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마주할 수 있다면
탐신 머레이 지음, 민지현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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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문학부터 로맨스 소설까지 다양한 영역, 연령대를 포섭하는 작가의 글이기 때문일까 장편의 로맨스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순수해지는 기분이다. 말랑말랑하면서도 따뜻함을 가진 문체를 가진 작가라는 소개가 딱 들어맞는 듯, 마치 예쁜 동화책 한편을 읽은 것 같은 여운이 남는다.

 

인공심장의 도움을 받아 하루하루 살얼음판 같은 일상을 이어가던 중 기적적으로 심장이식을 받아 평범한 삶을 되찾은 조니와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평범한 일상을 살던 중 불의의 사고로 쌍둥이 오빠를 잃고 공허한 삶을 이어가는 니브의 시선이 교차되며 서로 다른 삶을 살던 두 어린 영혼들의 인연이 운명처럼 이어진다.

 

“내 이름은 조니 웹. 나는 로봇이다. 지난여름, 내 심장은 3분 30초 동안 멈췄었다.”

그는 학교도, 친구도 하다못해 달리기도 허락되지 않은 평범한 소년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일상을 허락받지 못하고 언제 멈출지 모르는 베를린 심장의 도움을 받으며 심장이식을 기다린다. 누군가의 죽음으로부터 비로소 시작될 수 있는 삶을 기다려야 하는 절박함. 그리고 기적처럼 그에게 찾아온 심장!

 

건강한 심장을 이식받은 조니는 드디어 새로운 삶을 마주하지만, 자신에게 심장을 내어준 기증자에 대한 궁금증을 멈출 수 없다. 자신의 가슴속에서 뛰고 있는 심장의 진정한 주인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 기증자를 찾아 나선 조니는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레오의 쌍둥이 동생 니브를 만나게 된다.

"오빠의 심장이 오빠의 몸 밖에서 여전히 뛰고 있다는 사실. 심장이 반듯한 사람에게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이해할 수 있는 사람 말이다." (p.83)

 

한편, 행복하기만 했던 가족여행 중 눈앞에서 쌍둥이 오빠 레오를 잃은 니브. 여느 남매처럼 오빠 레오와 함께하는 추억으로 어린 시절을 채워왔던 니브는 오빠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슬픔에 잠식되어 점점 생기를 잃어가고 있다. 먼저 세상을 떠났지만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쌍둥이 동생 니브를 걱정하는 오빠의 마음이 하늘에 닿았던 것일까... 삶의 의욕을 모두 잃어버린 채 무료한 시간을 보내던 그녀 앞에 운명처럼 조니가 나타난다.

 

레오의 심장으로 이어진 어린 연인. 비밀을 간직한 조니와 석연치 않은 불안함을 느끼는 니브는 운명처럼 서로를 향해 내달리지만 감추어진 가혹한 진실은 서로를 서로에게 온전히 내어줄 수 없는 벽이 되어 그들을 가로막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서로를 위로하는 애틋함은 삶과 죽음의 경계로부터 시작된 사랑스러운 어린 연인들을 진심으로 응원하게 한다.

 

더불어,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으로 무너져가는 나머지 서로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슬픔을 묵묵히 버텨내는 가족의 안타까움이 깊은 연민을 자아내는 슬프고 따뜻한 글이었다.

"'어떻게 말을 하겠어?' 아빠가 슬프게 말했다.

'당신에게 힘이 되어야 하는데. 내가 무너진다면 어떻게 하겠어?'

'세상에, 여보.' 엄마가 흐느끼듯 말했다.

'당신이 나를 지탱해 주지 않아도 된다고요. 나 괜찮아요.' 아빠가 고개를 저었다.

'여보, 당신 괜찮지 않아.' 아빠는 이렇게 말하면서 내 눈을 마주 보았다.

'우리 중에 괜찮은 사람은 없어.' 아빠 말이 맞았다.

오빠가 죽은 후로 우리는 아무도 괜찮지 않았다.

오빠를 떠올리게 하는 내가 여전히 살아서 숨 쉬고 있다는 사실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p.331)

"나는 떨리는 숨을 들이마시고 마음속에 있는 말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오빠와 함께 바위에 올라가서 미안해요. 오빠를 놓쳐 떨어지게 해서 미안해요.'

엄마와 아빠의 눈을 마주하는데 고통의 물결이 온몸을 훑고 지나가는 것 같았다.

'오빠는 죽고 나 혼자 살아서 미안해요.'" (p.333)

[ 네이버카페 컬처블룸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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