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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이유를 찾아 살아간다
아사이 료 지음, 곽세라 옮김 / 비에이블 / 2022년 3월
평점 :
죽을 이유와 살아야 하는 이유... 동전의 양면만큼이나쓸모 있고 싶었던 젊은 청춘들의 이야기, 죽을 이유를 찾아 살아간다 by 아사이 료 불가분의 관계가 아닐까 싶다. 죽을 이유를 찾아 살아간다는 무심코 보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명제로 시작한 아사이 료의 글은 사회가 요구하는 잣대에 맞춰 꼭두각시처럼 살아가는 이 시대 젊은이들의 답답한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그들에게 강요된 대부분의 요구는 대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가 원하는 미래가 아니기도 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소리 없이 대립하고 있는 두 주인공 유스케와 도모야 또한 그들이 살아가기 위한 이유를 찾기 위해, 살아가고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원하지 않는 삶을 강요받는다. 물론, 스스로의 선택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니 강요된 삶이 아니라 할 수도 있으나 ‘온리 원’이 되는 것만이 삶이 의미인 그들에게 선택은 무의미한 행위일지도 모르겠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무료한 일상으로 감정이 메말라가는 간호사 유리코의 시선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친한 친구의 전학으로 우울해하는 어린 남동생에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는 친구를 위해 매일 같은 시간 병원을 찾아 함께 들었던 노래를 들려주고 있는 유스케를 소개한다. 감동스러울 정도로 친구를 돌보는 유스케에게는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그리고 이어지는 단짝 친구 유스케와 도모야의 어린 시절. 언제 어디서든지 승부에 집착하는 유스케와 있는 듯 없는 듯 모든 다름을 인정하는 도모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은 항상 함께다. 유스케의 주도로 관계를 이어가는 듯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도모야 또한 유스케의 주도적인 의견보다는 자신의 의견을 중요시하는 정의하기 어려운 관계를 이어간다. 그러던 중 새롭게 등장한 전학생 가즈히로. 둘의 관계에 호기심을 품고 있던 가즈히로의 활약(?)으로 이들의 운명의 비밀을 풀어줄 운명의 책과 마주한다.
두 사람의 특별한 관계와 더불어 이들의 어린 시절을 지배하는 어른들의 서사 또한 눈길을 끈다. 이들에게 신화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운명의 책 ‘제국의 법칙’안의 장군과 같은 역할이라 믿었지만 사실은 그저 회사원일 뿐인 유스케의 아버지와 끝까지 성상이 다른 이들과 사이좋을 수 없음을 주장하며 대립을 강요하는 도모야의 아버지. 대립할 수밖에 없는 산족과 바다족이지만 극한의 대립에서 경계가 무너져가는, 결국 함께 살아내야 함을 알리기 위한 서사이라라.
승부에 집착하는 유스케 그런 유스케를 보호하고 있는 도모야를 비롯해 존재의 이유를 알리기 위해 의미 없는 레이브에 집착하는 요시카와 스스로가 잠식되면서까지 노숙인 구호사업에 집착하는 메구미, 어린 후배에게 추월 당하는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의미 없는 집착을 보이는 유게까지 죽을 이유가 아닌 살아갈 이유를 찾기 위한 이 시대 청춘들의 힘겨운 몸부림을 지켜본 듯한 기분이다.
"누구도 가마를 메라고 한 적은 없어. 너 스스로 끊임없이 비교하며 사람들이 강요한다고 느꼈을 뿐이야. 메고 싶지 않으면 메지 않아도 돼. 가마를 젊어지지 않은 자신을 인정할 수만 있다면 말이야." (p.365)
"멋대로 혜적기숙사에 들어가 실패하고, 이번엔 아지트인가 뭔가에 들어가 또 실패하겠죠. 이 인간은 도대체 무엇과 맞서고 있나 싶으면서도 나는 그러지 않을 거라 잘라 말할 수 없는 게 기분 나빠요. 제 안에도 있거든요, 호리키타 유스케가. 항상 뭔가와 싸우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항상 도망치고 있을 뿐이란 알거든요, 저." (p.324)
어느 누구도 가마를 메라고 강요하지 않았지만 죽지 않고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찾기 위해 가마를 찾아헤매고, 항상 뭔가와 싸우고 있지만 사실은 항상 도망치고 있을 뿐인 젊은 청춘들이 한없이 안타까운 시간이었다. 생뚱맞은 생각이긴 하지만,,, 산족과 바다족이 흔쾌히 스며들어, 내 아이가 우리 아이가 더 이상 강요되지 않은 가마를 찾아 헤매지 않는 삶을 살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공이 굴러왔을 때 도움의 손길을 내밀 것. 언제 굴러올지도 모르고, 아직 굴러오지도 않은 공을 향해 억지로 손을 내밀지 않을 것. 존재 가치를 보여줄 수 없고, 사랑받지 못해도, 스스로를 부정하지 않을 것. 이렇게 결정하고부터 메구미의 다크서클은 조금씩 열어져갔다. 그리고 그을리지 않은 볼록한 뺨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p.271)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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