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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리 아파트먼트 - 팬데믹을 추억하며
마시모 그라멜리니 지음, 이현경 옮김 / 시월이일 / 2022년 2월
평점 :
2019년 겨울 중국의 우한에서 처음 발견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2년을 훌쩍 넘기고도 우리곁을 떠나지 못한 채 하루 17만명의 확진자를 증가시키며 세력{?} 확장시키고 있다. 메르스, 사스, 신종플루까지 무시무시한 질병들을 지나쳐 오긴 했지만, 코로나처럼 질긴 감염병은 처음이라 이제는 감염에 대한 두려움보다 집단감염까지 회자될 정도로 제한된 일상의 피로감이 훨씬 높은 지경에 이르렀다. 아무튼 팬데믹을 지나 엔데믹으로 가고 있는 끈질긴 코로나도 앞으로 한 50년쯤 지나면 추억이 되어 있지 않을까,,,
힘은 약해졌지만 무자막지하게 숫자를 늘리는 인해전술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코로나 시국이 이제는 그만 끝났으면 좋겠다는 소망과 함께 노년에 접어든 주인공이 어린시절 경험한 팬데믹의 추억을 읽어보기로 한다. 서로 이웃하며 살고 있지만, 서로가 속속들이 알고 있지 않았던 이웃들은 바이러스 창궐과 함께 시작된 외출금지로 인해 서로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5층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인공 마티아. 이제 곧 이혼을 앞둔 체육교사 엄마와 사춘기에 접어든 누나 로사나와 함께 살고 있다. 파스타를 끔찍할 정도로 맛없게 만든다는 것과 소심한 성격 탓에 힉교를 가고 싶지 않다는 것 말고는 걱정도 없는 특별하지도 않았던 작은 아파트의 가족은 난데없이 나타난 바이러스에 소소한 행복을 송두리째 빼앗기고 말았다.
“나는 바이러스 때문에 내가 끔찍이 싫어하던 사람과 집안에 격리되어 아이에서 어른이 되었다.”라고 이야기를 시작할 정도로 아빠를 끔찍하게 싫어하는 마티아는 엄마와 이혼을 위해 밀라노를 찾았다가 격리로 인해 발이 묶여버린 아빠와 함께 지내게 된다. 마티아와의 만남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고, 마티아에게 조금도 관심이 없는 남 보다도 못한 아빠와의 동거가 어떤 변화를 가져올런지,,, 장이 넘어갈수록 마음을 열어가는 작은 소년의 변화가 마치 오랜 시간 함께하며 힘은 점점 약해지지만 넓게 퍼진 바이러스와 닮아 있다.
사랑하는 아이와의 포옹도 제한된 생활속에서 갈수록 날을 세우고 예민해져가지만, 좁은 공간에서 부대끼며 진정한 가족이 되어간다. 극한의 사태를 견디고 있는 의료인에게 감사하는 마음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러스의 매개로 인식되는 불편한 현실부터 일상속에 자리매김하고 있는 밀키트(소풍 바구니) 풍자까지 코로나로 겪고 있는 우리내 일상이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어쩌면 2년이 넘는 시간동안 변화된 단절된 많은 모습들이 그대로 정착될지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어서 빨리 지루한 코시국을 탈출해 마스크가 없는 일상을 살고싶다는 희망과 함께 마티아의 팬데믹 추억여행 동행을 마무리한다.
[ 네이버카페 책과콩나무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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