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10월
평점 :
절판


감성이 세월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것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해당하는 일은 아닌가 보다. 60갑자 한 바퀴를 돌아 다시 출발점에 서는 시점이라 불리는 회갑의 나이에 가깝지만 저자 에쿠니 가오리는 여전히 열일곱, 여덟의 소녀 감성을 지닌 듯하다. 소녀 감성을 일찌감치 포기한 아줌마 감성을 가진 독자로 – 우습지만 - 그녀만의 소녀감성에 은근한 질투까지 느껴진다.

부쩍 재출간이 많아진 에쿠니 가오리의 전작을 다시 읽게 된다. 워낙 그녀의 작품을 좋아하는 탓에 이미 읽었던 책일 테지만 – 확실히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 여전히 처음 읽는 것처럼 새롭고 좋다. 아니, 그녀의 소녀 감성에 질투를 느끼고 있는 나이와 처음처럼 다시 읽는 기분의 영향인지 그녀만의 담백하고 간결한 문장이 좀 더 감성을 자극한다.

얼마 전 읽은 집 떠난 뒤 맑음에서도 그녀만의 소녀 감성에 감탄을 했었는데,,, 재출간 된 책이라고 하지만 지금의 내 나이보다 서너 살 어린 나이였을 그 시절 집필된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또한 나는 꿈꿔보지도 못할 여린 감성이 배어난다.

여자 치한 – 재미있는 설정이다 –을 만나도 특별한 감정을 느끼지 못해 고민하는 기쿠코의 손가락, 단짝 친구 에미가 정신이상으로 점점 고립되어 가는 모습을 담담히 지켜보는 모에의 – 예상하지 못한 초록 고양이가 되고 싶은 그녀들의 모습은 사춘기 아이들이 외계인 같다고 생각하는 것과 닮아 있다 – 초록 고양이, 세상에서 가장 친밀하기도 가장 멀기도 한 엄마와 남자친구를 이야기하는 유즈의 천국의 맛, 겉모습만 보고 상처를 주는 사람들에게 검정 사탕을 전하는 카나의 사탕 일기, 친구 같은 이모와의 그 어디쯤 치즈루의 비 오이 녹차, 마성의 매력을 자랑하며 원조교제(?)를 이어가는 당돌한 소녀 미요의 머리빗과 사인펜. 모두 6편의 이야기는 같은 나이, 교복을 입고 있지만 각각의 개성과 함께 같지만 다르게 조금씩 성장하는 소녀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재잘재잘 친구들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 충만했던 여고시절. 낙엽이 떨어지기만 해도 웃는다는 그 시절,,, 웃고 떠들고 무리에 소속되어 함께하는 것만이 지상 최대의 목표였던 그때 - 혼자이고 싶은 마음과 소속되고 싶은 마음이 공존하지 않았을까 – 단편집의 어린 그녀들처럼 어린 나 또한 나만의 말 못 할 고민으로 몸살을 앓지 않았을까 싶다.

[ 네이버카페 소담북스 꼼꼼평가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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