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알잖니, 브랜든

[세트] 브랜든 1~2 세트 - 전2권 ㅣ 사람 3부작
d몬 지음 / 푸른숲 / 2022년 2월

d몬 작가의 말하는 돼지 데이빗으로부터 시작한 '사람 3부작'의 마지막 이야기 브랜든. 사람 3부작의 첫 편, 돼지가 주인공이었던 데이빗은 무거운 주재를 담고 있었지만 의인화된 주인공 탓에 조금은 가볍게 넘겼고, 두 번째 인간이라 생각하던 AI 에리카는 점점 사람이 되어가는 AI와 사람이기를 포기하는 진짜 사람과의 경계를 생각하게 했다면, 마지막 진짜 인간의 이야기를 담은 브랜든은 사람이지만 스스로 사람임을 증명해야 하는 브랜든이 진정한 인간, 사람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낡은 인형조차 마음대로 가질 수 없는 가난한 브랜든은 어느 날 우연히 열린 차원의 문을 따라 또 하나의 지구에 도달하고, 스스로를 사람이라 여기는 신적인 존재 올미어를 만난다. 감정을 공유한다기보다는 정보를 공유하며 각각의 삶을 이어가고 있으며, 타인과 대화를 나누지도 살기 위해 음식을 먹지도 않는다. 그저 무감한 시간을 보내며 '나'를 다음 올미어에게 계승할 뿐이다.

낯선 차원에서 브랜든은 수많은 올미어들에게 사람이라 주장하지만 그들은 모두가 한목소리로 '사람이 아니다'라는 정의와 함께 브랜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기에 이른다. 미지의 생명체 올미어들에게 수없이 밟혀 생을 마감하는 하찮은 벌레와 비교되는 브랜든. 스스로를 모든 종을 관장하는 우월한 생명이라 여겼던 그는 이제 스스로가 '사람'임을 증명해야만 한다.

요크 할아버지가 병원에 실려간 뒤 폐허가 돼 버린 할아버지의 집. 다른 아이들을 따라 그곳에서 브랜든은 낡고 허름한 인형을 주어 오지만 엄마는 브랜든에게 훔쳐 온 인형을 다시 가져다 두라고 타이르고 남들과 다르지 않은 행동을 고쳐주라고 하는 엄마가 이해되지 않는다.

어차피 빈 집에서 브랜든이 인형을 가져온 것을 아무도 모르니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브랜든에게 건네는 엄마의 한마디 ‘네가 알잖니.' 이 한마디가 자신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브랜든을 비롯해 스스로 '사람'이라 여기는 모든 생명체들에게 꼭 필요한 한마디일 것이다.

"어차피 아무도 모르니까 문제없잖아요"
그러자 엄마는 말한다
"네가 알잖니"

감정을 걷어낸 로봇과 같은 모습의 올모어와 당연히 사람이라 여기던 브랜든 그리고 신의 보호 아래 자신들의 삶이 이어지는 것이라 여기는 라키모아까지. 돼지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생각하고 말할 줄 아는 데이빗,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AI와 함께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생각하게 했던 에리카 그리고 사람(브랜든)에게 존재를 증명하라 요구하는 올미어까지 d몬의 사람 3부작은 이렇게 사람이 아닌 존재들을 등장시켜 사람의 정의를 고민하게 한다.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인면수심의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고 칼끝보다 더 버려진 말로 상처 주는 것을 당연하다 여기는 이들까지 스스로 생각하고 말할 수 있다 하여 ’사람‘이라 정의할 수 있을까. 올미어가 당연히 사람이라 여기던 브랜든에게 스스로가 물음에 대답하고 증명하기를 요구하는 것은 스스로의 이기심을 경계하고, 스스로의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는 특별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브랜든 자신을 뒤돌아 보게 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싶다.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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