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언덕 - 욕망이라는 이름의 경계선
장혜영 지음 / 예서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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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언덕'이라는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운 분위기를 한껏 자아낸다. 허락되지 않은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욕망이라는 이름의 위태로운 유리언덕을 넘는다. 보편적인 도덕적 잣대에 가로막혀 첫눈에 반한 정인을 품지 못하는 두 연인. 세상의 시선은 이들에게 스스로의 욕망에 충실할 수 있는 환경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저 용기를 내어 힘겹게 넘어야하는 유리언덕만을 허락한다.

한수영이라는 가명으로 강바람이라 불리우는 미스터리한 여인과 베일에 쌓인 관계를 이어가는  문학박사 한태주. 그는 잠시후 그에게 닥칠 미래를 예견하지 못한 채 학기를 마감하는 마지막 강의에서  김동인의 단편소설 약한 자의 슬픔의 일탈을 현실에서 욕망의 일탈을 통제하기 위한 경계하기 위한 심리적 상징으로 빗대어 '유리언덕'이라 정의한다. 투명한 유리 너머의 물체와 같은 욕망의 시선. 눈에 담기지만 동시에 차단 당하는 현실에서 탈출하기 위해 은밀하게 넘을 수 밖에 없는 경계를...

평범한 시각으로 허락되지 않지만 현실이 제한하고 있는 도덕적 경계를 넘나들지 않는다면 그에게는 해변에서 만난 여인과의 책임없는 일탈도, 잠시 드른 고향에서의 하룻밤도 유리언덕이 되지 못한다. 운명적 끌림을 만나지 못했던 탓에 그토록 쉽게 유리언덕을 정의할 수 있었을까,,,

"난 누나가 나더러 네홀류도프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알아. 하지만 누나는 너무 바르고 정직하게 살았어. 카츄샤가 네홀류도프의 참회 를 유도했던 건 그녀가 비참하게 타락했기 때문이었어. 망가진 그녀의 누추한 삶에 네홀류도프는 양심의 가책과 책임감을 느꼈고, 그 책임감이 참회로 이어진 거잖아. 내가 누나의 네흘류도프가 되어 주지 못한 막연한 이유라고나 할까. 내가 네홀류도프가 아닌 것처럼 누나도 카츄샤가 아니야. 대신 고정애씬 영원힌 내 누나야." (p.306)

부모의 강요에 못이겨 원하지 않는 결혼을 앞둔 다요는 사촌동생 혜진과 함께 습작의 조언을 듣기 위해 만난 한태주에게 한눈에 반하지만 정략결혼을 앞둔 자신의 처지 때문에 쉽게 다가갈 수 없지만 끌리는 마음을 접을 수는 없다. 한편, 같은 마음으로 다요에게 운명적 끌림을 느끼는 태주지만 다요의 결정을 존중하고 그녀를 보내주지만 극단적 선택으로 의지를 보여주는 다요를 찾기위해 넘지 못한 유리언덕을 해체시킬 방법을 찾아나선다.

"그냥 차를 몰고 꽃길을버리고 바다를 향해 달려가는 처참한 기분만 들 뿐이었다.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의 그런 절망적인 기분! 이 차에는 사랑, 효도, 꿈, 도덕, 기회, 욕망······ 태주의 모든 것이 실려 있다. 하지만 분통하게도 그것들은 잠시 뒤면 바닷물에 처박혀 죄다 물고기 밥이 되고 말 것이다." (p.274)

태주와 다요의 안타까운 사랑을 이어주고 싶은 운명의 도움이었을까,,, 서로를 갈구하는 태주와 다요의 절절한 사랑을 지켜보던 윤하늘의 도움으로 정략결혼의 늪에서 탈출, 우여곡절의 유리언덕을 넘어 부부가 된다.

개인적으로 쓰러져가는 사업을 살리기 위해 아버지가 딸에게 행할 수 없는 범죄까지 벌이며 이해할 수 없는 정략결혼을 강행하는 다요의 아버지를 비롯한 이해하기 어려운 등장인물들은 스토리 몰입을 방해하기도 한다. 도덕과 욕망의 갈등상황 - 다소 자극적인 소재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맞닥뜨릴 수 있는 여러 상황에서 - 과연 나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런지,,, 도덕과 욕망의 양면성과 균형을 맞춰가기 위한 유리언덕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도덕이 배제된 인생은 짐승과 다를 바 없겠지.' 사람은 서로 목청이 높아지자 분위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한동안 침묵을 공유한 채 술만 덤덤하게 축냈다. 태주는 무심결에 고개를들 고 남산타워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남산타워가 두 개로 겹쳐 보인다. 하나는 나고, 다른 하나는 다요일까. '도덕과 양심은 지켰는데 남은 건 폐허뿐이고. 의미가 사라진 상실 의 공간에서 당신이 할 일이 뭔데?' 윤하늘이 처음보다는 픽 부드러워진 억양으로 두꺼운 침묵을 두드렸다. '타자가 상실된 욕망을 부리는 거.'" (p.290)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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