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9년 은일당 사건 기록 - 사라진 페도라의 행방 부크크오리지널 3
무경 지음 / 부크크오리지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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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은 1910년 일제강점기가 시작되고 20여 년이 지나 무단통치 시기를 넘어 조선인을 회유하기 위한 문화정책, 우리 민족의 자치를 허용한 듯 보이지만 사실은 양의 탈을 쓴 늑대와 같은 민족말살정책이 이루어지고 있던 시기다. 그 당시 경성의 모습을 그린 1929년 은일당 사건 기록 속에서도 3.1운동을 일으켰던 한민족의 잠재력을 억제하기 위해 일본이 의도적으로 자행했던 창씨개명, 투전 등을 볼 수 있다. 이미 지나온 역사라고는 하지만, 그 시절을 배경으로 하는 책이나 영화를 볼 때마다 그들의 만행에 몸서리쳐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본능인가 보다.

여하튼, 전통과 모던이 혼재되어 있던 1929년 경성엔 일본의 만행도 있었지만 ‘모던’을 외치며 신분제도를 탈피하고 새로운 시대로의 성장을 꿈꾸는 이들도 있었으니, 에드가 알렌 오를 비롯한 젊은 청춘들이 그 주인공들이라 하겠다.

말로만 외치는 모던이 아닌 단정하고 명쾌한 모던을 지향하는 본명 오덕문, 에드가 알렌 오는 내자로 불리는 일본 유학파다. 좀 더 높은 이상을 꿈꾸고 유학길에 올랐지만 마음을 한켠을 내어줄 수 없는 외로움에 못 이겨 형님의 부름에 흔쾌히 귀국하고, 함께 살기로 했던 형의 갑작스러운 결혼으로 운명처럼 비밀스러운 은일당(隱逸堂)의 하숙생이 된다.

하숙집 딸 선화의 과외 선생을 조건으로 은일당의 하숙생이 되어 유유자적한 모던보이의 일상을 보내던 중 애지중지하던 페도라가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하고, 페도라를 찾아 나선 에드가 오는 끔찍한 도끼 살인사건에 휘말린다. 살인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로 범인으로 몰리지만 연이어 일어나 두 번째 사건으로 피의자에서 벗어난다.

"자네가 정말 무고하다면, 날 설득시켰어야 할 거 아닌가. 왜 자신은 죄가 없는지를 이야기해야지. 자신이 범인이 아닌 이유를 논리적으로, 타당하게." (p.125)

부당한 수사와 고문에 대응하기 위해 스스로 탐정이 되어 도끼 살인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 모던보이 에드가 오. 탐정이라 하기에는 2% 부족한 모습으로 선화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의 도움을 얻어 탐문을 이어간다. 예상했던 해결사와 예상하지 못한 범인의 등장으로 – 허를 찌른다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하지만 - 마지막 반전을 선사하며 사건은 해결된다. 하지만, 아쉽게도 야심 차게 탐정 활동에 나섰던 모던보이 에드가 오 보다는 선화를 비롯한 개성 넘치는 모던걸들이 훨씬 매력적이었다.

작은 단서를 계기로 사건을 풀어가는 긴장감 넘치는 추리소설은 아니었지만 1929년 경성에 불어닥친 모더니즘을 느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날카로운 추리와 아찔한 서스펜스는 잠시 뒤로하고, 가볍게 시간을 보내기에는 충분한 책이었다.

[ 네이버카페 책과콩나무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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