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차 방앗간의 편지
알퐁스 도데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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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끝자락 이름만으로도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운 프로방스의 이야기를 담은 알퐁스 도데의 첫 단편집이자 소담 출판사의 고전 명작 시리즈 신간 '풍차 방앗간의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매서운 찬바람이 어느새 따뜻해지기 시작해서 였을까,,, 반백을 바라보는 메마른 중년의 감성이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듯 간질간질한 소녀 감성으로 돌아간다.

알퐁스 도데는 많은 사람들이 양치기 목동 장의 짝사랑을 그린 동화 같은 소설 '별'로 오랜 시간 사랑받고 있는 작가다. 역시나 이번 단편집에서도 7월의 비바람이 몰아치는 어느 날, 마을과 떨어져 양들을 지키고 있는 목동 장과 스테파네트의 동화 같은 한여름밤 이야기 '별-프로방스의 어느 양치기 이야기'가 단연코 눈에 들어온다. 동화 같은 프로방스와 함께 25편의 짧은 단편들이 가만가만 속삭이듯 이어진다.

"아가씨는 하늘의 별들이 점점 희미해지다가 솟아오르는 태양에 완전히 자취를 감추는 순간까지 그렇게 꼼짝 않고 있었다. 가슴이 약간 두근거리긴 하였지만 오직 아름다운 생각만을 하게 해 준, 청명한 밤의 신성한 보호를 받으며 잠자는 아가씨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우리 주위에서 별들은 양 떼처럼 온순하게 말없이 운행을 계속하고 있었다. 가끔 나는 이 수많은 별 중에서 가장 곱고 가장 빛나는 별 하나가 길을 잃고 헤매던 중 내 어깨 위에 내려앉아 잠이 든 것이라고 상상했다." (p.59)

불면 날아갈까 쥐면 터질까 애지중지 키우지만 스갱 씨의 사랑을 구속으로 여기고 뛰쳐나가는 염소들은 마치 우리네 아이들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조금 더 따뜻하고 편안한 곳에서 생활했으면 하고 바라는 부모의 마음을 구속이라 여기는 아이들처럼, 마음을 다해 돌보는 스갱 - 조금 과보호하는 면이 없지는 않지만 - 씨의 농가를 탈출해 늑대와 싸우다 마지막을 맞이하는 어린 염소들이 안타깝기도, 그들의 무모한 도전을 응원하는 마음도 들게 한다.

폭풍우처럼 풍차마을의 일거리를 쓸어가는 제분공장에 대항에 자신의 방앗간을 지키려고 고군분투하는 코르니유 영감과 코르니유 영감을 돕는 프로방스 사람들의 따뜻함이 점점 자동화되어 가면서 사람들 간의 온정을 잃어가는 현실을 모습을 투영시킨다.

그림같은 이야기부터 이루어질 수 없는 연정을 담은 아를의 여인, 자신의 욕심을 위해 다른 사람의 눈을 가리는 간신배의 말로를 담은 교황의 노새, 풍요를 이끌어가는 산업화의 씁쓸함을 느끼게 하는 코르니유 영감과 영원한 숙제 같은 부모와 아이의 관계를 떠올리게 하는 스갱 씨의 염소까지 각각의 짧은 이야기들이 많은 감정을 담고 있는 선물 같은 책이었다.

[ 네이버카페 소담북스 꼼꼼평가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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