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연하기 싫어서 초연하게 - 반투명한 인간의 힘 빼기 에세이,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김영 지음 / 카멜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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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히 흔들리더라도 단단하게 살고 싶다. 어쩌면 태어나기 전에 천사가 속삭이며 기회를 줬을지도 모른다. "태어날래, 말래?" 나는 말똥말똥한 눈을 깜빡이며 물론 태어나겠다고 대답했을 것이다. 나는 세상에 던져진 것이 아니라 내가 던져질 것을 선택했다고 믿고 싶다. 나는 프랑켄슈타인 박사처럼 살지 않을 것이다. 시작은 내가 정하지 않았지만 끝은 내가 정할 수 있다. 적어도 내 삶을 끝까지 책임지고 아름답게 일궈 낼 것이다." (p.19)

내 삶에 당당한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자신만만하게 삶을 사는 사람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무한 걱정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이 대다수이다. 요즘 어느 곳에나 등장하는 MBTI 또한 자신의 성향을 분석한다기보다는 어쩌면 스스로의 행동이나 마음에 대한 핑계를 대고 싶은 이유에서 출발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타인의 눈치를 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혼자가 편하지만 무리로부터 분리되고 싶지는 않은 지극히 평범하지만 이율배반적인 모습이 바로 지금 나의 모습이다.

모든 상황에서 초연하고 싶다. 하지만 - 남들이 보기에는 쿨하지만 - 극도로 소심한 성격 탓에 초연한 척 뒤돌아서서 안타깝게도 밤새 고민하는 일상이 이어진다. 아등바등 스트레스를 받아봐야 결국엔 내 손해지만 초연해지기란,,, 스트레스 받는 것만큼 어렵다.

남들은 잘하는 일도 내게는 버겁기만 하고,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는 일도 힘겹기만 하다. 사람들 속에서 하하 호호하고 있지만 항상 외롭다. 억지로 무리에 속해 있으려고 하다 보니 외로움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마음만 지쳐 간다. 나의 연연하지 않고 초연하고 싶은 이유이다. '혼자면 어때!'하고 싶지만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한다는 삐딱한 시선이 두렵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갈수록 진심을 담지 못하는 관계가 귀찮고 피곤하게 여겨질 뿐이다. 언제쯤 초연해질 수 있을까,,,

시작은 내가 정할 수 없었지만, 끝은 내가 정하고 싶다는 작가의 의지는 스스로의 삶에 책임을 다하겠다는 굳은 의지의 표현이리라. 평범한 일상에서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음직한 담담한 고민들이 나의 고민 또한 이유 있는 고민이었음을 공감하게 해준다.

무수히 흔들렸던 날들을 벗 삼아 나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보고, 힘을 빼고 초연해지는 일상을 살아보고 싶어진다. 맞다. 나라도 내 편이 되어야지 스스로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어느 누구에게도 사랑받을 수 없다. 가끔은 아무 날도 아닌 날 나를 위해 맛있는 케이크를 사고, 근사한 식당에서 고급스러운 한 끼로 나를 위로할 수도 있는 삶. 누구보다 가장 편하다는 이유로 푸대접하지않고, 가장 편하다는 이유로 체면을 내려놓지 않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난히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며 고단하게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 연연하지 않고 초연하게,,,

"사람은 누구나 생존을 위해 이기적인 면모를 타고난다. 그래서 얼핏 생각하면 자신을 가장 살뜰히 챙길 것 같지만, 오히려 자신을 가장 푸대접하는 경우도 아주 흔하다. 다른 사람에게 선물을 사 줄 땐 체면 때문이든, 다른 어떤 이유 때문이든 비싼 선물을 하지만 똑같은 물건을 자신을 위해 산다고 생각하면 부담이 느껴져서 선뜻 그러지 못할 때가 많다. 다른 사람에게 밥상을 차려 줄 때는 반찬 하나라도 더 꺼내 놓지만 나 혼자 밥을 먹을 땐 식은 국을 데우지도 않은채 대충 차려 먹기도 한다. 이기적인 천성의 인간이 그토록 아끼는 자신을 왜 이렇게 푸대접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면, 결국 자신이 누구보다도 가장 편한 상대이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굳이 체면을 차릴 필요도 없고, 오해도 불평도 없는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에." (p.219~220)

[네이버카페 책과콩나무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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