰하면 한 번은 공짜 쿠폰을 건네는 그녀의 영업 비법은 각종 쿠폰과 할인 혜택을 꼼꼼하게 챙기는 MZ 세대의 성향을 그대로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숨바꼭질을 하며 사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이 시대 청년들의 고단함을 뚝뚝 흘리고 있다. 고단한 청년들은 많고 아무 조건 없이 들어줄 사람들은 없고,,, 덕분에 탐정이라기보다는 심부름센터 해결사에 가까운 흙수저 탐정 전일도가 하드보일드 탐정을 꿈꾸며 꿈을 키워가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러다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죽지 않을 만큼 일하지 말고 행복하게 일하면 안 될까. 바쁘게 일하지 말고 여유롭게 일해도 되지 않을까. 일하다가 지칠 만하면 안마 의자에 앉아 쉬면서 쉬엄쉬엄 일해도 되지 않을까." (p.334)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충성을 다해도 극복할 수 없는 비정규직의 설움, 한동안 아동학대 논란으로까지 이어졌던 어린 유튜버의 진짜 부모 찾기, 스스로를 외계인이라 여기는 회사원의 조직 부적응기, 책임을 회피하는 남자친구와의 사이에서 생겨버린 아이와의 힘겨운 이별 등 15가지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공감을 자아낸다. 

"조선 시대가 좋았어. 머슴이면 머슴, 농부면 농부로 태어나면서부터 직업이 정해져 있으니까 욕심만 안 부리면 고민이 없잖아. 내 지금 신분은 유랑민이야. 언제 대갓집 노비로 들어갈 수 있을까? 나도 만약 계속 취업이 안되면 안락사를 생각해 보게 되지 않을까." (p.196)

긴장감 넘치는 미스터리를 기대하고 책장을 펼쳤다면 NG! 이 시대 청년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책장을 펼쳤다면 GOOD! 장르가 무슨 문제가 되겠냐마는 전작을 읽을 때는 살짝 당황하기도 했던 터라 이번엔 힘을 살짝 빼고 읽어주니 각각의 주인공 등을 아무 조건 없이 토닥여주고 싶은 마음이 먼저든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된 살벌한 경쟁은 힘겨운 속마음조차 편히 털어놓을 곳이 없다. 간간이 듣던 히키코모리는 일상이 되어버렸고 현실과 가상의 구분 없이 친구를 집요하게 괴롭히고 돈을 벌 수 있는 일이라면 내 아이의 상처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눈을 감을 수 있는 시대. 썽이 그녀에게 건내는 다독임처럼 갈수록 각박해지는 요즘 같은 때에는 미스터리 사건을 해결하는 하드보일드 탐정보다는 따뜻한 웃음과 함께 ‘열 번 의뢰하면 한 번은 공짜 쿠폰’을 건네는 생계형 탐정 전일도, 그녀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주연 씨는 엄마가 된다면 '주연 씨 다운 엄마'가 될 거고, 엄마가 되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 거고, 달봄이는 한번 싫은 걸 싫다고 해 봤으니 싫어하는 건 안 하는 자주적인 아이로 자랄 거고, 승희 씨는 계약직으로 떠돌더라도 차로 건물을 들이받지는 않겠지. 최선임 씨랑 인혜 씨는 연애하면서 장학금 신청서 내듯이 공모전에 소설 내서 상을 받을지도 모르고. 보람 씨는 '그만두는 법'을 알게 되었겠지. 너를 만나서." (p.386)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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