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 이전의 샹그릴라
나기라 유 지음, 김선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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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하지 않지만 실제하는 것처럼 알려진 '샹그릴라'는 영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제임스 힐튼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서 이상향으로 알려진 가상의 도시다. 모든 것이 흔적없이 사라지는 '멸망'과 이상향 '샹그릴라'의 공존. 힘차게 타오르던 불꽃이 사그라지기 직전 마지막 힘을 내듯 멸망의 끝자락에 희망을 보여주고 싶은 열망이리라.

저자 나기라 유는 어두운 소재를 저자만의 맑고 아름다운 필치로 표현, 어둠의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멸망 이전의 샹그릴라 또한 멸망이라는 마지막을 샹그릴라라는 이상향과 연결하고, - 객관적인 시선으로는 - 지구의 멸망과 함께 한순간 사라진다해도 아쉬울 것이 없어 보이는 화자들이 마지막까지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희망을 놓지않는 진정한 이상향을 보여준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넥플릭스 영화 '돈 룩 업'과 같은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소혹성(혜성)과 지구의 충돌을 대하는 이들의 모습은 조금도 닮아있지 않다. 수많은 뉴스들에 가려져 지구를 멸망시킬 혜성의 등장을 헤프닝쯤으로 미루는 돈 룩 업의 많은 사람들과 달리 소혹성과의 충돌을 한 달여 앞둔 멸망 이전의 샹그릴라의 사람들은 모든 일상을 놓아버린다.

나라면,,, 한 달 후 소혹성이 지구와 충돌, 전 인류가 살아남을 확률은 제로에 가까운 현실속에서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런지,,, 믿고 싶지 않은 미래를 헤프닝으로 가두고 전과 다름없는 일상을 살아가는 돈 룩 업의 사람들 보다 다가오는 미래의 공포에 짓눌려 일상을 놓아버리는 멸망 이전의 샹그릴라 쪽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소위 말하는 일진들에게 시달리고 있는 학교 폭력 피해자 에나 유키를 시작으로 살인청부까지 서슴없이 실행에 옮기는 깡패 메지카라 신지와 자신을 모든 것을 받쳐서라도 아이를 제대로 키우고 싶은 미혼모 에나 시즈카, 마지막으로 거식증에 걸린 채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는 가희 야마다 미치코. 공통점이라고는 조금도 없을 것 같은 네 사람은 예상하지 못했던 인연으로 이어진채 지구 멸망을 한 달여 앞둔 혼돈의 소용돌이 속에서 끝까지 자신의 모습을 잃지 않고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간다. 마지막 이기때문에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이기때문에 자신만의 방법으로 마지막을 불사르기 위한, 진심으로 원하는 희망을 꿈을 위해 용기를 얻는다.

한낱 헤프밍이 아닌, 마지막 샹그릴라를 찾아 떠난 여행임을 이야기하듯 절망의 끝에 함께 모여 소행성 충돌을 멸망을 기다리는 그들의 마지막이 인상적이다.

[ 네이버카페 컬처블룸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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