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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 학교 아이들 ㅣ 라임 청소년 문학 55
브리기테 블로벨 지음, 전은경 옮김 / 라임 / 2022년 1월
평점 :
사이버블링(Cyber bullying) 가상공간을 뜻하는 사이버(cyber)와 집단 따돌림을 뜻하는 불링(bullying)에서 생겨난 신조어로 사이버 상에서 특정인을 집단적으로 따돌리거나 집요하게 괴롭히는 행위를 말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베일에 쌓인 건물을 배경으로 온갖 부유물이 떠다니는 수면 위로, 핸드폰을 손에 쥔 채 불안한 표정으로 아슬아슬하게 앉아 있는 한 소녀가 있다.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낙엽이 굴러가기만 해도 행복한 학창 시절,,, 소녀에게 드리워진 불안한 그림자의 원인은 무엇일까,,, 이제는 다 자라 성인이 되었지만 여전히 아이에 대한 보호본능은 사그라들지 않는 엄마의 한 사람으로 소녀의 표정이 못내 불안하기만 하다.
열심히 노력하면 그깟 빈부의 격차쯤은 가볍게 넘길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던 우크라이나 태생의 열다섯 살 소녀 스베트라나가 악마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또래 친구들이 행한 은밀하고 잔인한 사이버 블링을 적나라하게 담고 있다. 그들의 집단행동은 ‘만약 내 아이가 당사자였다면’이라는 생각만으로도 숨이 막혀 버릴 것 같은 공포를 자아낸다.
실업학교를 다니던 스베트라나는 단 한 명에게만 기회가 주어지는 명문 기숙학교 에를렌호프 김나지움의 통학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전학을 가게 되고, 지금처럼 친구들과 행복한 학창 시절을 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거대한 철옹성 같은 명문 기숙학교는 가난한 실업학교의 전학생을 온 힘을 다해 거부한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명품으로 치장한 아이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부모로 두고 아울렛의 싸구려 옷조차 풍족하게 갖지 못하는 스베트라나를 그들의 무리에 끼워주지 않는 것을 시작으로 공개되지 않은 사이버 공간으로까지 끌어들여 조롱하며, 아이가 그들의 범죄에 무감해질 때까지 괴롭힘의 수위를 높여 간다.
"지금 와서는 왜 그때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내게는 아주 사소한 일이 그 아이들에게는 아주 큰 의미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그 아이들에게는 립스틱이나 마스카라 따위가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었다." (p.64)
모든 일에 열정을 쏟아내며 자신의 미래를 꿈꾸던 보석 같은 아이는 매일매일 날아드는 저급한 문자와 조작된 사진들로 인해 스스로를 잃어가고, 급기야 극단적 선택하기에 이르고,,,
"우리는 이 학교에서 유일한 '이방인'이었다. 바로 그 점이 우리의 우정을 더욱 특별하고 돈독하게 해 주었다. 어찌 보면 우리가 다른 아이들을 따돌리는 셈인지도 몰랐다. 그게 다른 아이들의 신경을 건드렸던 것 같기도 하다. 시간이 갈수록 아이들의 괴롭힘은 더욱더 심해졌다." (p.110)
문제 행동을 반복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살펴보기 위한 육아 코칭 프로그램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를 관심 있게 보곤 한다. 금쪽이들의 이유 없는 문제행동이 있을 수 없는 것처럼, 완벽하게 세팅된 기숙 학교에서 부족할 것 없이 생활하고 있는 아이들이 스스로를 부모들로부터 버려진 아이들이라 표현한다. 어떤 이유에서라도 용서받을 수 없지만, 어쩌면 아이들의 폭력은 가난하지만 따뜻한 가정에서 사랑받고 자라는 스베트라나에 대한 부러움의 또 다른 표현일지도 모른다는 가슴 아픈 생각을 하게 된다.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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