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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의 인사 ㅣ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8
김서령 지음 / 폴앤니나 / 2021년 11월
평점 :
한가로운 오후 따뜻한 햇볕 아래, 흰고양이와 함께 느른한 여유를 보내고 있는 어린 아가씨의 뒤태는 묵직한 이야기 보다는 상큼하고 즐거운 이야기를 기대하게 한다. 수정의 인사라는 제목이 사실은 그녀가 건네는 인사가 아닌 그녀에게 건네는 인사라는 반전이 먹먹함을 건넨다. 그녀를 떠나보낸 뒤 일상을 무너뜨릴 수 밖에 없는 사람들과 자신들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왜곡된 기억을 쏟아내는 이들, 그럼에도 남은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엄마의 선택,,, 그녀에게 건네는 인사가 결코 가볍지 않다.
주인공 이제 스물아홉 살, 한주은행 연정시장점의 대리 한수정은 가슴으로 얻은 두 딸을 자신이 낳은 딸 못지 않게 사랑하는 새아버지와 세 딸을 위해서라면 못할일이 아무것도 없는 엄마 그리고 두 여동생, 조금도 특별하지 않은 재혼가정의 첫째 딸이다. 너무나 평범한 그녀에게 벌어진 사건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평범함 때문에 왜곡되고, 남겨진 아들에게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채 사라져버린건 아닐까,,, 말문이 막혀버린 스물아홉 꽃다운 청춘 그녀 수정의 말문을 막아 버리고 어느 떡볶이 청년의 순정으로 탈바꿈해버린건 아닐까,,,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꽃다운 그녀를 보내주는 방법이 이런 방법밖에 없다는 현실에 화가 난다. 매일매일 현금이 가득 든 짝퉁 루이비통 가방과 저절로 눈살이 찌프려지는 금팔찌와 금목걸이를 한 채 섬뜩한 모습으로 찾아오는 연정시장 날개떡볶이집 사장 철규에게 한주은행 연정시장점의 한수정 대리로서 미소가 아닌, 인간 한수정으로서의 거절을 표현했어야 했는지,,, 그랬다면 수정에게 좀 더 떳떳한 마지막 인사를 건낼 수 있었을까,,,
어쩔 수 없는 미소는 헤픈 미소로, 상대방을 생각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들이미는 구애는 순정으로 읽히는 스물아홉 한수정에게 네 잘못이 아니라는 마지막 인사를 제대로 건낼 수 없는 불편하기만한 작금의 현실이 안타깝다. 아이를 키우는 같은 엄마로 남겨진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살점 같은 또 다른 아이의 죽음에 합의해야하는 수정의 엄마에게 그녀의 결정이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음을 죄책감으로 남은 인생을 마무리하지 않기를 바라는 위로를 전하고 싶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나라고 영 다른 인생을 산 건 아니라는 말이에요. 불행하게 큰 적도 없고, 악랄한 새아버지에게 구박받은 적도 없고, 우리 엄마도 남자에게 미쳐서 애들 다 팽개치고 팔자 고친 여자가 아니라는 거예요. 그냥······ 평범했다는 거예요. 평범하게 자랐다는 말을 왜 이렇게 구구절절 늘어놓아야 하는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p.24)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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