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책세상 세계문학 3
다자이 오사무 지음, 정회성 옮김 / 책세상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장르 편식이 심한 편이라 고전은 잘 알려진 작품 이외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때문에 이번에 읽은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또한 책 자체로 관심을 가졌다기보다는 얼마 전 흥행에는 실패(?) 했지만 전도연과 류준열의 분위기 있는 연기로 관심을 받았던 JTBC 드라마 때문에 눈길이 갔던 책이다. 드라마를 정주행하지는 않았지만 지금 그대로 생을 저버려도 조금도 아쉬울 것이 없는 듯한 어둡고 암울한 전도연과 류준열의 아슬아슬한 연기에 눈길이 머문다.

다사이 오사무의 자전적 소설 인간실격은 만족스럽지 않은 자신을 끊임없이 돌아보며 - 스스로를 바꾸고 싶지만 마음뿐, 바꾸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지는 없는 - 후회하는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나약함을 그리고 있다. '결국 아무것도 되지 못한 채 길을 잃은 여자 부정'과 '결국 아무것도 못 될 것 같은 자기 자신이 두려워진 남자 강재'로 채워지는 드라마가 고스란히 오버랩 된다.

어린 시절, 고등학생 그리고 나이를 가늠할 수없이 희끗희끗한 머리를 하고 있는 사진 석장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인간으로 태어나 아무것도 되지 못한 무의미한 삶을 살아낸 남자 요조의 일생을 어둡고 섬뜩하게 써 내려간다. 인간으로서의 완벽한 실격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안과 밖을 구분할 줄 모른 채 단지 인간 생활에서 끊임없이 도망치기만 하는 얼간이 같은 나는 완전히 뒤처져 호리키에게 조차 버림받은 느낌이었습니다. 그저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당황스러운 기분에 칠이 벗겨진 젓가락으로 단팥죽을 조용히 저으며 견디기 힘든 쓸쓸함을 맛보았다는 사실을 여기에 기록해두고 싶을 뿐입니다." (p.82)

머리말에서 이어진 첫 번째 수기 속 어린 요조는 잘생긴 얼굴과 부유한 집안에서 살고 있지만 알 수 없이 옥죄는 분위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본 모습을 감춘 채 어릿광대짓을 하며 인간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하는 첫 발을 내딛는다. 어린 요조는 어릿광대의 가면 아래서 천천히 자신을 잃어간다.

이어진 두 번째 수기, 조금도 눈에 띄지 않던 - 그림자에 가까운 - 같은 반 친구 다케이치에게 아무도 모를 것 같았던 그의 본 모습을 들켜버리고 만다. 눈에 띄지 않던 그림자 같은 친구 다케이치에게 들킨 것도 충격과 그의 본 모습을 폭로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고교 시절을 회상한다. 그리고 벌어진 인간으로서의 삶을 포기하려는 첫 번째 자살을 시도하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그의 꼬임으로 동반자살을 시도했던 소녀만 자살에 성공한 채 그는 다시 인간 세상으로 돌아온다.

마지막 세 번째 수기. 어릿광대 가면을 알아챈 다케이시는 그에게 여자와 그림에 관한 저주 같은 예언을 던지고, 다케이시에 대한 압박 때문이었을까,,, 요조는 생의 마지막까지 많은 여자들과 얽히며 그녀들에게 기생하는 방법으로 인간이기를 포기하기에 이른다.

"그렇다고 녀석을 죽이고 싶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나는 그때까지 살아오면서 남이 나를 죽였으면 하고 바란 적은 여러 번 있었지만, 남을 죽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살인은 두려워하는 상대에게 행복을 안겨주는 일일뿐이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p.30)

세상이 그를 외면한 것일까, 그가 세상을 외면한 것일까... 자신을 감추기 위해 아니 어쩌면 세상 속으로 스며들기 위해 어릿광대짓으로 스스로를 포장하고 살아가다 홀연히 자신을 놓아버린다. 홀연히 자신을 놓아버린 요조가 생각하는 인간실격과 포기는 얇디얇은 종이 한 장 차이가 아닐까 싶다.

"지금 내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지나갑니다. 내가 지금껏 지옥 같은 삶을 살아온 이른바 인간 세계에서 다만 한 가지 진리처럼 여긴 것은 이 사실뿐입니다. 모든 것은 지나갑니다." (p.131)

[ 네이버카페 책과콩나무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