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 플레이어 그녀
브누아 필리퐁 지음, 장소미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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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날 강간하는데 애원한다면 자비를 베풀었을까?"
강력한 문장으로 400여 페이지의 여정을 시작한다. 페미니즘 관점에서 본 겜블링 세계로의 초대,,, 속임수와 범죄가 판을 치고 당연한 듯 여성은 배제된 도박판에서 립스틱 대산 45구경 권총을 넣고 다니는 주인공 막심은 자신을 지켜내기 위해 거침없이 총을 꺼내 든다. 시작하자마자 그녀를 성폭행하려던 도박꾼을 화려한 액션으로 응징하며 앞으로의 모든 날에 트라우마가 남을 것임을 알리는 그녀의 모습은 같은 여자로서 통쾌하기까지 하다.

남성의 전유물 같은 포커판의 토네이도라 불리우는 막신은 권위적이고 탐욕스러운 아버지로부터 평생의 상처로 남은 트라우마를 얻는다. 괴물같은 아버지에게서 도망친 막신은 인생을 건 복수를 위한 조력자를 찾아나서고 운명처럼 그녀의 복수를 도와줄 두 남자를 만난다. 아버지의 혹독한 훈련 - 학대에 가까운 포커판의 속임수를 가르치기 위한 작크 아버지의 교육철학이 삐딱한 사회를 바라보는 보통의 시선(?) 같이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 덕분에 냉철한 포커판의 전설이 되어가는 작크와 어린시절 교통사고로 가족을 모두 잃은 뒤 자살충동을 억누르기 위해 어두운 골목의 성폭력 범죄자를 처벌하는 발루가 그 주인공이다. 어른이지만 어른이 될 수 없었던 상처받은 세 사람 사이에 어린 아이지만 어른이 될 수 밖에 없는 천재 소년 장이 있다.

"국가가 우리한테 사기를 친단 말이다. 국세청은 돈을 훔쳐가고, 사장은 거짓말을 일삼고, 마누라는 바람을 피우고. 그러니 애써 바르게 살 이유가 없어. 우린 희생양이 아니거든" (p.7)

아슬아슬 하지만 평온했던 포커판 전전하며 인생을 낭비하던 작크는 그의 가슴을 뛰게 만든 첫 여인 막심의 복수의 소용돌이 속으로 기꺼이 뛰어든다. 유력 정치가이자 막심이 아버지 콜베르와의 운명을 건 한판 승부... 크고 작은 상처를 가진 세 주인공은 막심의 복수에 성공하고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포커판 특유의 쫀쫀한 긴장감과 함께 책장을 넘긴다.

루거 총을 든 할머니로 유명한 브누아 필리퐁의 신작 포커 플레이어 그녀는 막심, 작크, 발루 세 주인공의 슬픈 과거와 곁들어진 복수가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속도감 있게 스토리를 전개시켜 나간다. 포커판의 토네이도 같은 막심의 복수는 남자들에 의한 빌어먹을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왜 세상은 여자에게, 약한 어린아이에게 이렇게 잔인한 상처를 남기는 걸까,,,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지금이라도 상처를 걷어내고 막신을 비롯한 모두가 스스로의 행복에 전념할 수 있기를 바라며, 무거운 마음을 안은채 마지막 장을 덮는다.

"세상일이란 게 그렇더라고, 마냥 좋게 흘러가지만은 않아. 여기서 '좋다'는 건 성경적인 정의에서 그렇다는 거야. 그래서 때로 는 정신 건강을 위해, 운명을 조금은 믿어볼 필요도 있는 것 같아. 역설적이지만 어쩌겠어, 내가 정한 규칙이 아닌걸." (p.388)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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