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크리크
앤지 김 지음, 이동교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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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희미해져버린 모국어로 자신의 책이 번역되어 출간된다는 사실에 감격하는 작가의 인사말에서 타국에서 겪어냈을 이방인으로서의 어려움이 오롯이 묻어난다. 이제는 추억처럼 회상하고 있지만 높기만했을 낯선 언어의 벽과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노력해야하는 척박한 삶이 사실적으로 그려진 이유가 작가의 어린시절 이민자로서의 삶이 투영된 사실이라는 것만으로도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책의 제목과 같은 버지니아주의 작은 마을 미라클 크리크에서 일어난 사건의 재판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남편이 내게 거짓말을 시켰다. 큰 거짓말은 아니었다. 남편이나 나나 처음에는 그것을 거짓말로 여기지 않았다. 그 정도로 사소한 일이었다. (p.15)' 사소한 거짓말. 그 작은 거짓말의 이유는 무엇일까,,, 4일간의 재판 그리고 한 사람씩 이어지는 증언들은 점점 진실을 향해 그 거리를 좁혀간다. 어쩌면 사소한 거짓말이 일으켜 줄지도 모르는 기적을 바란다.

하나뿐인 딸 매희의 미래를 위해 4년간의 기러기 아빠 생활도 마다하지 않고 짧지 않은 시간을 보낸 뒤 시끄러운 도시도 외떨어진 시골도 아닌 그 어디쯤 위치한 미라클 크리크에 기적의 잠수함이라 불리우는 고압산소 치료시설을 마련한 한국 이민자 가족. 이제는 메리라 불리우는 딸을 위한 결정이었지만, 메리는 이곳의 생활이 마냥 즐겁지 않다. 자신을 위해 일하느라 바쁘기만한 부모님과 거리를 좁히기 어려운 낯선 친구들 사이에서 그녀는 점점 섬이 되어가는 것만 같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기적을 바라며 미라클 서브마린을 찾는 사람들. 자폐, 뇌성마비, 불임 - 치료가 되리라고 믿지는 않지만 - 등 작은 기적이라도 바라는 이들은 고압산소 치료를 받기 위해 기꺼이 그곳에 몸을 밀어넣는다. 그러던 어느날 - 미라클 서브마린의 영은 사소한 것들이 평소와 다름을 알렸다고 회상하는 그날 - 산소탱크가 폭발하는 사고가 일어나고, 그날의 사고로 인해 자폐를 앓던 헨리를 비롯한 두 명이 목숨을 잃고, 네 명이 다쳤다.

그리고 사건이 일어난지 일년 후 열린 4일간의 재판. 용의자로 지목된 자폐아 헨리의 엄마 엘리자베스를 두고 진실을 쫓아 진범을 찾기위해 벌어지는 긴장감 넘치는 재판도 흥미롭지만 증언을 위해 등장하는 하는 사건 당사자들의 치밀한 심리묘사가 몰입도를 높인다. 아이를 위해 이민을 선택한 부모 그러나 행복하지 않은 아이, 장애를 가진 아이를 둔 부모의 감정, 결혼 후 보이지 않는 인종차별에 지쳐 있는 사람까지 작은 기적을 바라는 이들의 심리가 공감을 이끌어낸다.

"하지만 그런 게 바로 인생이었다. 모든 인간은 백만 개의 경우의 수가 얽히고설킨 결과물이었다. 백만 개의 정자 가운데 하나가 정확한 시간에 난자에 도달해 탄생하는 인간은 천분의 일 초라도 어긋났다면 완전히 다른 인간이 되고 만다. 하나씩 놓고 보면 하찮기 짝이 없는 사소한 것들 수백 개가 모여서 - 우정과 사랑이 싹트고 사고와 병이 생기는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일어나기 마련이다." (p.506)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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